좋은 평론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무조건적 찬양이나 단순한 비평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나온다. 


요즘 IT블로그에 재미있는 IT평론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다. IT평론가로서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많아지길 원했던 나로서는 매우 기쁘다. 또한 이제 내가 힙겹게 모든 IT뉴스를 소화할 필요가 없어져서 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 그것은 보다 쉽고 재미있게 쓰는 것 외에도, 미래 방향을 과감히 제시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IT평론들은 그저 좋다 나쁘다 수준의 평가에만 머물고 있다. 정말로 좋은 IT 평론은 과감하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저 구글이 했으니 뭐가 의미가 있겠지. 애플이 성공하고 있으니 옳은 방향이겠지. 라는 전제하의 비평은 아쉬움을 던져준다. 한번 더 의심하고, 한단계 더 올라가보는 것이 혁신의 원동력이자 좋은 비평의 원천이다.


애플이 미래에는 매킨토시에서 인텔 칩의 의존도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만든 칩을 사용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기사를 우선 한번 보자. (출처)



블룸버그는 애플이 미래의 맥에 자사 칩을 채용하기 위해 인텔 칩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애플 엔지니어들이 자사 모바일 기기들 용으로 채용한 칩 디자인들이 언젠가 자사 데스크탑과 랩탑을 구동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파워풀하게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회사가 인텔 프로세서들의 채용하는 것을 중단하기까지 불과 수 년 정도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년 초 애플은 ARM 프로세서로 구동되는 프로토타입 맥에 OS X를 포팅하는 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차세대 ARM 프로세서가 맥 OS X를 고동할 만큼 파워풀한지에 대해서는 논쟁거리가 되고 있지만, 동시에 발열을 줄이기 위해 구글과 삼성은 이미 ARM 기반 $249 크롬북을 출시한 바 있다.

 

이 기사 내용은 나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다. 나는 블로그를 막 시작한 2년 전에 이미 맥 운영체제와 아이폰 운영체제의 통합을 예측한바 있다. (아이패드는 어째서 스티브잡스 필생의 역작인가?)

 

또한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로서 애플의 맥이 인텔 코드 기반칩을 버리고 ARM칩으로 옮겨갈 것도 예측했다. (마운틴 라이언이 보여주는 애플의 선택은?)

 

 

결국 시간의 문제이지 애플은 결국 맥이 아닌 아이폰이 메인이 되는 하드웨어-아이패드와 유사하게 모든 라인업을 가져갈 것이다. 



문제는 이 뉴스를 가지고 다른 IT블로거 들이 단지 바람직하다. 합리적이다 혹은 약간 무리하다. 정도로만 평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나름의 평론이긴 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좋은 평론은 분석을 통해 방향까지 제시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내 나름대로의 과감한 추론을 제시해본다.


애플의 미래전략, 통합칩의 개발 방향은?


1. 통일과 단순화를 추구하는 애플은 장래에 자사에 사용되는 모든 기기를 일관된 하나의 코드기반으로 가져갈 것이다. 그것이 인텔 코드 기반이 될 수도 있고, ARM 코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저전력 고효율로서 모바일 성능이 받쳐주는 통합칩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애플이 원하는 수준을 인텔이 더 빨리 만족시킨다면 인텔 통합칩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애플은 반드시 독자설계 칩으로 갈 것이다.


2. 맥 운영체제와 아이패드 운영체제는 하나로 통합될 것이 확실하다. 두 기기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하나가 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맥운영체제는 생산성이 필요한 분야에 쓰이기에 충분한 고성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맥 운영체제까지 자사칩을 쓰려면  설계기술만을 가진 애플로서는 하드웨어에서 충분한 기술력을 지닌 파트너가 필요하다. TSMC같은 하청공장이 아닌 파트너 말이다.


3. 애플이 원하는 파트너는 애플의 주문을 충실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PC시장의 지배자에 가까운 인텔은 그 자격요건에 모자란다. 인텔은 아직 시장이 큰 PC시장을 더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로서 가장 좋은 파트너는 지금 열세에 처해있는 인텔의 경쟁사인 AMD 이다. AMD는 인텔 호환성을 가진 칩 기술도 있고 ATI를 흡수해서 얻은 통합 그래픽칩 기술도 있다.


4.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AMD에 대주주로 참여하거나 인수해서 맥과 아이폰을 위한 통합칩 개발을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 만일 독과점 논란등으로 그럴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그래픽 칩에서만 강세인 엔비디아를 인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5. 과도기적인 발상으로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하나의 통합칩, 혹은 아주 작은 다이 안에 두 개의 칩으로 인텔 호환칩과 ARM칩을 넣고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적으로 전환해가면서 두 개의 운영체제와 앱을 자유자재로 돌리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과도기의 호환성과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순조롭게 하나의 칩으로 이동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애플의 의지와 시장의 상황이겠지만, 생각만 해도 흥미로운 방향이다. 혁신성을 잃었다는 목소리를 조금씩 듣고 있는 지금의 애플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하다. 이런 방향의 도전이 이뤄진다면 나 역시 박수를 치며 응원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