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을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거시적인 흐름을 진단함으로서 작고 세세한 움직임을 정리하는 방법과, 작은 움직임을 자세히 분석함으로서 거시적인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하나의 스마트폰을 놓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의 스마트폰 현실, 나아가서는 인터넷 사회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초였다.



그 스마트폰이 무엇일까? 바로 삼성의 새로운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S2다.
이번에 발표된 갤럭시S2는 여러가지 면에서 뛰어난 제품이다. 우선 1.2Ghz 의 듀얼코어가 사용된 삼성의 최초의 스마트폰이고 화면 크기를 4.3 인치로 키웠다. 그런데도 두께는 더 얇아졌고 후면 800만 화소의 카메라가 채용되고 전면에는 200만 화소의 카메라를 넣었다. 주요 스펙을 잠시 소개한다.

운영체제 : 구글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
프로세서 : 1.2 GHz Dual Core C210
디스플레이 : 4.3인치 슈퍼 아몰레드 플러스(Super AMOLED Plus) WVGA(800X480) 정전식터치
메모리 : 16/32GB + microSD (up to 32GB)
카메라 : AF 800만 / LED 플래시 / 전면 200만
비디오 : 코덱 MPEG4/ H.264/ H.263/ DivX VC-1
동영상 재생 : FULL HD(1080p)@30fps 동영상 촬영 : FULL HD(1080p)@30fps
오디오 : MP3, AAC, AAC+, eACC+
블루투스 : Bluetooth? technology v 3.0 + HS
와이파이 : Wi-Fi 802.11 (a/b/g/n)
크기 : 125.3 x 66.1 x 8.9mm,
무게 : 121g (배터리 포함)
배터리 : 1650mAh
센서 : Accelerometer, Light, Digital Compass, Proximity, Gyroscope sensor
USB 2.0, NFC Connectivity (Optional), MHL, DLNA (AllShare), 3.5mm 이어 단자, 소셜 허브, 뮤직 허브, 리더 허드, 게임 허브, Samsung TouchWiz




원래 나는 주요 스펙을 이렇게 나열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기술을 잘 모르는 초보자의 시선에서 보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렇듯 스펙을 나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갤럭시 S2의 이번 제품이 드디어 경쟁제품으로 의식하는 아이폰의 스펙을 완벽하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뒤늦게 시작해서 따라잡는 전략이 장기인 삼성의 노력이 한단계를 수행했다고 본다.

물론 아이폰 역시 5가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이폰4와 갤럭시S의 발표시기는 같았었다. 그때의 성능은 아이폰의 우세였다. 하지만 발표시기가 이번에는 달라졌기에 아이폰과 갤럭시는 당분간 엎치락뒤치락 하는 하드웨어 성능경쟁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갤럭시S2는 최신 스마트폰으로서 나름 훌륭한 스펙에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고는 평가를 듣고 있다. 출시 일주일만에 판매 27만대를 넘어섰다는 뉴스도 있다.(출처)

어쨌든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제품은 그냥 제품일 뿐이고 소비자는 스스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사서 쓰면 된다. 그런데 최근 네이버의 한 IT 파워블로거의 글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갤럭시S2에 대해 너무도 찬양글만 올라가는 것이 보기 안좋았다고 생각해서 단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제는 그 글의 제목이 '갤럭시S2의 몹쓸 단점 9가지' 였다는 점이다.



한국의 블로거는 그저 블로거일 뿐이다. 기자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고, 외국처럼 그 분야에서 전문가를 넘는 신뢰와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개인 의견을 실어놓은 것 뿐이었다. 다만 눈길을 끌기 위해 약간의 과장된 '몹쓸' 이란 표현을 제목에 넣은 것과, 9가지나 지적 했지만 정작 진짜 단점이라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숫자를 많이 잡기 위해 흠을 잡는 식의 지적을 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런데 그냥 개인 블로그의 가벼운 헤프닝 정도로 끝날 것이 갑자기 폭풍같은 반응과 전개를 일으켰다. 본래 삼성이란 기업을 싫어하는 네티즌과 옴니아2로 인해 삼성 스마트폰을 증오하는 네티즌, 그리고 몇몇 파워블로거들의 지나친 상업성에 짜증을 내는 네티즌이 폭발적인 찬성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이라도 단점은 찾아보면 나온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그 단점이 크게 보여서 구입을 주저하는 점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단순한 문제인데 외부적인 모든 감정과 사회적 의견이 쓰나미처럼 흐른 결과로 해당 게시물은 곧바로 뜨거운 격론장이 되었다.



역시 삼성답게 언론으로는 장점과 찬사만 하게 한다. 블로거를 매수해서 소비자를 현혹시키려 하더니 드디어 진실이 드러났다는 의견이 첫번째였다. 이어서 분명 갤럭시S2도 단점이 있긴 하지만 제목처럼 몹쓸 단점은 아닌데다가 9가지 가운데 동의할 만한 것이 두어개 밖에 안되기에 지나친 과잉흠잡기는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즈음해서 삼성전자의 홍보를 맡고 있는 제일기획에서 네이버에 연락해 해당 블로그글을 차단시켰다. 그러자 이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되어 수많은 2차 블로그 글을 낳기에 이르렀다.

현재 해당 블로그에는 삼성에서 보낸 해명메일이 공개된 채로 대충 정리가 되었다. 요는 절대로 블로거를 상대로 명예홰손관련 고소를 하거나 압력을 가할 생각이 없으며 해당 제품은 테스트용품이므로 제대로 나온 판매품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리뷰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갤럭시S2로 보는 한국 스마트폰 이미지는?

이런 일련의 사태는 대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 스마트폰 업계가 처한 현실과 제품 이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애초에 스마트폰이란 자체를 내놓고 싶어하지 않았던 모습과 해외에서 온 아이폰의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던 어두운 과거에 기인한다.

정보에 밝은 소비자들-특히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은 스마트폰을 내놓는 한국기업을 그다지 믿지 않는다. 기회만 되면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속여서 돈만 빼먹는 사악한 존재로 간주한다. 옴니아2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예전의 아픈 상처는 이런 움직임에 정당성마저 주고 있다. 이런 어두운 이미지가 아직도 한국 스마트폰에 덮여져있다.

삼성을 싫어하는 네티즌의 움직임은 부작용도 있고 과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일차적인 원인은 분명 삼성이 제공했다. 와이파이칩을 제거해가며 이통사와 함께 한국 소비자를 무시해왔던 행보와 옴니아2의 최근 보상문제까지 겹친 과거사 부분은 분명 좋지 못한 행동이며 아직도 적절한 조치나 사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서 한국 스마트폰 업계는 신제품 발표보다 우선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삼성은 옴니아2, 갤럭시A로 인해 언론플레이만으로 제품을 팔아먹는 악질회사로, 엘지는 옵티머스 초기 버전등으로 인해 제품만 마구 내놓고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는 외면하는 무책임한 회사로 낙인찍히는 현실은 정말로 씁쓸하다.

애초에 소비자들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부분, 억울하고 속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이야기했을 때 해당 기업이 제대로 소통하고 조치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갤럭시S2를 둘러싼 사건을 보면서 한국의 스마트폰이 처한 현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한국 기업이 제품이 아닌 신뢰와 존경을 파는 건 언제쯤이 되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