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혁신적인 유행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기묘한 심리에 휩싸인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것이 실제로 자기에게 필요한지, 얼만큼의 가치를 가져다 줄 지를 냉정하게 비교하지 못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시장에서 콩나물 값 백원을 깎으려던 주부가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보면 무조건 사려는 것이나 비슷하다. 한때 한국에서 랩음악이 유행했을 때, 사람들이 음악성에 상관없이 랩음악이라면 무조건 음반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제대로 된 스마트폰 시장을 만든 후 시장에는 아이폰 대항마를 자처하는 스마트폰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기존에 있었던 심비안, 윈도우모바일, 림의 블랙베리는 놓아두자. 안드로이드, 웹OS, 리눅스, 다시 만든 윈도폰7 등 독자적인 플랫폼과 운영체제가 쏟아져 나왔다. 나름 특징적 기능과 디자인을 과시하며 다른 사용자경험을 제공해준다고 하지만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난세도 끝나가는 모양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이제 슬슬 성숙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출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패자는 더 이상 '스마트폰 붐'의 효과마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스마트폰 붐에 편승해 편안하게 스마트폰을 팔던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거의 모든 업체의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말까지는 스마트폰이란 이름만 붙이면 어떤 업체 제품이든 더 잘 팔렸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 1분기부터 이런 상황이 급변했다. 먼저 올 1분기에 노키아의 스마트폰 판매대수가 역성장하기 시작했다. 2분기에는 하락률이 훨씬 더 가팔랐다. 그동안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해왔던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 또한 2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 반면에 애플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안드로이드 진영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약진이 단연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에서 스마트폰 판매대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천만대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라세 데디우는 삼성이 1천99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좀 어려운 말로 쓰고 있지만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하다. 이제 어설프게 급조하거나 대충 만들어서 ‘우리도 스마트폰입니다. 사주세요!’ 라고 해봐야 안 팔린다는 것이다. 사실은 초창기에 아이폰과 더불어 매출 증가를 보였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기하다. 아마도 내가 서두에 언급한 대로 스마트폰 유행을 타면서 소비자들의 심리에서 냉정함이 일정부분 흐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 화려한 잔치는 이제 끝났는가?

1) 결국 앞으로의 전망은 분명하다. 잘나가는 플랫폼은 계속 잘나갈 것이고, 후발주자는 진입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세계 경제에서 선진국이 계속 선진국이고, 후진국이 선진국이 되기가 힘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발전한 앱 생태계가, 안드로이드는 아이폰을 제치고 점점 늘어나는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이 후발주자를 따돌리는 힘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해지게 된다.



2) 문제는 이런 현상이 과연 소비자에게 이익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선택은 매우 쉬워질 것이다. 남은 업체가 애플과 구글진영, MS 정도만 남게 된다면 뭐 그리 고민할 게 있겠는가? 그나마 MS의 윈도폰7은 아직 좀 개량이 필요한 시제품이니 말이다. 정히 고민이라면 동전 앞 뒷면에 각각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라고 쓰고는 던져서 결정해도 된다. 하지만 선택이 쉽다는 게 정말로 소비자에게 이익일까?

3) 야심있고 아이디어가 있는 업체가 더 이상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게 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 컴퓨터 초창기에는 차고에서 기판을 조립하던 남자도 꿈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차고에서 컴퓨터를 조립해봐야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금에 와서 스마트폰을 그럴 듯하게 만들어도 소용없다. 아이폰에 비하면 앱이 너무 부족하고,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범용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뒤에 MS같이 돈많고 PC를 지배한 거물이 받쳐주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블랙베리와 노키아의 퇴조가 두드러지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더이상 잔치 분위기가 아니다. 이제는 처절한 생존경쟁과 공룡들의 싸움만 남았다는 느낌이다.

화려한 잔치가 끝난 스마트폰 시장이지만 쇼는 계속된다. 스마트폰 역시 우리가 정보를 얻는 한가지 형태일 뿐이다. 부디 우리를 흥분시키는 또다른 혁신과 변화가 계속 시도되었으면 한다. 경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소수가 서로 손잡고 독과점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런 일만은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

P.S : 11번가에서 스마트폰, 태블릿과 관련한 정보와 쇼핑을 아우른 특별 사이트를 오픈했습니다. 이번에 저도 원고를 써서 참여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잘 모르시는 분이나, 여성분들에게 적합하도록 쉽고 재미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이네요. 관심있으신 분은 가서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11번가 - 너는 과연 스마트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