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친구들이 자주 하던 입씨름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유치하고 의미없는 것이지만 당시에는 나름대로 심각했다. ‘태권브이와 마징가 제트 가운데 누가 더 셀까?’ 이런 거였다. 좀더 발전되면 ‘슈퍼맨과 배트맨 가운데 누가 더 셀까?’ 이런 것도 있었다. 각자 나오는 작품도 다르고 개성과 세계관도 모두 다르건만, 어렸을 때는 어떻게 하든 이 둘을 비교해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또한 지금 어른이 된 우리가 과연 저 때에 비해서 얼마나 달라졌을까? 비교대상이 바뀐 것 뿐이지, 여전히 비슷한 레벨의 비교가 판을 친다. ‘김태희와 송혜교 가운데 누가 더 예쁠까?’ 라든가 ‘배용준과 장동건 가운데 누가 더 잘 생겼는가?’ 이렇게 대상만 바뀔 뿐 우리는 아직도 어린 애에 불과한지 모른다.

그리고 IT에서도 바로 그런 레벨의 비교가 있다.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누가 더 뛰어난가?’ 이런 입씨름이다. 과연 이것이 ‘매칸더브이와 그랜다이저 가운데 누가 더 센가?’ 하는 수준에 비해 얼마나 나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비교할 필요가 별로 없이 각자 개성과 장단점이 있다는 걸로 인정하면 끝날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런 비교를 하게 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슬프게도 그건 우리가 부자가 아니기에 돈이 무한히 있지 않고, 바쁜 사람이기에 시간도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스마트폰 가운데 무엇인가 하나를 골라 써야할 때 우리는 보통 하나 밖에 고르지 못한다. 그럼 한번 그 가운데 하나의 비교점을 제시해보자.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누가 보안에 강한가? 하는 점이다. 우선 최신 뉴스를 하나 보자. (출처)



러시아 정부는 보안 문제로 정부 기관에서 iPad 사용을 금하고, 대신에 플레이북 혹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러시아 비즈니스 뉴스 RBC 데일리는 전했다. 러시아 정부 보안 전문가들은 애플 iPad보다 더 암호 보안이 잘 되어 있는 태블릿 PC들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뉴스 하나로 봐서는 일단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좀더 났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미군이 군사용 스마트폰을 선정했는데 아이폰이 아닌 안드로이드폰을 선택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MS의 윈도폰7이나 림의 블랙베리폰까지 제쳐두고 안드로이드폰을 골랐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폰이 보안에 훨씬 강하다는 예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한 결론이 날 수 없다.

1)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보안은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일단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상태에서의 보안은 비교적 강한 편이다. 애플이 혼자 책임지고 있는 측면은 있지만 어쨌든 기기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으로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패치도 해주고, 업그레이드도 알려주는 방식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애플은 자사 기기에 대해 외부에서 세팅하거나 손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취약점이 발견되었을 때 그걸 조치할 수 있는 존재가 애플뿐이다. 따라서 취약점을 이미 알고 있는 해커는 애플이 조치하기 전에 허점을 노려 보안을 뚫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사용자, 사용 회사는 아무 것도 모르며, 설령 안다고 해도 스스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누구를 막론하고 동일한 레벨의 보안수준을 가진다.

2) 안드로이드는 얼핏 보안수준이 좀 취약해보인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보안이 뛰어난 편이지만, 사용자나 업체가 세팅할 수 있는 자유도를 위해서 많은 부분이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애플이라면 절대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 관련 앱이나 제어용 툴도 많이 만들어져 공개되었다. 따라서 이런 안드로이드를 왜 미군이나 러시아 정부가 채택했는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런 개방성과 자유도가 오히려 특정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는 강력한 보안을 제공할 수 있다. 바로 보안용 솔루션을 따로 만들어넣는 것이다. 심지어 능력이 되는 회사나 군조직 같은 경우라면 운영체제의 하부구조까지도 뜯어고칠 수 있다. 앱도 호환이 되지 않는 전용 앱을 만들어 쓸 수 있다. 현재 안드로이드만이 이런 엄청난 자유를 개인과 회사에 허락한다. 애플이나 MS라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수준이다.

따라서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보안에 강하냐는 질문에 무조건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다. 굳이 말하자면 일반 개인에겐 아이패드가 좀 더 좋은 편이고, 특수한 상황에서는 안드로이드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아이폰과 아이패드, 안드로읻폰과 태블릿은 각자 장단점이 대칭을 이루며 뚜렷한 제품들이다. 어느 쪽이 뛰어나냐는 입씨름보다는 각자 스스로가 무엇을 중시하는 지를 생각해서 원하는 제품을 쓰면 그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