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인텔]



최근 인텔과 관련된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애플이 인텔칩을 떠나 스스로 설계하고 제작한 M1 칩으로 모든 하드웨어를 옮긴다고 선언했던 일이다. 여러가지 분석이 있었지만 근본 원인은 매우 간단했다. 인텔칩이 높은 전력 소비에 비해서 제대로 된 성능을 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전력소모 고성능을 지향하는 애플에게 인텔칩은 해마다 성능향상이 별로 없으면서 이상하게 발열만 심하고 전력만 과도하게 소모하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필자는 그때 인텔이 커다란 위기상황을 맞았다고 해석했다. 단지 애플이란 파트너 하나가 떠난 게 아니라 관련 업계 전반에 걸쳐 인텔칩이 더이상 강력하지도 쿨하지도 않으며 시대에 뒤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냈기 때문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그동안 인텔칩을 관성적으로 구입해서 쓰던 벤더들이 AMD 칩이나 특화된 ARM기반 커스텀 칩 등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 움직임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인텔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텔은 역시 전통적인 강자답게 행동했다. 그동안 인텔은 모바일 열풍에 대처하겠다는 생각에 성능을 올리기보다 저전력 소모에만 집중 했었다. 그런데 인텔을 떠받친 주요 제조사의 요구는 일단 고성능이었다. 전력소모는 적으면 좋지만 그것이 고성능을 양보하면서까지 인텔에게 바라는 요소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인텔이 무리하게 그 노선을 걸은 결과로 인텔칩은 성능이 별로 나아지지 않으면서 반대로 전력소모조차도 어정쩡하게 많았던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었다.

2022년을 맞은 인텔이 5월 10일(현지시간) '인텔 비전 2022'를 통해 12세대 인텔 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7종을 공개했다. 이번 12세대 인텔 코어 HX 프로세서는 데스크톱 성능의 칩을 모바일 패키지로 제공한 플랫폼이다. 인텔은 게이머들을 위해 더 높은 프레임레이트를 제공하는 게이밍 플랫폼을 알맞는 활용처로 들었다. 이 밖에도  산업디자인(CAD), 애니메이션, 시각 효과와 같은 전문적인 작업 처리에도 이용될 수 있다. 

[출처: 인텔]


12세대 인텔 코어 HX 프로세서는 기본 전력 55와트(W)에서 프로세서 당 최대 16개 코어로 작동한다. 구성은 성능을 우선으로 하는 퍼포먼스 코어 8개, 저전력 소모가 특징인 에피션트 코어 8개다. 24 스레드, 최대 5GHz의 클럭스피드를 지원한다. 인텔은 멀티 스레드 워크로드1에서 처리 속도가 65% 빨라졌다고 발표했다. 고성능 퍼포먼스 코어와 에피션트 코어를 활용하는 인텔 스레드 디렉터 기술도 특징이다. 

이런 속도를 뒷받침하는 기능으로 최대 16개의 PCIe Gen 5.0, 전용 플랫폼 컨트롤러 허브(PCH) 기반의 4x4 PCIe Gen 4.0, 오류 수정 코드(ECC) 기능이 탑재된 DDR5/LPDDR5(최대 4800MHz/5200MHz), DDR4(최대 3200MHz/LPDDR4 4267MHz) 메모리 최대 128GB 지원, 인텔 와이파이6/6E (Gig+)2 규격을 내장했다. 이 칩을 탑재한 제품으로는 올해  10개 이상의 워크스테이션 및 게이밍 노트북이 델, HP, 레노버 등 주요 OEM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크리스 워커 모빌리티 클라이언트 플랫폼 총괄은 12세대 인텔 코어 HX 프로세서가 "백그라운드에서 3D 렌더링을 실행하는 동시에 다른 3D 에셋 작업도 반복해서 수행하는 등 전례 없는 까다로운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가 "게이머와 콘텐츠 제작자는 RAID를 지원하는 PCIe 5세대 같은 고대역폭 플랫폼 기술과 ECC 메모리를 통해 높은 수준의 시스템 데이터 무결성과 신뢰성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이다. 

이번 성능 향상이 게이머를 상당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또한 인텔측은 자료를 통해 일반 업무를 위한 성능뿐 아니라, 게이머들을 위해 더 높은 프레임레이트를 제공하는 게이밍 플랫폼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고성능을 원한다면 인텔칩이 정답이라는 전통적인 강점을 제대로 파고 들려는 의도다. 실제로도 기존 인텔 H시리즈가 최대 6+8코어구성이기에 성능코어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8+8코어 모델이다. 따라서 실제 성능도 충분히 따라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인텔 비전 2022는 게임 및 고성능 작업도구에 집중하며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용이라고 내놓으면서 코어 갯수를 그다지 늘리지 않고 전력소모와 발열은 제대로 잡지 못하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구조적으로 성능향상을 확실히 보장하는 설계를 적용하고는 게이밍 플랫폼 역할까지 전면에 내세웠다. 이제야 제대로 방향을 설정한 인텔의 향후 발전을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