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완전히 정착하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통신 선진국에서는 대세가 된 상황에서 한국도 조금 늦지만 큰 흐름에 합류한 것이다. 시작은 KT가 했지만 이어서 LGU+와 SKT가 합세한 데 이어 알뜰폰 업체까지 합류했다.


사실 알뜰폰 업체의 합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일반적으로 이통 3사의 요금제와 알뜰폰 업체는 중간(3만원~ 6만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체감상 비슷한 혜택에서 1만원~2만원 남짓의 차이가 난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통사의 데이터중심요금제가 요금을 올리지 않고 망내외 무제한 음성통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자 요금 차이의 효과가 거의 상쇄되었던 것이다. 오히려 평소 음성통화를 많이 하는 사용자라면 주요 이통사가 더 이익일 수도 있다.



결국 알뜰폰 업체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발표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현재 SK텔레시스를 선두로 CJ 헬로모바일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았다. 그런데 주요 이통사 계열사가 아닌 헬로모바일이 내놓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알뜰폰 업체가 가진 고민과 한계를 극명히 보여주었다. 과연 알뜰폰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얼마나 저렴하며 사용자가 곧바로 옮길 만한 매력이 있는지 알아보자.



CJ 헬로모바일 - The 착한 데이터  요금제 USIM



알뜰폰 업체는 자체적으로 설치한 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주요 이통사의 망을 도매로 임대해서 거기에 적당한 이윤을 붙여 다시 사용자에게 소매로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독으로 갑자기 요금을 획기적으로 내리거나 이용혜택을 강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근본적인 망 도매대가가 조정되지 않고서는 손해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이 '더 착한 데이터 요금제' 12종을 출시했다. 새로운 요금제는 홈페이지에 공개되었으며 전국 헬로모바일 대리점과 판매점, 헬로모바일 홈페이지, 알뜰폰 허브사이트를 통해 출시한다. 



요금제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다. 'The 착한 데이터  요금제 USIM'은 단말기를 사용자가 마련하는 조건에서 가장 저렴하다. 전체는 6단계인데 부가세를 포함해서 2만원 초반대 음성 무제한이 제공되는 최저가 요금제가 있다. 


여기서는 기본료 2만 900원에 망내외 구별 없이 유무선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데이터 기본 제공량은 300메가바이트(MB)로 다소 적은 편이다. 대신 데이터를 끌고 이월하는 '밀당' 기능이 가능하다.



그 다음 단계로 부가세 포함해서 3만 2,890원에  유무선,문자 무제한과 데이터 2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있다. 이후로 한 단계씩 올라가며 4만 9,900원인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면 유무선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제공 외에 한달 동안 속도제한 없는 10기가 바이트 데이터를 이용할수 있다. 하루 2GB 데이터가 소진된 뒤에는 속도제한을 두면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 밖에 단말기와 연동되는 'The 착한 데이터 요금제' 6단계가 있는데 USIM 요금보다 약 8천원 정도 더 비쌀 뿐 혜택은 거의 동일하다.



요금인하 효과 - 절대액은 오히려 인상, 최저 요금구간과 다음 단계의 큰 가격차이


이번에 발표한 헬로모바일의  The 착한 데이터 요금제 USIM을 보면 알뜰폰 업체의 고민을 알 수 있다. 실질적으로 망을 임대해 쓰는 입장에서 도매대가가 조금 조정되었다고 해도 파격적인 혜택강화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헬로모바일에서 이전에 출시한 '조건없는 반값 USIM 무한수다' 요금과 비교해보자. 이 요금제 역시 사용자가 단말기를 따로 준비하는 것을 조건으로 만들었기에  The 착한 데이터  요금제 USIM와 기본 요건이 같다. 그런데 여기서는 최저요금제는 부가세 포함 기본료 1만 9,900원이다. 망내 무제한 통화와 130분의 외부 망 무료통화를 제공하며 데이터는 750MB이다. 많은 편은 아니지만 The 착한 데이터  요금제 USIM의 300MB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비교적 아끼면 쓸만한 요금제라는 의미다.


더구나 다음 단계로 기본료 2만 5,300원 요금에서는 음성 185분과 데이터 1.5GB를 제공하기에 충분히 선택가능하다. 더구나 밀당은 없지만 데이터 이월은 가능하다. The 착한 데이터 요금제 USIM에서는 이 정도 구간 요금제가 아예 없으며 3만 2,890원에 데이터 2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선택 가능하다.



통신사의 메시지 - 차라리 더 내고 혜택을 많이 받으세요!



결국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무제한 망내외 음성통화의 대가로 8000원 정도의 일괄 요금 인상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저렴함이 가장 큰 매력인 알뜰폰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망 도매대가에서 충분한 인하를 받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기존에 조건없는 반값 USIM 무한수다 등의 요금제를 쓰던 알뜰폰 사용자로서는 음성통화를 굉장히 많이 하지 않는 한 옮길 매력이 적다. 이통 3사 가입자 입장에서도 단말기 약정이 걸려있거나 결합할인이 걸려 있다면 굳이 The 착한 데이터 요금제 USIM이 매력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 부분은 헬로모바일에서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The 착한 데이터 요금제에는 자사 서비스인 티빙 무료이용권을 추가로 제공하며 출시기념 요금할인 프로모션으로 399/499/599 요금제 가입 고객에게 3,000원/ 5,000원/ 1,0000원의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 그보다 낮은 아래 요금은 할인제공을 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이통 3사와 알뜰폰의 고민은 새로운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가장 낮은 요금제를 택하는 것을 막느냐 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절대액수를 아끼지 말고 차라리 조금 더 내고 혜택을 더 받는 것이 났지 않겠느냐는 권유가 매우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최종선택은 사용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