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부터 <조삼모사> 농담 한 마디 하고 가자.

사람: 새로 산 스마트폰에서 액정에 문제가 생겼어. 화면이 누렇게 뜨는데?
원숭이: 뭐 그런 회사가! 당장 불매운동해야 돼!
사람: 아이폰4 인데?
원숭이: 그 액정부품 어디서 납품했지? LG는 책임져라!

사람: 신제품 휴대폰이 안테나에 문제가 생겼어. 손으로 감싸쥐면 통화가 안돼.
원숭이: 소비자를 베타테스터로 아는 회사군! 그런 회사는 망해야 돼!
사람: 아이폰4 인데?
원숭이: 원래 안테나 특성이 다 그렇다며? 잡스형 말대로 안 잡은 네 잘못이야!

 
이건 분명히 내가 지어낸 농담이다. 그러나 씁쓸하게도 그저 농담이 아니다. 어제와 오늘에 걸쳐 아이폰4 관련 게시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애플이 이번에 화려하게 발표한 아이폰4가 결함이 있는 것 같다는 정보가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중립적 입장에서 괜한 오해를 사기 싫고 혹시나 사소한 개별결함일 수 있으니 언급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점점 올라오는 많은 정보들은 이것이 더이상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는 증거가 되었다.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 불에 기름을 붓는 듯한 기사가 등장했다.

아이폰4가 폭발적인 인기 속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운데 사용자들이 아이폰4의 메탈 테두리 부분을 잡고 있을 경우 통화 감도가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결국 한 네티즌이 이메일을 통해 스티브 잡스에게 "대부분 아이폰4 사용자들이 메탈 테두리를 잡고 있을때 통화 감도가 크게 떨어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현상에 대해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이메일을 통해 "문제될 것 없다. 테두리 부분을 잡지 말아라"라고 답변했다.

스티브 잡스는 다른 이메일을 통해 "휴대폰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안테나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이건 모든 휴대폰 제조사들이 다 동일하게 갖고 있는 문제다. 아이폰4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아이폰4를 잡은 손이 문제다. 만약 아이폰4를 사용하면서 통화 감도가 크게 떨어진다면 메탈 테두리 부분을 잡지 말거나 이 부분을 가릴 수 있는 별도의 케이스를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애플측은 이 같은 스티브 잡스의 발언이 공식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무슨 독재국가의 관료가 해주는 민원처리를 구경하는 느낌이다. 친절함이나 스스로의 잘못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다. 그저 소비자가 잘못 생각하고, 잘못 쓰고 있는 거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지금 관련 공간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이런 와중에도 막무가내로 애플편을 드는 <소비자>가 있다는 점이다. 무시당한 소비자가 도리어 생산자와 개발자 편을 드는 이런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 현상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내가 애플을 언급하며 의식적으로 피하려 했던 부분은 <애플빠>, <애플쉴드> 같은 부분이었다. 이것은 다분히 상대를 낙인찍는 행동이며 정당한 논리와 비판을 방해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 오면 정말로 나는 애플이 단순한 문화현상을 넘어 무슨 테크놀로지 종교집단은 아닌가 하는 의심에 빠진다. 스티브 잡스를 교주로 하고 애플제품이라는 성물로 세례를 받는 신도 집단 말이다.

과거 애플은 힘든 시기가 있었다. 애플2의 판매가 감소되면서 리사가 극도의 판매부진을 보였을 때, 매킨토시가 윈도우PC에 밀려나며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을 때 등등 위기도 많았다. 그 시기를 견뎌준 것이 사실 맹목에 가까운 팬보이들의 힘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애플의 생존과 부흥에 도움이 된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소비자 대응과 서비스에 거만하고 소홀해도 알아서 혁신제품만 만들어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사준다고 간주하게 된  부정적 측면도 초래했다.

지금 아이폰4를 둘러싸고 잡스와 애플이 보여주는 소비자 응대는 그런 면에서 애플이 가진 결함을 보여준다.


애플의 진짜 결함은 제품이 아니라 마인드다.

정말 중요한 건 아이폰4 라는 개별 제품의 결함이 아니다. 그런 물리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된다. 하지만 이런 애플의 기본적 서비스 마인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본래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것 몫지 않게 고객응대나 서비스도 잘해줘야 한다. 그래야 제품이 팔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품만 좋으면 알아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해결하면서도 열광해주면 그 어떤 기업이 나머지 문제에 신경을 쓰겠는가?

비슷한 예를 정치에서 들어보자. 어떤 이유에서든 특정 정당만 무조건 뽑아주는 지역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그 지역에서 출마하고 당선된 정치인이 그 지역 사람에게 잘보이려고 하겠는가? 아니면 그 정당에만 잘보이려 하겠는가?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정당만 보는 유권자는 철저히 무시당할 것이다. 지금 한국의 현실 정치를 좀 아는 사람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제품 개발 능력을 뺀 애플의 마인드는 낙후된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파는 걸 소비자가 항의했다고 치자. 그게 대형마트면 빅뉴스다. 사과는 필수고 책임있는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애플이란 구멍가게 에서는 주인이 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고, 당신이 알아서 유통기한 확인해서 안 지난 걸 골라사면 될 거 아니냐? 누가 억지로 사라고 했냐? 싫으면 딴데 가라! 이런 응대가 된다.


이런 마인드 문제의 해결책은 소비자의 각성에서 나온다. 소비자들이 단지 제품을 안사는 것만으로 그치지 말고, 항의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기해야한다. 불매는 최종선택일 뿐이다.

물론 애플은 소비자가 각성 못하게 하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안다. 제품을 매력있게 잘 만드는 것이다. 디자인도 좋고 그 안의 기능에 혁신을 마구 넣는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제 아무리 무시받으면서도 <제발 제품 좀 팔아주세요.> 라는 식으로 자기돈 내고 사면서도 애걸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걸 자기 선택이니 상관말라는 식으로 말하며 도리어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을 이상한 인간으로 간주한다.

이쯤되면 이건 소비자와 생산자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집단과 신자의 문제니까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나는 예를 들어 기독교를 열심히 믿는 사람에게 성서의 어떤 점이 현실성이 떨어지므로 의심해봐야 하는지 지적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건 그 사람의 믿음이고 나는 내 믿음을 가질 뿐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신자가 아닌 소비자라면 단지 좋은 제품을 낸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정당한 항의가 무시되는 이런 상황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이래서는 백만년이 지나도 애플은 계속 이런 식으로  절대로 안바뀐다.

더구나 저런 수신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심하면 모르고 산 사람의 긴급한 상황에서의 생존문제도 될 수 있다.


극단적 예를 하나 들어보자. <그렇게 쥐지 마세요.> 라는 잡스의 말을 모르고 경고문구도 써있지 않는 아이폰4 를 산 사람이 오지나 산간지역 등에서 위기상황에 처했다고 치자. 아이폰을 꽉 쥐고 구조전화를 하려는데 안테나가 안떠서 결국 죽음을 맞게 된 이 사람에게 잡스의 나머지 혁신이 고마울까? 아니면 제품결함이 더 원망스러울까? 스마트폰은 어디까지나 기본은 폰이 아닌가? 제품결함이면 최선은 다해야할 것이 아닌가?


정 이 문제가 해결이 불가능하고 애플 말대로 사용자가 문제라면 앞으로 최소한 이 제품에는  <폰기능은 좀 약합니다. 긴급구조가 필요한 사람은 쓰지 마세요.> 라든가 <손으로 특정부분을 움켜쥐면 전화가 안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구라도 붙여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안그러면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는 수만건의 소송이 수백만달러 이상의 청구금액으로 제기될 테니까.

애플의 진짜 결함은 제품이 아니라 마인드다.

마지막으로 스티브 잡스의 발언 두 개를 비교해보자.


<그동안 사람들은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사실은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합니다.> - 아이패드 발표회장에서.

<문제될 것 없다. 테두리 부분을 잡지 말아라> - 안테나를 피해서 잡기 어렵다는 사용자에게 한 이메일 답변.

잡스는 분명 기술(안테나)이 사람(아이폰사용자)를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이메일에서는 사람(아이폰사용자)이 기술(안테나설계결함)을 따라잡으려 애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이 안테나에 맞춰라? 자기가 대체 무슨 말을 했었는지 모르는건가?


혹시 스티브 잡스는 메멘토인가? 농담이 아니다. 나는 지금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

P.S : 나는 이 글에서 일부러 <삼성>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제발 이런 글에 삼성은 더해요! , 삼성이나 먼저 까시죠? 이런 관계없는 삼자 끌어들이기 댓글은 안붙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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