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진 감각을 통틀어 오감이라고 부른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우리가 사물을 경험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이 감각을 만족시킨다면 그만큼 제품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머전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주로 두 가지 감각을 이용한다. 화면을 눈으로 보며 정보를 확인하고, 소리를 귀로  들어서 통화하고 음악을 듣는다. 또한 시각과 청각을 두 개 결합시켜서 게임이나 동영상을 즐기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 또 하나의 감각이 개입된다. 터치스크린과 버튼을 누르면 반응해서 진동이란 촉감이 발생한다. 이 밖에는 더 많은 감각을 구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꽃 향기를 내뿜는 스마트폰이나 씹어 먹을 수 있는 스마트폰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촉각이다. 치열한 스마트폰 경쟁 속에서 시각과 청각은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한계까지 발전하고 있다. 신기술이 나오는 대로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촉각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애플 아이폰에서는 햅틱 기능이 없으며 안드로이드폰에서도 버튼이나 터치스크린을 누를 때 피드백 용도로 진동감을 전해주는 게 전부다. 진동을 이용해서 다양한 상황을 묘사하거나 새로운 즐거움을 주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터치 피드백 기술 업체 이머전은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촉감(햅틱) 기술 홍보에 뛰어들었다. 2014년 4월 30일, 이머전은 새로운 햅틱 기술 미디어 시연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데이빗 번바움 사용자경험 디자인 이사는 촉감을 이용하는 햅틱 기술의 가치를 강조했다. 햅틱기술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겠다는 자세로 관측된다.


이머전은 사용자들 스스로 모바일 기기를 가지고 햅틱 정보가 포함된 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툴을 공개했다. 축구를 하면서 공을 차는 장면에서 그에 맞는 진동을 삽입하면 제작자는 의도를 잘 표현할 수 있으며 보는 사람은 영상 품질이 높다고 느낀다. 미디어 광고에서 촉감이 구현되면 구매욕을 잘 자극할 수 있으며, 갤럭시 기어나 기어 핏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촉감으로 직관적인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햅틱 기술이 과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머전 플랫폼은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해서 엘지 등 주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적용되어 있다. 이들 기기에는 기본적 햅틱 효과가 구현되어 있다. 이머전은 다양한 햅틱효과를 만들고 퍼뜨리면서 개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유인동기가 부족하다. 


소비자는 다분히 수동적이다. 완성된 콘텐츠를 즐기거나 전파하는 힘은 강하지만 시장성이 부족한 영역을 앞장서 개척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따라서 개인이 취미로 만드는 햅틱 기능은 질과 양에서 제한적일 것이다.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이윤에 민감하다. 이머전의 햅틱 기능은 이미 기본으로 어떤 안드로이드폰이든 들어가 있다. 특별히 고급스러운 햅틱 기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햅틱 기능이 된다고 해서 보다 고급 단말기로 취급받아 비싼 값을 받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돈과 노력을 들여 햅틱 기능을 선보일 의욕이 나지 않을 것이다.


광고업계는 성공사례에 민감하다. 아직 햅틱기능을 이용해서 소비자에게 열광적 반응을 얻은 모바일 광고는 없다. 선례가 없으니 여기에 집중하는 업체가 나오기 힘들다. 더구나 감성적 광고를 좋아하고 소비성향이 높은 고객층은 아이폰 사용자에 많은데 아이폰은 햅틱 기능을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새로 나올 애플 기기인 아이폰6나 아이워치에도 햅틱 기능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감성적 기술을 좋아하는 애플이 촉감에 대해서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어려운 스마트폰 상황에 비해 그나마 햅틱 기술이 성공할 수 있는 곳은 웨어러블 기기쪽이다. 늘 몸에 착용하는 기기에서 촉각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짧고 긴 진동과 진동 세기로 절박한 메시지를 구별해주는 기능은 분명한 필요성이 있다. 피트니스를 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두 사람에게 승패에 따라 다른 햅틱 신호를 보내주는 것은 분명 고급스러운 기능으로 여겨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햅틱 기술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이머전의 자세다.


촉감은 시각과 청각처럼 민감하지 않다. 따라서 햅틱 기술이 더해졌을 때 줄 수 있는 효과가 분명해야 한다. 동영상에 햅틱 기능을 넣었을 때 신선하게 여겨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햅틱이 가해질 때 과연 얼마나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을까? 차분하게 기기를 사용하려는 사람에게 햅틱 기술은 오히려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햅틱 기술은 사용자에게 신기함을 넘어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까?


이머전은 이런 의문을 해소시켜야 한다. 또한 단순히 기술을 선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본격적인 햅틱 시장을 위한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 콘텐츠 제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개발자들이 뛰어들 동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머전은 기술만 내놓고는 알아서 시장이 형성되기를 기다리는 태도다. 무엇보다 이 기술에 적극적이어야 할 이머전이 소극적이라면 다른 업체들이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


앞으로 만들어질 햅틱 콘텐츠의 질과 양이 중요하다. 업계 전문가는 "햅틱 기술은 이미 우리가 늘 접하는 기능이다. 이것이 확실한 가치를 지니려면 촉감을 이용해 좋은 사용자경험을 만드는 앱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이머전이 투자해서 본격적이고 질 좋은 햅틱 콘텐츠가 모인 전문 앱스토어를 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촉각은 시각과 청각에 이어 스마트기기가 줄 수 있는 중요한 감각이다. 촉각을 자극하는 햅틱 기술을 이용한 좋은 콘텐츠가 나와서 마치 영화 아바타가 3D붐을 일으킨 것처럼 햅틱 붐을 일으킨다면 이 기술이 빠르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