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성공한다고 해서 그에 딸린 다른 것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게임기가 잘 팔린다고 해서 반드시 거기에 별매로 딸린 콘트롤러까지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기본으로 딸린 컨트롤러 하나밖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MP3플레이어가 잘 팔린다고 해도 반드시 그 안에 들을 음악파일이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사람들이 음악을 사서 들을 지 그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음악만 넣어 들을 지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만든 아이팟은 분명한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매력적인 클릭휠과 함깨 나온 아이팟은 다른 유사한 MP3플레이어를 제쳤다. 그리고 아이팟에 연동된 아이튠스는 수없이 인터넷에 유포된 불법복제 음원을 몰아내고 정식 유료 다운로드 사이트로 자리를 굳혔다.

거기에 고무된 탓일까. 아이패드란 거실용 컨텐츠 소비기기를 내놓은 스티브 잡스가 이번에는 위기에 빠진 책과 잡지 시장을 살리겠다고 선언했다. 인터넷에 무료로 깔린 정보와 뉴스, 각종 웹진을 정리하고는 보다 정돈된 전자책과 잡지를 돈 받고 거래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였다. 아이패드는 나름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잘 팔려나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패드가 노린 전자책 시장을 많이 기대했다.

그러나 초기에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아이패드는 아직은 그다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애플의 태블릿피시 아이패드는 2010년 4월 출시 이래 지난 연말까지 1000만대 가까이 팔려나가며 지구촌에 태블릿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넓은 화면과 터치를 통한 직관적 조작방식, 편리한 콘텐츠장터 등 애플의 생태계를 장점으로 내세운 아이패드는 디지털 시대에 위기에 처한 잡지 등 종이매체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최근 공개된 미국 발행부수실사협회(ABC) 자료에 따르면 아이패드용 와이어드의 판매는 7~9월 3만1000부, 10월 2만2000부, 11월 2만3000부로 하향 추세를 보였다. 다른 잡지들도 유사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아이패드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곳곳에서 '올해의 기기'로 선정되는 등 이용자층이 확대됐지만, 정작 아이패드를 통한 잡지 판매량은 구매 대상자가 늘어날수록 오그라드는 대조적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가장 큰 부담은 무선랜(WiFi)이나 이동통신망을 통해 호별로 내려받아야 한다는 데 있다.

가격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4.99달러인 이들 잡지는 종이잡지의 값과 차이가 없다. 아이패드에서는 과월호 잡지도 담아두고 언제나 볼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지만, 인터넷과 달리 검색이 되지 않아 유용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진짜 장벽은 인터넷의 무료 콘텐츠다. < 타임 > 은 매주 아이패드용 에디션을 5달러에 판매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큰 시차 없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통해 동일한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아이패드 자체는 분명 성공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단지 크기만 큰 아이팟터치가 아니라, 태블릿이란 한 장르를 개척했다. 그렇지만 아이패드와 같이 가야할 유료 전자책은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위에서 그 문제점을 여러가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자잘한 이유에 불과하다. 아이패드와 아아폰을 이용해 뉴스와 정보를 보는 데 일일이 돈을 주고 결제를 해서 이용하는 사람이 많기를 바라는 게 애플과 책 공급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다르다. 가뜩이나 벌기 어려운 돈을 왜 일일히 지불하고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가 하는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이패드로 즐기는 독서의 대부분은 유료보다는 소비자가 스스로 가진 기존 텍스트 파일을 변환하거나 웹에 연재된 글을 긁어온 무료 컨텐츠다. 잡지 역시 몇 가지가 나와있지만 단순한 PDF형태의 변환잡지에 불과하다.

아이패드와 전자책 열풍은 거품현상인가?



벌써부터 언론에서는 아이패드의 전자책이 실패했다거나 애초에 거품이 많았다고 간주하려는 듯 하다. 어차피 독자들은 공짜를 원하고 웹이나 주위에 널려있는게 공짜인데 유료로 구입해서 볼 메리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무료로 널린 정보를 없애면 유료로 볼 거라는 강경론까지 나왔다. 저 뉴스의 맨 마지막을 보자.

따라서 모든 우회로를 봉쇄하려는 시도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3000만달러를 투입해 아이패드 전용 신문 < 더 데일리 > 를 올해 초 선보일 예정이다. < 더 데일리 > 에 실린 콘텐츠는 인터넷이나 구글에 의해 검색되지 않는게 특징으로 아이패드에서만 볼 수 있다.

과연 이런 시도가 성공할까. 나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지금 전자책 부진의 근본원인은 온라인 컨텐츠의 특성을 이용하지 못하는 기존 산업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잡지와 책을 보자. 1) 일단 구입할 때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2) 사고 나서 천천히 읽는 것을 전제로 만들고, 3) 종이책에 기반해서 모든 페이지 배치와 글자 배치를 하고 있다. 기반이 전자매체로 옮겨갔음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아이패드를 포함한 태블릿이 만들어야 전자책 시장은 보다 광범위한 수익모델과 스마트한 유통구조, 전자기기 특성을 살린 지면배치가 필요하다. 이것을 위해서는 1) 온라인 광고 등에 기반해서 책값을 확 낮추거나 아예 무료로 만들고, 2) 다이나믹한 전개와 배치를 통해 전자책이라는 인상을 분명히 드러내고, 3) 게임 등에서 교훈을 얻어 보다 많은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형태라야 한다.

아이패드는 단지 단말기일 뿐이다. 그 위애서 컨텐츠에 구입할 매력을 주는 것은 각자 사업자가 할일이다. 단지 사과마크의 멋진 플랫폼에 얹었으니 뭐든지 잘 팔릴 거야 라고 생각해서는 애플도 컨텐츠 공급자도 모두 불행해진다. 아이패드가 열어낼 전자책 시장은 거품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매우 길고 험한 과정을 거쳐야 할 힘든 꿈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