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가 가장 극단적으로 중요한 곳을 살펴보자. 그것은 바로 게임기 분야다.

게임기는 매우 독특한 플랫폼 특징을 지니고 있다. 비교적 값싸고 간단한 구성으로 몇 년마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하드웨어를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컨텐츠는 극단적으로 승패가 갈린다. 팔리는 컨텐츠는 엄청난 이익을 주지만 안팔리는 컨텐츠는 극도의 손해를 준다. 게임 자체는 생필품이나 자원이 아니기에 팔리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게임기에서 가장 성공적인 컨텐츠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시리즈다. 평범한 배관공의 모습을 한 마리오 아저씨는 달려드는 버섯과 각종 몬스터를 뛰어넘고 밟으며 달린다. 사용자는 게임기에 연결된 패드를 통해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마리오 브라더스는 어째서 잘 팔렸을까? 패미컴에서 시작된 플랫폼 특성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당시 패미컴은 그다지 뛰어난 하드웨어가 아니었다. 지원되는 색상도 적었고, 사운드도 빈약했다. 또한 패드의 버튼은 겨우 두개였다. 가정용TV를 통해서 지원되는 화질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리오에서는 이런 빈약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1. 배관공 마리오의 옷은 아주 간단하기에 많은 픽셀과 색상이 필요없다. 화면에 나오는 몬스터의 크기와 색상도 적당히 구성되었다. 그래야 무리없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2. 이런 간단한 픽셀과 색상을 정당화 하기 위해 게임 자체는 판타지적이고 유아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야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 이런 상황에서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답답함을 만회시킬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질주와 무한 스크롤이다. 마리오는 계속 달리고 점프한다. 그리고 적을 밟는다. 그것은 원초적인 해방감을 준다.


4. 소리 역시 타격감을 살려주는 간단한 음으로 구성되었다. 그래도 그것이 화면에 보이는 빠른 질주와 연결되면 달리고 충돌한다는 느낌을 더 확실히 준다.

5. 단순히 달리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상상력을 동원한 하나의 동화같은 스토리로 구성했다.

6. 조작에 있어서는 버튼 두개면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30초만 조작해봐도 알 수 있다.


컨텐츠 개발자는 달라진 플랫폼의 성능을 잘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 확정된 플랫폼의 성능을 탓해서는 안된다. 한정된 플랫폼 안에서 자기가 품고 있는 상상을 효과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플랫폼 성능이 정 따라주지 못한다면 컨텐츠 생산을 좀 기다리든가, 기획을 변경해야 한다. 마리오는 플랫폼 성능의 한계를 파악하고 그에 정확히 맞춘 기획 덕분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컨텐츠는 실제 제작에 몫지 않게 초기 기획이 중요하다. 기획방향 자체가 잘못되었다면 제작을 아무리 잘해도 한계가 있다. 마치 군사작전에서 전략이 잘못되었는데 전술을 잘 써서 전투 한 두개를 이겨도 소용없는 것과 같다.

플랫폼의 한계에도 좋은 컨텐츠를 만들려면?




정리해보자. 성공한 컨텐츠인 게임 마리오 브라더스는 플랫폼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성과 상상력을 살린 기획을 했다. 그래서 창작자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 구현되었기에 성공했다.

여기서 컨텐츠의 성공을 위해 명심할 점은 간단하다. 먼저 플랫폼의 성능을 잘 파악하자. 최대한 그 성능을 발휘할  컨텐츠를 기획하자. 플랫폼에 없는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 과다한 기획과 자금을 들이는 등의 욕심을 부리지 말자. 소비자가 바라는 것은 더 높은 성능보다는 한정된 성능 안에서 발휘된 자유로운 상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