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의미는 가진 자가 횡포를 부리는 세상이라는 뜻인가? 요즘 한국사회에서 나오는 뉴스에는 참 실소를 머금게 하는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국제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과자회사들은 아우성을 친다. '밀가루 값이 올라서 가격인상을 안하면 도저히 운영을 할 수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밀가루 값이 내려서 가격을 내리라고 하면 갑자기 '사실 밀가루값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고 한다. 아니, 그러면 별로 높지도 않는 비중의 밀가루 가격이 올랐을 때는 왜 그리도 난리를 쳤단 말인가?



비단 이것은 과자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의 모든 필수품 생산자들은 비슷한 논리로 자기 이익을 챙기고 있다. 솔직히 이미 논리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저 자기 이익을 더 보겠다는 이기심을 덮으려는 변명일 뿐이다.

요즘 우리가 쓰고 있는 휴대폰 - 특히 스마트폰의 이용요금이 너무 과하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해마다 엄청난 순이익을 보며 거액의 광고와 보조금을 뿌리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에 대해 국민들이 기본료만이라도 좀 내려서 사회에 도움을 주는 게 어떻겠냐는 요구가 있다.

이것은 굳이 무슨 부탁이 아니다. 아무리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자본주의라도 지나친 폭리나 비논리적인 요금체제는 지적받을 수 밖에 없다. 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 문자 메시지에 대해 꼬박꼬박 요금을 받는 이통사의 문제점은 이미 누차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통사들이 작정하고 이런 요구에 반발했다. 더구나 KT의 회장은 꿈까지 언급하며 기본료를 인하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출처)



정치권의 이동통신 기본료 인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KT와 LG U+가 기본료 인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SK텔레콤은 요금조정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를 받는 사업자여서 정부의 요금개입 여지가 남아 있지만 KT와 LG U+는 요금변경을 신고만 하면 되는 사업자로 정부의 개입 여지가 없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이석채 KT 회장은 26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합병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가 없으면 고도화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들이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요금을 내리겠지만 통신회사들의 미래 서비스에 대한 포부도 꿈도 접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이동통신 기본료 인하에 대해 "기본료는 미래 투자를 감안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KT가 통신요금 신고 사업자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완곡하게 기본료 인하 요구에 대한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이런 입장은 LG U+도 마찬가지다. LG U+는 생존 차원에서 기본료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LG U+ 고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LG U+의 이동통신 관련 수익은 어림잡아 500억원 남짓인데, 900만 가입자의 기본료를 1000원씩 인하하면 연간 108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어 단번에 순익이 적자로 돌아선다"며 "사업을 할수록 적자폭이 커지는데 기업이 버틸 수 있겠느냐"고 기본료 인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냥 '기본료를 인하하면 우리 순이익이 줄어드니까 그건 싫다.' 라는 정도가 속내일 텐데 이젠 굳이 미래와 꿈까지 언급하는 게 참 구차하게 보인다. 과연 여기서 내세운 논리가 맞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휴대폰 기본료 인하불가, 누구의 꿈인가?

1) 통신사업자가 새로운 설비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지 않아도 지장없고 오히려 손해가 나는 건데 국가와 민족을 위한 사명감에서 무리해서 하는 것인가?

그게 아니다. 미래설비에 투자하지 않으면 다른 경쟁 사업자에게 뒤져서 도태당하니까 하는 것이다. 또한 일자리 창출은 회사가 돌아가려면 당연히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것이다. 고용창출로 인한 정부의 세제 특혜도 있다. 아니면 무슨 로봇을 쓰는 회사인데 억지로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게 아니다.

소비자가 착취당하면서 내는 요금으로 구축하는 미래설비 따위는 필요없다. 소비자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미래설비 투자나 일자리 창출? 안해도 장차 먹고 사는 데 지장없겠다 싶으면 안해도 된다. 애당초 그걸 위해서 부당하게 기본료를 더 내라는 데 동의하며 요금내는 소비자는 한명도 없다.



2) 엘지 유플러스의 발언은 더 가관이다. 겨우 기본료 천원 내리면 대번에 흑자규모 만큼의 적자가 되어 버리는 수익구조라니. 그건 경영을 방만하게 하고 있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기본료를 천원 내려도 절대 적자는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과도한 프로모션이나 광고비용을 절감하거나 직원들 월급을 깎아서라도 흑자를 만들게 분명하다. 회사란 본래 들어오는 수입을 예상하면서 운영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 기본료 가운데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설비투자 등의 핵심 투자에 들어가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그런 투자보다는 대리점에 주는 보조금이나 판매장려금, 타사 위약금 대납 등의 쓸데없는 영업비용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비용을 다 포함한 자사 경영구조를 개선할 생각은 안하고 기본료 천원으로 적자된다는 말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꿈까지 언급한 이번 발언에 대해서 나는 한번 이렇게 묻고 싶다. 사용자들의 기본료 천원을 굳이 내리지 못하겠다면서 유지하려는 그 '미래'와 '꿈'은 대체 누구의 꿈인가?

한쪽에서 과다한 통신요금에 허리가 휘는 소비자가 괴로워하면, 다른 한쪽에서 밀가루값 핑계처럼 통신설비와 영업비를 펑펑 써대면서 엄청난 영업이익에 즐거워하는 통신사업자가 있다. 대체 그런 미래 상황은 누구의 꿈인가? 적어도 내 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