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본래 독점을 싫어하는 것일까? IT에서도 사람들은 항상 라이벌을 원하고 대결을 바란다. 때로는 어떤 기업이 독주할 때, 없는 맞수도 만들어내려고 한다. 해당 분야에 힘있는 기업이 없다면 다른 분야에서 끌어와서라도 말이다. 



예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주할 때, 사람들은 라이벌로서 IBM과 애플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컴퓨터 운영체제에 관해서 그 지배권은 너무도 굳건했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글의 검색시장의 위치나 아마존의 전자책에서의 위치는 다른 도전자가 힘을 쓰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렇게 정적인 시장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부활한 애플이 끼어들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애플은 본래 5프로 정도인 매킨토시의 점유율이 자기 영역이었다. 하지만 아이팟의 성공이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자책에 대해서 애플은 아마존의 영역에 쳐들어갔다. 아이북스와 킨들은 지금 라이벌로서 나름 대립구도에 있다.

그런데 아마존이 이번에 정액제 서비스를 내놓았다. 얼핏 평범한 서비스 방법 다변화 정도로 생각되지만 사실 상당한 의미가 있는 변화다. (출처)



아마존이 매월 일정액을 결제하면 아마존의 전자책 도서관에서 책을 무제한으로 읽게 하는 서비스를 내놓으려 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9월12일 밝혔다.

알려진 바로는 아마존이 내놓은 정액제 아이디어에 출판사의 반응은 좋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정액제 서비스가 전자책 가격을 낮출 거란 생각에 몇몇 출판사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만약 아마존의 정액제 서비스에 참여하면 아마존을 뒤따르는 다른 전자책 유통업체가 정액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할 때 거절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도 출판사가 머뭇거리는 이유로 보인다.

전자책 정액제 서비스는 10월께 출시되는 아마존 전용 태블릿PC를 채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전자책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앱,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전자책 유통 업체는 이미 정액제 서비스를 내놨다. 대체로 장르 문학과 만화책을 대상으로 하는 형편이다. 전구 곳곳에 흩어진 전자책 도서관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저마다 회원가입을 해야 접근 권한이 주어진다.

예전에 애플이 MP3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도 이미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가 있었다. 놀랍게도 그 가운데는 정액제 서비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서비스는 공급자 위주로 만들어진 폐쇄적 DRM에 요금은 비쌌으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음악을 받고 기기에 넣을 수 있었다. 사용자를 잠재적 불법복사자로 보는 음반회사들의 입장만 잔뜩 반영된 결과였다.



결국 이런 상황을 파고든 애플이 아이튠스를 들고나왔다. 스티브 잡스는 비싸고 불편한 정액제를 비판하며 오히려 값싸고 간결한 종량제를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이 서비스 방법은 대성공했다. 이후로 아이튠스의 성공에 자극받은 업계는 정액제를 없애고 간결한 종량제로 모두 전환했다.

애플은 지금 스티브 잡스의 모든 방침을 금과옥조처럼 계승하고 있다. 음악에서 성공한 아이튠스의 모델을 앱 시장인 앱스토어, 전자책 시장인 아이북스, 동영상 시장인 애플티비와 광고인 아이애드까지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자책이라고 애플이 정액제 서비스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팀쿡에게는 그럴 카리스마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정액제 서비스, 주목하는 이유는?

아마존이 이런 상황에서 이미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 정액제 서비스를 다시 들고 나왔다. 관련 업계가 지금 애플의 기세에 눌려 있는 상황이기에 특히 주목된다. 애플이 한다고 하면 누구나 따라하고, 애플이 그건 아니라고 하면 아무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상당한 모험이다.



물론 아마존은 이럴 자격이 충분하다. 아이패드의 성공에는 다소 의문이어도 아이북스로 인해 아마존의 아성이 흔들릴 것으로 예측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아이패드는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아이북스는 아마존을 그다지 위협하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가 독설을 퍼부으며 불편하다고 말한 6인치는 다른 태블릿에서 다 실패했지만 아마존 전자책에서는 여전히 성공하고 있다. 이러니 아마존이 스티브 잡스가 정액제를 하지 않았다고 구애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아마존은 지금 오히려 전자잉크가 아닌 액정을 채택한 저가 태블릿을 통해 아이패드에 공세를 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컨텐츠를 정액제 서비스로 저렴하게 풀어 경쟁력을 올리려는 것이다. 애플의 힘이 컨텐츠라면, 아마존의 힘 역시 컨텐츠다. 더욱 풍부한 컨텐츠를 가진 아마존이 정액제란 변화를 통해 과연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애플을 전자책 시장에서 압박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서비스를 주목하는 이유다.



만일 아마존의 이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시장에는 애플의 방식만이 아닌, 다른 성공모델이 하나 더 만들어진다. 그것이 가져다 주는 파급력은 의외로 크다. 과연 애플은 어떤 대응을 할까? 한번 관심있게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