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삼성이 처음 e북 리더 시장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나는 상당히 놀랐다. 왜냐하면 삼성이란 기업이 무엇을 할 때는 매우 치밀한 시장조사와 계획을 거치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분야를 삼성이 안하고 있었다면 그건 나름 별로 돈이 되지 않고 전망이 없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새로 뛰어든다면 나름 시장의 수요가 있고 돈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출판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e북 리더 시장이 과연 삼성이 노릴 만큼 파이가 커지거나 전망이 밝은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 대답은 다분히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삼성이 뛰어든 것일까. 관련 뉴스를 살펴보자. ( 출처 : 이티뉴스  )


삼성전자는 ‘파피루스’로 명명된 e북 단말기를 교보 등 국내 대규모 서점에서 콘텐츠를 제공받는 식으로 오는 6월께 선보일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초기 물량은 3000대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선보인 이후 지난 24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1회 삼성구주포럼에서 재차 선보이는 등 e북 단말기 시장 진출을 가시화해왔다.

세계 e북 시장은 매년 3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40억9700만달러(약 5조4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던 e북 시장이 오는 2012년까지 그 세 배인 111억9100만달러(약 14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단말기 시장은 아마존에서 내놓은 킨들이 지난 2월 2세대 모델까지 나와 가장 인기가 높으며 소니도 e북 단말기를 출시했다.

답은 이 뉴스 가장 나중 부분에 있었다. 바로 아마존에서 내놓은 e북 리더 <킨들>이었다. 이 단말기가 폭발적 성장을 거두며 아마존의 컨텐츠와 함께 세계시장을 휩쓸었다. 그러자 소니와 마찬가지로 삼성 역시 수요가 커지는 e북 리더 시장을 아마존이 독식하게 놔둘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자세한 시장 조사보다는 킨들의 히트에 자극받은 견제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건 피상적인 e북리더의 성장이 아니었다. 컨텐츠를 함께 가지고 있는 아마존의 전략대로 전자책의 수요 자체가 점점 늘어나며 다양한 전자책을 공급해주는 업체의 단말기도 사준다는 경우였다. 즉 책을 보기 위해 단말기를 산 것이지, 결코 단말기 자체가 탐이 나서 구입한 게 아니란 뜻이다.

나름 삼성도 이 점은 알고 있었던 듯 보인다. 그래서 단말기 격인 e북리더만 내놓지 않고 교보문고 등과 연합해서 컨텐츠도 확보하려고 애썼다. 파피루스는 그래서 삼성이란 배경을 업고 상당히 의욕에 찬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애플이 내놓은 <아이패드>였다. 생김새나 성능은 아이팟 터치를 납작하게 눌러 10인치 가량으로 만든 정도에 불과하지만 애플은 이것을 전자책이 가능한 종합 가정용 단말기이자 컨텐츠 소비도구하고 널리 선언했다.

스티브 잡스의 환상적인 발표회에도 불구하고 첫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적에 전문가들은 비록 S-IPS의 훌륭한 시야각과 색감 등 품질은 훌륭하지만 눈의 피로와 무게 등으로 인해 전자책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후에 이어진 아이패드의 성공은 전문가와 기존 전자책 업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아이튠즈와 비슷한 아이북스를 압세운 애플은 MP3음악 때와 마찬가지로 전자책과 잡지, 신문이란 컨텐츠를 유통하는 허브이자 중개인을 자임했다. 볼 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하면서 내미는 애플의 아이패드란 단말기는 당연히 매력이 넘쳤다. 심지어 그다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웹서핑이나 아이폰 앱 사용 등의 메리트까지 제공했다.



그래서 한동안 애플 아이패드와 전자잉크를 사용한 e북리더의 대결이 기대됐다. 그러나 뉴스를 보니 그 대결은 의외로 싱겁게 끝나가고 있다. ( 출처 : 한국경제  )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내놓은 단말기(SNE-60K)를 끝으로 전자종이 패널을 쓰는 e리더를 더이상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종이 패널은 공급처가 몇 곳에 불과한데다 가격이 비싸 더이상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내년 내놓을 후속 모델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이용한 멀티미디어 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리더의 입지가 위협받는 이유는 제한된 기능 탓이다. 패널로 사용하는 전자종이는 LCD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화면 전환 속도가 느려 페이지를 넘길 때 화면이 어색하게 깜빡이는데다 패널 가격이 비싸 단말기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영화 · TV ·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태블릿,스마트폰 등에 비해 활용성도 크게 떨어진다.

한 마디로 삼성 e북리더는 아이패드에 밀려서 퇴출된 것이다. 다음 제품으로 내놓을 다목적 멀티미디어 기기란 아마도 갤럭시 탭을 가리킬 가능성이 크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것은 삼성 e북리더가 애플 아이패드에 비해 3가지 점유율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1. 시간점유율.

현대는 제품간에 더 이상 전통적인 시장점유율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은 시간점유율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닌텐도 콘솔 게임기의 라이벌은 의외로 나이키 운동화라고 한다. 한정된 여유시간에 집에 앉아 게임을 하느냐, 아니면 가까운 공원을 뛰느냐는 선택이 바로 두 제품의 매출을 가르며 상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삼성의 e북리더는 아이패드와의 대결에서 이 시간 점유율에 밀렸다. 흑백에 제한된 기능의 전자잉크를 쓰고, 고가인 삼성 단말기 VS 컬러에 다양한 기능, 멀티미디어와 앱, 키보드까지 사용가능한 아이패드를 들고 어느 쪽에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낼 가치를 느낄까?

2. 비용 점유율

우리는 쓰고 싶은 두 제품이 다 고가의 기기일 경우는 선택을 한다. 한 가지는 사고, 한 가지는 포기하거나 연기한다. 그럴 경우에는 한정된 돈을 들여서 얼마나 그 기기를 오래 많이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삼성은 그 이름값 때문에라도 저가 단말기를 만들지 않고 내놓을 수도 없다. 따라서 삼성의 e북 리더는 당연히 비쌀 수 밖에 없다. 반면 아이패드는 비싸긴 해도 제공하는 기능에 비하면 상당히 싸고 매력적인 가격이다. 둘 다 살 만큼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는 사람의 선택은 아이패드로 갈 수 밖에 없다.

3. 무게점유율

시간과 비용 점유율에서 밀려난 기기는 서브기기로서 부담없이 싼 가격으로 내림으로서 활력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지금 전자책에서도 10만원대 후반 가격의 단말기도 있고, 아마존에서는 심지어 10만원대 초반의 e북 리더도 내놓았다.

그러나 심지어 공짜로 풀게 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모바일이란 한계인 인한 무게점유율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는 부피와 무게에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편한 마음으로 가볍게 다니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인데 아이패드로 웹서핑과 앱을 즐기다가 책을 보려니 다른 손으로 가방을 뒤져 삼성 e북 리더를 꺼낸다는 건 멋있지도 않고 끔찍하다.

21세기가 된지도 꽤 된 터에 스마트폰, 타블렛, 전자책, 카메라 등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사람이 미래의 밝은 면을 보여주는 표본이 될 수는 없다. 단 한 개의 우수한 단말기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욕구가 바로 무게 점유율의 싸움을 만든다.

아이패드가 삼성 e리더를 몰아낸 것인가?


삼성은 이런 모든 요소에서 아이패드에 밀리고 말았다. 그 증거는 저조한 판매대수로 나타났다. 따라서 삼성의 e북 리더 철수는 아이패드의 성공이란 빛 뒤의 그림자다.

결국 이런 이유로 해서 미래에는 점점 모든 기기가 다시 통합으로 향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전문성을 가진 기기가 살아남기는 점점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비결은 결국 운영체제와 활용성이다. 얼마나 우수한 운영체제로 편하고 좋은 활용성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삼성의 e북 리더 철수는 이런 점을 상기시키며 아이패드의 사용자 중심 전략이 옳았다는 걸 알려주었다. 삼성은 앞으로 이것을 교훈으로 삼아 보다 더 좋은 기기로 도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