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하기를 한국은 문학하는 사람의 무덤이라고 한다. 한국어란 글자 자체가 현재 남한의 4천만 시장이 유일하고, 미래를 봐도 북한과 해외교포를 합쳐 8천만도 안되기 때문이다. 몇 억을 가뿐히 넘는 영미권, 아예 13억이 넘는 시장의 중국어권, 1억 2천은 되는 일본어권에 비해 너무 적다.


게다가 그에 비해 너무도 발전되어 있는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순식간에 모든 문학을 단지 몇 메가도 안되는 소용량 데이터로 변환시켜 전송한다. 종이책으로만 나오면 심지어 스캐너나, 디카를 이용해 사진파일로 만들어 전송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책을 출간해서 그 인세 수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소설가는 그나마 가장 상황이 좋은 편이지만 시인이나 수필가는 그저 아득한 미래만 쳐다봐야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는 학창시절에 누구나 문학소년과 문학소녀를 꿈꾼다. 문예창작학과와 국문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은 여전히 많다. 한국어는 매우 감성이 발달한 언어로서 한글이란 매우 과학적인 글자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의 인구는 적지만 문화상품에 있어 한번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구매력은 상당하다. 영화의 경우 한 시기에 천만 관객의 작품이 두 개나 나올 정도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문제는 과연 개인이 책을 써서 그것을 출간해서 먹고 살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또한 실력과 운이 맞았을 때 베스트셀러가 되어 큰 돈을 벌 수 있는가 하는 것도 관심사다. 그런 면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 개인이 글을 써서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출판하는 '자가출판'이다.

영어로 '셀프 퍼블리싱'이라고도 하는 이것은 기존 출판계의 경로를 파괴한다는 면에서 매우 혁신적이다. 얼핏 봐서는 애플의 앱스토어 개념하고도 비슷하다. 개인이 직접 만든 책을 가지고 다시 개인에게 책을 파는 이것은 복잡한 유통경로와 출판사 검토를 생략한다는 면에서 획기적이다.

과연 이런 자가출판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이 그 비결이 될 것인가? 이 문제를 생각해보기 위해 우선 뉴스 하나를 인용해보자. (출처:이페이퍼포럼)

‘밀리언셀러’는 유명 작가들만 꿈꿀 수 있을까? 전자책 시장에선 꼭 그렇지는 않다는 사례가 해외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BBC를 비롯한 영국 매체들은 지난 22일 미국 범죄소설 작가 존 로크의 ‘대박’을 소개했다. 그는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자가출판’ 방식으로 직접 낸 작품으로 100만부 판매를 이뤄 ‘밀리언셀러’ 작가가 됐다. 전자책만을 판매한 작가들 중에서는 최초다.


존 로크의 성공 배경에는 아마존의 전자책 직접 출판 서비스가 있다. 로크는 외부 개입 없이 스스로 많은 부분을 결정할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해 ‘박리다매’를 목표로 자신의 책 가격을 99센트로 책정했다. 유명작가의 전자책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 아마존은 직접출판 서비스에서 2.99달러 미만 전자책은 판매 총액의 35%가 인세로 작가에게 돌아간다. 로크는 이미 35만 달러 넘게 벌어들였다는 얘기다.

지난해 아마존 전자책 베스트셀러 톱 10에 로크는 자신의 작품을 4권이나 올렸다. 상위 50위에는 8권이 포함됐다.

비록 외국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이 뉴스에는 전자책의 특성을 이용한 많은 비결이 들어있다. 이 뉴스를 분석해서 한국에서 자가출판하는 전자책의 가능성을 알아보자.


한국 전자책, 자가출판으로 히트작 가능할까?

1) 비교적 특수한 장르소설을 선택한다.

지금 전자책의 초창기다. 초기 단계에서는 순수성이나 예술성이 강한 작품보다는 오락성이 짙은 작품이 더 인기를 끌기 쉽다. 또한 비교적 탄탄한 독자층이 형성된 작품이 좋다. 서양에서는 주로 추리소설(범죄소설)이 그에 해당하는데 한국의 경우는 판타지 혹은 무협소설, 역사소설 등이 그런 장르에 속한다.

2) 책 가격을 파격적으로 싸게 한다.

자가출판은 글을 쓰는 데 들어가는 비용 외에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출판사 몫을 떼어줄 필요도 없고 따로 유통비용을 내야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판매량을 예상하면 책값을 싸게 책정해도 충분한 이득을 볼 수 있다. 위의 기사에서 존 로크는 책 가격을 무려 99센트로 설정했는데 이것은 9.99달러가 많은 전자책 업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광고효과를 가져온다.

많이 팔릴 수록 비약적으로 이익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가출판은 이처럼 책값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작가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대신 한 권당 분량은 좀 적게 조절할 수도 있다. 책값 자체가 획기적으로 싸다면 분량이 약간 줄어든 것을 항의할 독자는 별로 없다.

3) 많은 권수를 발행해서 박리다매를 노린다.

시리즈물이나 권수가 많은 작품을 만들면 더욱 좋다. 장르문학은 보통 분량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독자들도 한번 빠져서 읽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찾게 된다. 따라서 초기에 싼 가격과 충분한 글로서 독자의 입맛을 들여놓으면 계속 나오는 책마다 일정한 판매숫자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의 글쓰기 역량이 중요한데 위의 기사에서 존 로크는 일단 확고한 전문성을 지닌 작가로 보인다.


이처럼 전자책은 소비자에게 싼 책을 살 수 있게 하고, 작가에게는 더 많은 인세수입을 보장하는 좋은 기술적 가교가 될 수 있다. 자가출판은 이런 목적에 상당히 잘 부합하는 방법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나도 자가출판을 목적으로 장편소설 하나를 구상중이기도 하다. 많은 의욕과 야심있는 작가들이 작가출판에 도전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커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