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그저 밥먹고 일하는 게 인생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일 말고도 보다 많은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예를 들어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람들과 어울려 술 한 잔을 즐기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런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음악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매년 슈퍼스타K에 수십만명이 지원하고 전국민이 노래방에만 가면 가수로 변하는 곳이 한국이다. 나 역시도 한창 때에는 리듬게임에 빠져서 펌프잇업과 댄스댄스레볼루션을 날마다 즐겼던 적이 있다. 집에서 장판패드로 열심히 연습해서는 밖에서 어설픈 퍼포먼스까지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체험형 게임 가운데 악기를 직접 연주해보는 게임들이 있다. 건반을 흉내내는 예전의 비트매니아로부터 시작해서 드럼매니아, 기타프릭스에 이르기까지 게임기가 악기 역할을 해주면서 일반인에게 친절하게 연주를 시켜준다. 이런 게임들은 나중에는 실물과 비슷한 모형을 가지고 연주를 할 수 있게 해주면서 한때 아케이드 게임센터에서 당당히 메인을 차지했었다. 그렇지만 게임센터의 쇠퇴와 함께 지금은 서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이런 가운데 아는 지인의 소개로 홍대에 있는 라이브밴드 쌩이란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름이 특이해서 이게 뭐하는 곳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라이브밴드가 나와서 연주하는 음식점이나 술집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막상 건물 앞에 가보니 이런 생각이 전혀 틀렸다는 걸 알았다.


홍대입구역 롯데시네마 뒤편에 있는 이 곳은 새롭게 탈바꿈한 체험형 리듬게임센터이다. 그것도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는 고급스러운 컨셉이다. '세계 최초 밴드 연주방'이라는 타이틀이 이색적이다.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일까? 


입구에 배치되어 직접 연주하는 악기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저건 드럼인데? 장난감이나 모형 같지 않다. 설마 진짜 악기는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런 예상이 틀렸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진짜 드럼이었다. 보통 우리가 가정에서 구입하는 게임기의 옵션 악기들은 플라스틱으로 흉내만 낸 조악한 모형에 불과하다. 혹은 게임센터의 설비들도 크기만 좀 클 뿐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 있는 장비들은 실제 악기다. 드럼을 두드리면 직접 드럼소리가 난다. 게임기를 거쳐 스피커에서만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냥 앞에서 전시해놓은 이벤트용 악기일 수도 있다. 막상 안에 들어가면 그냥 장난감만 있을 수도 있으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입구의 선전문구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여기는 진짜 악기를 써서 연주하는 것을 즐기는 장소였다. 그래서 바로 라이브밴드 연주방이라고 써놓은 것이다. 1층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진짜 악기들이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드럼과 기타, 건반이 멋진 마크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실제 악기를 이용한다고 해도 그냥 막무가내로 악기만 달랑 던져주고 즐기라는 곳은 아니다. 그래서야 전혀 악기를 다뤄보지 못한 일반인이 제대로 즐길 수 없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실제 악기에 독자개발한 장비를 부착했다. 마치 리듬게임과도 같이 곡을 선택하면 친절하게 연주를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드럼, 건반, 기타, 보컬에 이르기까지 모두 게임처럼 안내하는 시스템이 붙어있다. 초보자도 게임을 즐기듯 앞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고 맞춰서 손과 발을 움직이면 된다. 보통은 어려운 연습을 통해서만 터득할 수 있는 악기연주가 게임처럼 쉽게 익숙해진다. 더구나 이것은 장난감이 아닌 진짜 악기다. 소리의 무게감부터가 다르게 느껴졌다.


라이브밴드 쌩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런 개별 악기의 시스템을 한 곳에 모아서 밴드 형식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들 개별적인 악기는 아직도 XBOX360 등의 게임기를 사면 모형으로나마 즐길 수 있다. 일부러 번거롭게 밖으로 나와서 게임센터에 가서 즐길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러나 진짜 악기를 이용해서 한곳에 모아 놓은 곳은 이곳 밖에 없다. 한 곡을 가지고 온전히 밴드 연주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안쪽에 있는 방은 흔히 있는 노래방과 큰 차이가 없다. 방음시설이 된 개별 방이 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최소규모의 밴드 악기가 있다. 마이크가 설치된 보컬, 드럼, 기타, 건반이 있다. 마이크는 두 개가 있어서 한 곡을 나눠서 부를 수 있다. 


드럼의 연주화면은 이렇다. 위에서 마치 테트리스처럼 떨어지는 식별표시에 맞춰 손을 움직이면 된다. 드럼은 간간히 발도 써줘야 하는데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쉽게 놓으면 초보자도 별로 어렵지 않다.


보컬은 우리가 아주 익숙한 노래방 시스템이다. 메트로놈이 옆에서 흔들리며 박자를 맞추도록 도와주는 점이 재미있다.


기타는 코드를 짚는 부분을 다소 쉽도록 게임기처럼 개조해놓았다. 각 색깔별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쉽게 코드를 만들 수 있다. 처음에는 기타가 제일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직접 해보니 기타가 제일 쉬웠다.


건반도 비교적 쉬웠지만 감각이 둔한 나로서는 오밀조밀한 건반을 손가락으로 구별해서 짚기가 어려웠다. 어렸을 때 피아노 등 건반악기를 배웠던 사람에게는 보다 쉬울 거란 생각이 든다. 난이도를 쉽게 해놓으면 적당히 템포에 맞춰 누르는 것만으로도 멋진 음색이 난다.


층을 오가는 계단마다 밴드라는 컨셉에 맞춘 재미있는 연출이 있다. 각종 언론보도에도 소개된 곳인데 아직까지 나도 모르던 게 신기하다. 이런 재미있는 곳이 있다는 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다. 


홍대에 위치해 있음에도 이곳은 한국사람에 몫지 않게 외국인도 자주 찾아오는 듯 싶다. 내가 방문한 날 어떤 외국인 가족이 이곳에서 밴드 연주를 즐기고 있었다. 가족들이 각기 연주 파트를 맡아 하나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리엔이라는 이름이 이 귀여운 아이는 가족밴드의 리드보컬이다. 명랑한 얼굴로 즐겁게 노래부르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즐겁다. 뒤에서는 듬직한 아버지가 기타를 치고 있다.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지만 복장만 바꾸면 락밴드에  잘 어울릴 듯한 분위기다.


건반 앞에도 깜찍한 아이가 연주를 기다리고 있다. 


드럼 앞에 있는 아이는 미니마우스의 귀를 달고 있었는데 포즈가 예사롭지 않다. 어쩌면 나보다도 드럼을 잘 칠 지도 모르겠다.



실제 연주가 시작되고 진지하게 곡에 몰두한 가족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비쳤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밴드를 통해 가족의 유대를 쌓아가는 모습이 굉장히 좋게 보이는 건 역시나 한국에서는 이런 문화를 아직 쌓아가지 못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파티를 즐기고 인생을 낙천적으로 즐기는 면에서 한국은 아직 부족하다.


무려 12명이 와서 신나게 놀다간 대구은행 직원들의 모습이 즐거워보이는 건 한국도 이제 이런 공간이 생소하지 않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과 생활에만 너무 찌들어 있는 우리에게 이렇게 음악과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상당히 소중하다. 다함께 즐기는 문화, 이런 곳을 만들어가는 의미에서 라이브밴드 쌩을 한번쯤 가서 밴드 음악과 연주를 체험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