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애플에서 개최한 세계개발자회의(WWDC)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말은 개발자회의지만 실은 애플과 스티브잡스가 전세계 사람에게 보여주는 거대한 IT쇼이자 엔테테이먼트나 마찬가지다. 애플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하나가 곧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지, 보고 기대할 수 있는 자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약간 아쉬웠다. 애플이야 워낙 훌륭한 회사니 그렇다치더라도 자칭 IT선진국이라는 한국에는 어째서 저런 종류의 멋진 자리가 없을까? 애플처럼 화려한 쇼무대는 아니더라도 조촐하게나마 개발자와 일반인을 위해 유익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자리는 없는가? 하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SKT에서 차세대 통신망인 4G 비즈니스 및 기술동향에 대해 열린 특강을 연다는 건 그 자체로 매우 신기하고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마침 직접 체험해볼 기회가 생겨 참석하게 되었다.


6월 22일 ,서울대 연구공원에서 열린 이번 특강은 그 장소부터가 관심을 끈다. 어쨌든 한국의 대학 가운데 최고의 위상을 차지하는 서울대 내부다. 웅진, 엘지, SK등 기업마크가 찍힌 건물이 대학건물과 함께 있는 이곳은 예전부터 정부가 강조하던 산업-학계 협력시스템을 가장 잘 상징하는 것 같다. 이동통신이나 스마트폰 같이 빛의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는 분야는 특히 필요하다.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이 단지 연구실에서만 수년을 묵지 않고 곧바로 산업현장에 적용되고 상업화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구공원 본관에서 열린 이 특강에는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다고 한다. 지금도 가장 주목받고 있고 미래의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 그와 연관된 모바일 산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새로운 것이 본래 내 대학때 전공이 정보통신공학이었다. 비록 이후 소설가의 길을 선택하긴 했지만 대학 안에서 다시 이런 강의를 듣는다는 건 마치 시간을 거슬러 대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그리운 느낌을 주었다.

보통 열린 특강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강의 들은 가벼운 주제를 다루거나 편한 내용 위주로만 가기쉽다. 진지한 대학 내부 강의가 아니고 어느정도는 참가자의 수준이 평이할 걸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강의는 전혀 달랐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관련분야 대학생과 현장에서 일하는 경력자들이었다. 따라서 강의 내용도 이들에 맞춰 매우 수준높은 내용으로 이뤄졌다.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은 당황하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강사들은 매우 재미있고 능숙하게 이런 내용을 잘 녹여내서 강의를 이끌었다.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무리겠지만, 관련분야를 평소 약간 관심있게 지켜보던 사람 정도라면 충분히 재미와 새로운 지식을 익힐 수 있는 자리였다. 그 증거로, 나는 관련업계 사람도 아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이날 강의의 핵심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해 본다.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이어진 풀타임 강의였다.

SKT의 4G 열린 특강, 직접 가 본 현장은?

1) 윤정호 강사의 첫 강의는 개괄적인 내용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스마트화 열풍과 이에 따른 통신사업 환경의 변화를 클라우드와 함께 다뤘다.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기존 PC를 만들던 회사들의 전략적 이동이다. 모두 느끼겠지만 요즘 사람들이 PC를 만지는 시간이 점점 줄고 있다. 간단한 웹서핑이나 게임 등은 차라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한다. 그러다보니 계속 팽창하던 컴퓨터 시장이 멈추거나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반대로 모바일 산업으로 모든 돈이 몰리고 있다.



따라서 PC관련 회사들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모바일 시장으로 이동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바일이란 것은 비교적 너그러운 PC환경과는 다르다. 제한된 크기와 제한된 전력소모, 언제든지 반응해야 하는 즉응성등 필수요소부터가 차이난다. 이런 환경에서 동시에 최대한 성능좋은 컴퓨터 역할을 해야한다. 결국 이 부분 때문에 회사들은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도 치열히 경쟁하고 있다.

강사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함'에 대해 인터넷의 활용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 스마트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개그 콘서트의 한 장면을 소개하며 우리 모두가 동시에 디지털 노예가 되는 것은 아니가 우려도 제기했다. 뉴스에서 나온 스마트폰 스트레스도 소개했는데 여기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나쁜 눈으로 안경을 올려가며 스마트폰 강의를 받는 사십대, 오십대를 보여주었다.

좋든 싫든 이제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된 스마트폰이 가져오는 문화현상들이다. 여기서 개발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시장와해기술이다. 이것은 와이파이칩이 내장됨으로 생긴 무제한 인터넷 이용을 비롯해 한국에 아이폰이 들어옴으로서 겪은 쇼크 등이 예가 된다. 즉 기존비즈니스 모델의 붕괴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생성을 가져오는 신기술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앱은 무엇일까? 카카오톡이다. 연인끼리 마주앉아 얼굴은 보지 않고 카카오톡만 하고 있는 충격적인 현실은 직접적인 소통 단절과 함께 이런 시장와해기술이 차세대의 성장동력이 된다는 걸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강사는 과거 망을 관리하는 이동통신사가 쥐었던 권력이 지금은 플랫폼을 가진 기업인 애플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운영체제, 혹은 그 위에서 돌아가는 앱이라는 것이다. 미래를 보고 개발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좋은 분석이다.

2) 두번째 강의 이후로는 이런 개괄에 맞춰 개별적인 기술에 대한 세부 강의가 이어졌다. 임하늬 강사는 곧 한국에 도입될 NFC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NFC란 한마디로 스마트폰 안에 근거리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칩을 넣는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대는 교통카드 개념에서 조금 더 진보한 기술이다.

신기술인만큼 NFC는 교통카드의 RFID 기술에 비해 주파수가 넓고 정보량이 많다. 따라서 단순결제 기능 외에도 다양한 물체 인식 서비스나 게임 등에 이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애플 아이폰의 차세대 버전에도 탑재된다는 루머가 있다.



문제는 주도권 싸움이다. 특히 결제시스템은 수많은 돈이 움직이는 엄청난 가능성과 수익성이 있는 만큼 기존 업계가 서로 견제하고 경계하면서 원활한 협력이 늦어지고 있다. 특히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사용자를 식별하고 개인정보를 저장해두는 부분을 어느 부분에 두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도권을 쥐는 핵심인데 플랫폼 제공사, 이동통신사, 기존 금융기관 사이에 이 개인정보를 둘러싸고 치열한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이통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블랙베리가 마찰을 감수하고 자사위주의 시스템을 가진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좋은 예다.
그래서 오히려 금융결제보다는 다른 서비스가 수익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는데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문을 잠그고 여는 도어락 부분이다. 라키트론 도어락이란 기술은 스마트폰 NFC를 이용해 간단히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문이 열린다. 심지어 다른 친구가 급히 내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열쇠가 없을 때, 내가 보낸 간단한 암호코드를 수신하는 것만으로 문을 열 수 있다. 물론 이 코드는 얼마든지 다시 변경할 수 있다.

아직은 이 기술은 해결해야 될 과제가 많다. 형식도 정리가 안되었고 인식률도 안좋다. 실제로 제공되는 서비스에서는 인식 그 자체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기도 하다. 편하고자 만든 서비스가 오히려 더 불편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 해결과 함께 향후 예상되는 범죄와 금융사고에 보안문제의 해결도 필수적이다.

3) 4G 서비스 진화에 대한 김소연 강사의 강의는 매우 유익했다. 실제로 4G라는 차세대 고속 이통망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선 자동차 보험 등 새로운 시장과 연계할 수 있다. 자동차를 몰고 가는 운전자의 정보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보험을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빠른 데이터망을 이용한 동영상 서비스가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는 이제 굳이 남자친구랑 같이 쇼핑을 갈 필요가 없음. 실시간 중계로 인해 여러 상황 전파와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장을 둘러보고 옷을 입어본 다음 그것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면서 '이 옷 어때? 예뻐?' 라고 물어볼 수 있다. 대답도 즉각 웃는 얼굴과 함께 돌아온다. 분명 이론적으로는 좋은 일이다. 다만 내 생각에 실제 여자들이 이런 서비스로만 만족하고 남자친구 없이 쇼핑을 가게 될른지는 별개의 문제다.



동영상 외에 주된 각 회사의 목표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서비스는 주로 음악부분으로 첫 시작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음악은 사람들이 대체로 기꺼이 돈을 내고 사러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익성이 있기에 유료화를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클라우드는 절대로 소비자가 어느 회사의 기기를 쓰든 데이터가 편하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니다. 현재 이걸 추진하는 모든 회사가 자사영역을 기반으로 시도하고 있다. 플랫폼 전쟁이 또 한 차례 일어나는 계기인 것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은 어느 특정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종속되어야만 진정한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위치기반 서비스와 쇼핑, 실시간으로 인근 지역사람에 대한 입찰 중개 기능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4) 고중걸 강사가 맡은 AP의 진화는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재미있어할 영역이다. 말하자면 컴퓨터의 CPU와 그래픽칩, 입출력 칩셋을 합쳐서 저전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AP다. 애플 아이폰의 A4칩이나 퀠컴의 스냅드래곤 등이 상품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AP는 모바일 시장의 확대과 함께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이병헌이 나온 팬택 베가 레이서의 선전처럼 두 개의 카트를 밀고 가는 듀얼코어를 강조하기도 한다. 바로 이 칩 하나가 사용자가 느끼는 쾌적함과 편리함을 주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AP를 만드는 회사는 여럿이 있다. 노키아에 주로 공급하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기존 컴퓨터칩의 거인 인텔, 프리스케일, 그래픽 칩 회사 엔비디아, 통신칩 회사 퀠컴 등이다. 이들은 저마다 미래를 향한 로드맵을 토대로 발전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삼성도 다른 가전브랜드를 통합하는 추세에서 굳이 엑시노스란 새 브랜드까지 만들여 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로서는 퀠컴이 가장 앞서고 있지만 약점은 전부 있다. 엔비디아가 보다 미래의 가능성이 크다. 아예 이들 회사에 라이센스를 주는 원천기술 회사 ARM도 그래픽 부분까지 욕심내며 자체 기술을 쓰려하지만 성능은 욕심만큼 나와 주지 않는다. 최근 삼성의 갤럭시S2의 그래픽 성능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것이 생소한 ARM 그래픽 기술이기 들어가서다.

어쨌든 꾸준히 각광 받게 될 AP시장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어째서 애플은 비교적 평이하거나 낮은 사양의 칩에서도 좋은 사용자경험을 제공할까. 그 비결은 바로 이 AP와 운영체제를 밑바닥부터 제어해서 최적화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강의에서는 이 발전사를 알게 됨으로서 개발자들이 얻을 이익을 상세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5) 마지막으로 4G 이동통신 기술 개요에 대한 김희철 강사의 시간이 있었다. 이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내용이 많았다. 정보통신이 옛날 전공이었던 나조차도 잘 알아듣지 못한 부분이 많았는데 아마도 이 자리에 나온 다른 개발자에게는 더 깊은 지식을 전해줘서 유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선 통화품질 부분에 대해 강사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의 페지가 이론적으로는 망 품질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바로 폐지가 어렵기에 차세대 통신망인 롱텀에볼류션(LTE)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천천히 없어질 것으로 보았다.


너무 기술적인 내용을 제외하고 가장 흥미있던 부분은 현재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T와 경쟁자 KT의 대결구도였다. 양 회사가 서로 다른 부분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따라 차세대 통신망을 추진하는 방법도 다르다는 것이다.

기존에 네스팟 등 유선과 연결된 와이파이망을 많이 깔아놓은 KT는 상대적으로 뒤지는 무선망을 보완하기 위해 우회망으로 불리는 와이파이망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무선망에 자신이 있는 SKT 펨토셀이라고 불리는 '가지고 다니는 기지국' 에 집중한다. 에그와 비슷한 모바일 라우터 개념인데 이것으로 무선망에 가까운 서비스로서 사용자의 데이터 요구에 응답한다는 것이다.

엘지는 한번에 LTE로 넘어가는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이다. 어차피 LTE를 전국에 전부 한꺼번에 설치할 수는 없기에 당분간은 인구밀집지역 등에 커버리지 개념으로 보급될 전망이다. 또한 LTE는 음성을 지원하지 않기에 별도의 기술을 써서 지원해야 한다.


대학의 꽉 찬 하루 강의처럼 10시반부터 6시 반까지 점심시간을 두고 진행된 이 날 강의는 단 한번으로 국내외의 최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흥미가 있는 일반인도 들으면 상당히 유익한 강의라고 생각된다.

현재 SK텔레콤에서 이런 식으로 T아카데미를 통해 무료 강의를 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관련 내용을 소개해 본다. (출처: SK아카데미 홈페이지)

SK텔레콤은 ‘개방’과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동반 성장을 이루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함께 진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라는 성장 목표아래 ‘상생혁신센터’ 체제를 갖추고 중소기업, 개발자 등과 자사의 기술을 개방∙공유해 나가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스마트 시대 전문 개발자 육성을 위해 T아카데미를 설립했다.

강사료, 교재비 및 체계적인 IT 실무 교육 등 교육 과정 전반을 무료로 제공하며 국내 모바일 에코시스템이 건전하게 자리잡는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설립 이후 총 4,027명의 수강생을 배출하며 1인 창조기업 활성화, 중소 IT 개발사의 업무 역량 향상을 돕고 있다.


이런 T아카데미의 무료 강의 중 이번 ‘열린 특강’은 그 첫 세미나로 개최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매달 진행되는데 다음 달인 7월의 주제는 ‘소셜미디어’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신청해서 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