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쓰는 우화속 이야기가 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라는 말이다.
본래 닭은 새지만 멀리 날지 못한다. 그러니 개 입장에서는 날렵하게만 움직이면 단숨에 잡을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항상 닭은 약올리듯 개가 아슬아슬하게 닿으려고 하면 푸덕거리며 몸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예 쫓아올 수 없는 지붕 위로 슬쩍 날아 올라가는 것이다.



요즘 삼성과 관련된 뉴스들이 엄청나게 쏟아져나온다. 개개의 뉴스를 보면 그냥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지만 그 뉴스를 연결시켜 보면 상당히 웃음이 나오는 개그가 된다. 진지하고 냉정한 IT업계를 보면서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 건 상당히 유쾌한 일이다. IT블로거는 단지 제품리뷰나 딱딱한 뉴스 전달만 해야 한다고 누가 법으로 정해놓기라도 했던가? 이제부터 재미있게 뉴스를 하나씩 해석하며 연결해보자.

우선 삼성의 반도체 라이벌이었던 일본 업체들이 하나로 연합해 만든 엘피다가 첫발을 터뜨렸다. 치열한 미세공정 싸움이 벌어지는 디램 시장에서 엘피다가 획기적인 뉴스를 발표했다. (출처)

일본 엘피다는 세계최초로 25nm 공정 기술을 사용한 2Gb DDR3 DRAM 개발을 발표했다. 엘피다는 샘플링과 양산을7월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25nm DRAM 공정은 기존 엘피다의 30nm 공정에 비해 비트 당 셀 영역이 30% 줄고, 전력소모도 줄어 30nm 공정에 비해 작동 전류는 15% 줄고, 스탠바이 전류는 20%가 줄었다.



미세공정이 왜 중요하느냐 하면 미세해질수록 소모전류가 적고 고도로 집적화된 고용량 메모리를 싸게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엘피다는 그동안 삼성에 1년이상 기술이 뒤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게 밀려 퇴출될 위기에 처한 일본 업체들이 연합한 엘피다는 그나마 몸집을 키워 버티고 있다. 그런데 드디어 업계의 선두 삼성을 기술에서 앞지른 것이다!

이 뉴스를 본 네티즌들은 엘피다가 UFO를 한대도 아니고 두대 정도 주워 외계기술을 습득하지 않은 이상 이게 가능할리 없다고 의심했다. 또한 설령 실험실에서 가능했다고 해도 매년 적자를 보면서 자금력도 없는 엘피다가 무슨 돈으로 양산설비를 갖추겠냐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이 뉴스를 본 삼성이 우습다는 듯 바로 뉴스를 내보냈다. (출처)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20nm급 DRAM을 올 하반기 양산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올해 초 개발을 완료하여 양산 시기를 8월 말로 잡고 있다.



엘피다는 25나노인데 삼성은 20나노급으로 더욱 미세해진 공정을 이미 개발했고 양산만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앞질렀다고 자부하는 엘피다는 설사 저 뉴스가 사실이라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 그야말로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논 손오공 꼴이다.

비교적 허약했던 도전자 엘피다가 이렇게 한방에 케이오 되자 이번에는 거물이 올라왔다. CPU업계와 미세공정 부분의 최강자 인텔이다. 이번에는 엘피다와는 전혀 급이 다르다. 세계 CPU를 좌지우지하는 데다, 연간 엄청난 흑자도 보고 있는 인텔이 삼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바로 차대 반도체 생산을 3D기술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출처)

인텔은 오늘 샌디 브릿지를 22nm 공정 기술로 이동한 아이비 브릿지를 공식 발표했다. 인텔은 세계최초로 22nm 3D 트라이 게이트 트랜지스터들 생산 기술을 발표했는데, 이는 스마트폰, 태블릿, 다른 울트라포터블 기기들을 위한 더 작아진 칩들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서버들과 데스크탑들을 위한 칩들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3D 트라이 게이트 트랜지스터들은 먼저 아이비 브릿지 프로세서들에 채용될 예정이다. 이 프로세서들은 저전력 (50%)과 성능 면 (37%)에서 큰 향상을 제공한다.




내가 어제 올린 포스팅속 인용 기사내용이 맞다면 인텔은 애플을 사이에 두고 삼성과 경쟁자 관계가 될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앞선 기술로 삼성의 기를 꺾고 한껏 힘자랑을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요즘 여기저기서 태끌을 받으면서도 전부 받아치며 싸우는 삼성도 그리 만만치 않다. (출처)

인텔의 트라이게이트는 기판 위에 정육면체 형태로 세우는 3차원 입체 구조를 갖췄다. 인텔은 이 방법을 이용하면 기존 칩 제조 때에 비해 전력소비량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고 반도체 회로 간격을 더 좁힐 수 있어 집적도가 높은 대용량 칩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이미 3D 반도체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작년 12월 삼성전자는 메모리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3D-TSV(Through Silicon Via)기술을 적용한 8GB(기가바이트) DDR3(Double Data Rate 3) DRAM모듈을 개발했다.

삼성은 이미 작년 12월에 3D기술을 적용해서 반도체를 개발했으며 양산만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인텔이 걸어온 기술력 도전에도 아주 가볍게 응수한 셈이다. 한쪽에선 일본과 한쪽에선 미국과 싸우고 있는 삼성인데도 오히려 아주 느긋해보인다. 삼성으로서는 3D? 그거 티비 말이냐? 라고 농담을 해도 될 정도다.
 



삼성, 엘피다와 인텔을 지붕 쳐다보게 한다?

결국 이 정도면 되겠지. 라고 회심의 일격을 내놓은 엘피다와 인텔만 꼴이 우스워졌다. 나름 삼성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발표했는데, 삼성은 이미 개발 다 해놓고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기술들이었던 것이다.

해외전문가들 가운데 상당히 한국업체에 비판적인 인사조차도 삼성의 반도체 기술력만은 인정한다. 여간해서 쉽게 뒤집히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는 것이다. 살금살금 다가와서 덮치려고한 엘피다와 인텔을 살짝 뿌리치고 느긋한 지붕위에 올라간 닭같은 삼성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는 건 그저 한 편의 우화가 생각나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