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은 흔히 착각한다. 소비자들이 자기가 설계한 대로 컨텐츠를 차분히 즐겨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는 그들 스스로가 소비자 입장이 되어서 남의 컨텐츠를 즐길 때는 달라진다. 금방 모든 기능을 쓸 수 없거나 재미가 없으면 바로 컨텐츠 전체를 혹평하는 것이다. 개발자 스스로가 소비자일 때의 입장을 확실히 생각해야 한다. 과도하게 플랫폼의 성능을 앞서가려고 하지 말자.





예를 한번 들어보자. 초기 아이폰 앱 가운데 가장 히트친 앱 가운데 맥주잔 앱이 있다. 실행시키면 맥주가 가득찬 잔의 사진이 표시된다. 그리고 사용자가 아이폰을 자기 입에 대고 기울이면 맥주가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줄어들면서 꿀꺽거리는 소리가 난다. 아주 간단한 앱이지만 이것을 만든 개발자는 엄청난 다운로드에 힘입어 굉장한 수익을 올렸다.

이 컨텐츠는 그리 많은 기능을 이용하지 않았다. 아이폰 내부에 있는 기울기를 감지하는 가속도센서의 특성을 이용했을 뿐이다. 만일 이 개발자가 터치스크린의 멀치터치 기능과 조도센서의 접근 감지 기능, 사운드 입력 기능과 네트워크 기능까지 이용해서 같은 앱을 만들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개발자들이 보기에는 더 우수한 앱일 수는 있다. 하지만 막상 사용자는 복잡한 기능을 써보지도 못하고 질려서 던져버렸을 것이다. 다운로드를 받은 대다수 소비자는 그저 몇 초동안 단순히 맥주 마시는 흉내를 내고 싶었을 뿐이니까 말이다.

성공하는 컨텐츠를 만드는 아이디어는 이처럼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아! 이러면 재미있겠다. 이러면 좋겠는데? 라는 것 말이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구상에 들어가게 되면 욕심이 끼어든다. 더 확장하고 싶고 이것저것 붙이고 싶어진다. 적당한 욕심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다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각 플랫폼에 따른 주의점을 간단히 알아보자.




좋은 컨텐츠, 플랫폼 특성에서 주의할 점은?


1. 블로그 : 블로그는 비교적 긴 글을 사진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여기서는 정돈된 글 솜씨가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정보를 빠르게 올려서 보여주는 신속성은 떨어진다. 블로그에서 동영상을 많이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과다한 욕심이다. 가능한 것과 성공하는 것은 다르다. 동영상 위주 블로그는 분명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



2. 전자책 : 전자책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잡지형식으로 만들 수도 있고, 확장하면 게임과도 같이 인터액티브한 특성을 가질 수 있다. 전자책은 기본적으로 책에서 발전한 만큼 책의 특성을 생각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다만 전자책은 분명 책이다. 차분히 읽고 충분히 여운을 즐기게 해주는 것이 플랫폼의 장점을 살리는 길이다. 여기에 실시간적인 요소를 무리하게 넣으려고 욕심내는 건 피하자.

3. 페이스북 : 페이스북은 컨텐츠 자체를 생산한다기 보다는 중개해주는 유통채널 역할을 한다. 여기서 블로그 글을 소개할 수도 있고, 방금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알릴 수도 있다. 소셜 네트워크란 말 그대로 친목이나 관심사를 통해 모인 사람들이기에 편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자. 다만 페이스북은 그냥 한번 쭉 읽고 넘어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을 집중시키려는 목적의 컨텐츠는 적합하지 않다.



4. 팟캐스트 : 라디오 방송을 음원화 시켜 언제든지 다운로드해서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음성으로 하는 방송이라는 특성만 이해한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라디오에서 실시간이란 요소를 배제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하지만 소리로 하는 방송은 반대로 생각하면 어떤 구체적인 장면을 설명하기 힘들다. 사진이나 동영상 같이 바로 보여주는 컨텐츠 요소를 넣으려 하지 말자. 상대적으로 상상력을 보다 자극해서 즐거움을 주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5. 유튜브 : 동영상 컨텐츠는 무엇이든 올릴 수 있다. 스스로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이라든가, 파티 장면, 혹은 잘 연출된 개인 다큐멘터리, 아마추어 영화 등 컨텐츠는 매우 다양하다. 실시간이 아니라는 점만 고려한다면 가장 생동감 넘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은 짧은 컨텐츠 소비시간을 지닌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긴 시간을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 패스트푸드처럼 짧은 시간에 소비되어 바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영상이 각광받는다. 또한 스트리밍 영상이란 특성이 있으므로 지나친 고해상도와 좋은 음질의 컨텐츠에 대한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유튜브는 영화관이나 텔레비전이 아니란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플랫폼의 한계는 넘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의 한계는 넘는 것이 아니라 맞춰야 한다. 플랫폼 특성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검증된 소비자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1. 종이컵 2012.10.30 09:53

    공감합니다. 항상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야한다는건 어떤 업종이던지 적용되는것같습니다.
    저는 생산현장에서 일을하고 도면을 많이 보는일을 하는데 가장좋은 도면은 간단하고 기교없이 그린도면입니다. 기교를 넣고 자기만의 기술을 넣어 복잡하게 그릴수록 최종현장에서 불량날 확률이 많습니다. 설계실에 항상 부탁하는것이 쓸모없는 기교를 부리지 말아달라는것입니다. 그러나 현장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기가 가진 기술을 절제한다는것이 쉽지 않은거죠.

  2. Favicon of http://story.golfzon.com/ BlogIcon Mr.Zon 2012.10.30 10:23

    재미있는 요소를 중심으로 플랫폼의 특성을 잘 살리는 콘텐츠가 성공적인 글이겠죠?^^
    플랫폼의한계는 넘어야 하지만 소비자의 한계는 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에 깊은 공감이 갑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