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일반적으로 배우는 경제 현상을 나타내는 법칙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일인당 국민소득이 얼마가 되면 휴대폰 구매층이 급증한다든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마이카 시대가 온다든가 하는 건 상당히 많이 변경된다. 인도 같은 경우는 국민소득이 작으면 작은대로 엄청난 초저가 IT기기나 자동차, 조립식 주택을 만들어서 보급을 유도한다. 제품이 소득수준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값을 공세적으로 낮춰 들어가버리는 게 요즘 추세다.


아이패드가 열어놓은 태블릿 시장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추세를 예상해왔다. 그  가운데는 태블릿이 PC와 같은 발전과정을 거칠 거라는 의견이 있었고, 반대로 전혀 다른 시장을 창출하기에 과정도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아직은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이미 태블릿 시장은 결판났으며 그것은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만 살아남는 형태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 말 대로 최근 아이패드의 점유율은 70프로가 넘는다. 반대로 경쟁제품 가운데 HP의 웹OS를 쓴 패드는 거의 팔리지 않는 악성재고였다. 나중에 땡처리에 가까운 할인판매를 하자 그제야 날개돋힌 듯 팔리는 기현상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블랙베리로 유명한 림의 차례가 왔다. 림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플레이북 역시 심각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잡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DOA(나오자마자 사망)이다. 결국 림은 폭탄할인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출처)



리서치인모션(RIM) 스마트패드 플레이북의 소매가격이 한없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 주요 유통판매점들이 잇따라 플레이북 할인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할인 규모는 대략 200달러 수준이다. 



9월 27일 PC맥 등 주요외신은 이달 초 베스트바이, 스테이플스 등 주요 가전 유통점이 림 플레이북을 200달러 깎아주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플레이북 권장소비자가는 16기가바이트(GB) 기준 399.99달러지만 현재 사실상 2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할인판매 광고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고처리 프로모션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파이낸셜 포스트는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16GB 플레이북의 제조원가를 270.95달러로 추정했다.

가전유통점이 제조업체의 절대 갑인 미 유통구조를 감안할 때, 림 측이 재고처리를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RIM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뉴스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단지 아이패드와 애플을 좋아하는 측에서 보면 ‘거봐라! 역시 애플의 아이패드를 어떻게 이겨? 꼴 좋다!’ 라는 정도의 의견 정도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머리를 식히고 찬찬히 살펴보자.



1 . 아이패드는 분명 대단한 제품이다. 디자인, 기능, 앱스토어, 활용성에 앞선 이 제품은 태블릿 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래서 지금도 비교적 높은 가격, 높은 이익률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구입한다.

2 . 안드로이드 진영 태블릿는 잘 팔리고 있지 않으며, 나머지 회사의 태블릿은 생산 즉시 재고품으로 남을 정도다. 활용성에 있어서나 하드웨어 구성에 있어서는 거의 비슷한데도 말이다. 다만 여기서 유일한 예외는 아마존의 전자책 태블릿 킨들 시리즈다. 전자책에 특화된 킨들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3 . HP의 터치패드를 보자. 웹OS를 쓴 이 태블릿는 가격을 파격적으로 99 달러 정도로 낮췄을 때 폭발적인 수요를 보였다. 마치 아이패드를 보는 듯 금방 매진되고 구매문의가 빗발쳤다. 아마도 위의 기사에서 보인 플레이북도 2백달러 안으로 들어오는 정도쯤 해서 폭발적인 수요증가를 보일 지도 모른다. 또한 아마존의 킨들 역시 129 달러 짜리도 있을 정도로 저가품이다.



태블릿 시장, 저가경쟁 시대로 가게될까?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태블릿 시장이 확실히 양분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하나는 고가품으로서 좋은 디자인과 품질, 풍부한 앱으로 거의 노트북 시장까지 커버하는 용도로서 아이패드가 차지한 고가 태블릿 시장이다. 이 시장은 가격보다 오히려 기능과 혁신이 더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부담없이 사서는 한정되긴 해도 발전이 그다지 필요없는 분야에 쓰기 위한 용도의 저가 태블릿 시장이다. 소비자들이 전자책 읽기, 간단한 웹서핑, 간단한 필기장 용도로서 2백달러를 넘지 않아서 노트북 이나 스마트폰과 함께 사서 간단히 들고다닐 태블릿을 원하다는 뜻이다. 바로 이 부분을 종래에는 킨들이 차지했는데, 갑자기 낮아진 가격의 태블릿이 나오자 소비자는 이것을 선택했다. 중국산 저가품이 아닌, 제대로 품질보증을 갖춘 제품으로서 이런 태블릿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업체들은 이것을 싫어할 것이다. 이것은 바로 태블릿이 일상재가 되어 원가절감과 가격경쟁의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의 성공만 보고는 자기들 제품도 소비자가 척척 고가로 구입할 거란 꿈을 꾸지만 현실은 이렇다. 소비자는 아이패드는 고가품, 나머지 회사는 철저히 저가품이 되어주기를 원하고 있다.



기회는 잡는 자에게 있다. 아이패드 역시 장기적으로는 마진률이 줄어들면서 일상재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지금의 맥처럼 약간 상위에 위치할 정도일 뿐이다. 시장이 이미 변화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차라리 전자책처럼 간단한 기기를 목적으로 그 위에 간략한 태블릿 주요기능만 살짝 얹어 저가에 만들어 파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소비자를 위해서도 태블릿 업체들이 어서 이런 추세를 깨닫고 치열한 저가경쟁을 벌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