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인텔]



지난 1월 5일부터 1월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가 열렸다. 매년 개최되는 행사지만 올해 발표를 조망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다시 떠오른다. 흔히 한국 시장이 경쟁이 부족해 제대로 기술이 발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미국시장 역시 상당기간 마찬가지였다는 점이다.  

이번 행사에서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주요 기업인 인텔, AMD, 엔비디아의 발표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제대로 경쟁하려고 하는구나'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한동안 일방 우위로 인해 경쟁의욕이 떨어졌던 이 분야에서 치열한 기술경쟁이 시작됐다는 점은 그만큼 소비자 혜택이 강화된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인텔은 데스크탑, 노트북용 12세대 코어 CPU를 추가로 출시한다. 여기에 맞는 B660, H670, H610 새 칩셋 탑재 메인보드도 함께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노트북용 H시리즈 CPU는 전력대비 성능이 전세대 대비 최대 50% 향상 되었다고 주장한다.

12세대 CPU는 i9, i7, i5, i3, 펜디엄, 셀러온 등 총 22종이다. 특히 i5 이하의 CPU에는 고성능 CPU처럼 성능별로 코어를 나누지 않고 고성능 P코어만 탑재된다. 모바일용 12세대 CPU는 게임과 콘텐츠 제작용 H시리즈(45W), 고성능 슬림 노트북 P시리즈(28W) 투인원이나 슬림 노트북용 U시리즈(15/9W) 같은 총 3개 제품군으로 분류된다.

기술적인 향상으로 모바일용 12세대는 6GHz의 와이파이6E를 지원하며 2.4GHz, 5GHz, 6Hz를 동시에 활용하는 더블커넥트 기술도 지원한다. 게임이나 영상통화는 5/6GHz로 윈도우 업테이트나 메신저는 2.4GHz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i9-12900HK CPU의 성능이다. 이 칩은 AMD 라이젠 9 5900HX나 i9-11980HK와 비교할 때 전력 대비 성능이 최대 50% 이상 향상됐다. 각종 앱에서도 성능이 체감할 정도로 높아졌는데 화제를 몰고 왔던 애플의 M1 칩이나 M1 프로, 맥스보다 전력 대비 성능이 좋아졌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AMD]


AMD는 노트북을 위한 신형CPU, GPU와 3D캐시 기술을 적용한 데스크탑 CPU, 새로운 아키텍처를 적용한 차세대 CPU를 내놓았다. Zen3+ 기반의 라이젠 6000시리즈는 6나노 공정으로 제조된다. 노트북용 CPU 최초로 2세대 RDNA 아키텍처 기반 그래픽을 탑재한다. 최대 5GHz의 속도로 작동하며 이전 세대와 비교해 종합성능은 1.3배, 그래픽 성능은 약 2배 좋아졌다.

노트북용 고성능 GPU RX 6000S 시리즈는 초박형, 초경량 노트북에 최적화한 저전력 고효율 GPU이며 올해 2월부터 ASUS, HP, 레노버 등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여기에 데스크탑용 그래픽카드 RX 6500 XT, RX 6400그래픽카드는 메인스트림과 엔트리급 모델로 나뉘어서 나올 예정이다. 

​또한 봄에는 AMD 3D V-캐시 기술을 최초로 적용한 라이젠7 5800X3D CPU가 나오게 된다. 기존 AM4 400, 500시리즈 칩셋 보드에 사용할 수 있으며 AMD 상위 모델보다 최대 36% 경쟁사 최신 CPU보다 최대 17% 향상된 게이밍 성능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하반기에는 Zen4 아키텍처와 5나노 공정 기반에 라이젠7000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며 AM5 소켓에 DDR5, 5세대 PCI 등 최신 기술이 탑재된다.

한동안 인텔에 비해 상당히 앞선 성능을 보여준 AMD는 그래픽 성능과 묶여서 제공되는 종합적인 가성비 시장을 확실하게 노린 타게팅을 보여준다. 실제로 AMD칩이 콘솔게임기 등에서 광범위하게 탑재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에서 계속 우위를 지켜갈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주력 제품인 고성능 그래픽 카드의 성능향상을 추구했다. 올해는 RTX 3080 ti를 탑재한 노트북도 나오는데 GPU메모리는 GDDR6 16GB가 들어가며 데스크탑용 타이탄보다 높은 성능을 보인다. RTX 3070 ti를 탑재한 노트북도 나올 예정이며 이 GPU들은 4세대 Max-Q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RTX 3050와 최고 수준의 성능인 RTX 3090 ti도 발표했다. RTX 3050은 2560개의 쿠다코어, GDDR6 8GB램, 128Bit 메모리 버스를 가지고 있으며 가격은 249달러로 1월 27일에 출시된다. RTX 3090 ti는 가장 빠른 21Gbps의 클럭을 가진 GDDR6X의 24GB 메모리를 가지고 있으며 1월 말에 공개될 예정이다.

단순히 게이머를 위한 그래픽 시장에 머무르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고성능 컴퓨터 및 센서 아키텍처를 포함하는 개방형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플랫폼을 채택하는 고객사들을 발표했다. 엔터테인먼트에 머무르는 현재 시장을 넘어서 미래시장으로 주목받는 자율주행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번 CES 2022의 발표내용에서는 반도체 시장에서 각 분야 1위 업체가 치열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텔은 칩 연구개발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2년 전에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내놓은 자체 개발칩 M1에 비교당하며 발열만 심하고 전력만 많이 먹는데 비해 성능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단기간에 이렇게 성능을 올렸다.

그동안 코어 개수는 올리고 미세공정에서 인텔에 앞서던 AMD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인텔이 제대로 성능을 올리게 되면 입지가 순식간에 좁혀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한 성능향상을 계속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외장 그래픽 카드 위주로만 집중하고 있기에 아래서부터 추격당하고 있다. 각 CPU 업체의 내장 코어의 성능이 일정부분 올라오면 엔트리급의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때문에 자율주행칩 같은 특화영역 개척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CES2022은 이렇게 치열한 시장 경쟁만이 발전을 낳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여기에 예외는 없다. 국내에서 나름 해당분야에서 적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메모리의 삼성이나 가전의 LG전자 등이 주목해야 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