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 제목을 앞부분만 읽었을 때는 공포영화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웹툰이란 그냥 재미있고 유쾌한 것이란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사람들의 문화적 고정관념이 이 영화의 기발함을 만든다.




더 웹툰 – 예고살인. 이 제목을 전부 읽으면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대략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다. 웹툰을 통해서 살인이 예고되어 그 내용대로 실행된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내용은 ‘데스노트’ 라든가 ‘공포신문’ 같은 일본 만화에서도 다루었던 소재이기도 하다. 전혀 관계가 없는 매체의 내용에 따라 사람의 생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시선을 확 잡아끈다.




이시영, 엄기준이 주연을 맡은 더 웹툰은 바로 이런 제목에서 만든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를 중시했다. 이 영화는 장르상 공포영화이다. 그런데 웹툰과 예고살인이란 소재는 무섭다는 느낌과 함께 ‘어째서 웹툰대로 사람이 죽는 거지?’ 란 추리적 요소를 같이 가져가게 된다. 사람들은 살인과 웹툰의 연관성을 스스로 상상하고 영화를 보면서 범인을 찾게 되는 것이다.




작품을 보기에 앞서 이 작품을 맡은 김용균 감독을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다. 이미 ‘와니와 준하’,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통해 관객을 만난 이 감독은 무척이나 솔직하고도 풍부한 영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에서 나는 크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먼저 공포영화는 대체로 잔인한 장면으로 무서움을 주는 것과 인간심리의 단면을 통해 오싹함을 주는 두 가지가 있는데 어느쪽을 선호하느냐? 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용균 감독은 아주 간단하게 심리쪽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더 웹툰 역시 그런 이야기 구조를 잘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VIP 시사회를 통해서 본 영화는 그렇게 자부할 만 했다. 더 웹툰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귀신을 다룬다. 하지만 단순히 원한을 품은 악령이 사람을 죽인다는 그런 진부한 내용이 아니다. 살인마가 도끼를 들고 날뛰는 서양공포영화와는 다르다.




극한 상황에 몰린 누군가를 구하려다가 자기의 조그만 이익을 위해서 그것을 외면하고, 스스로의 성공을 위해서 손대서는 안될 남의 것을 훔치는 등의 인간탐욕에 초점을 맞춘다.

웹툰이란 요소는 요즘 유행하는 신세대의 문화적 코드는 단지 깊은 인간심리의 표출수단이자 사건을 만드는 방법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굳이 웹툰이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수단- 그림, 소설, 낙서로도 내용 전개가 가능하다. 



 
두 번째 질문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요소가 무엇이냐? 는 것이었다. 여이게 김옥균 감독은 웹툰을 영화속에서 가장 효과적이고도 잘 이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최대장점은 바로 웹툰이다. 다른 요소로 전개할 수 있음에도 웹툰을 굳이 이용한 이유를 강렬하게 어필하는 영상미는 웹툰과 실제 장면의 자연스럽고도 강렬한 교차로 나타난다. 그것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일치시키는 역할을 잘 해준다.




빠른 전개와 영상미,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는 더 웹툰을 이번 여름 공포영화의 수작으로 꼽을 수 있게 한다. 김용균 감독은 인터뷰 마지막 부분에서 흥행여부를 떠나서 영화의 완성도에서는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다고 했다. 과연 그 말대로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공포영화로서 중간에 많은 복선을 넣다보니 결말을 볼 때 어색한 암시나 복선도 보였다. 또한 배우 엄기준의 매력이 캐릭터에 갇혀서 완전히 폭발하지 못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시영의 강한 이미지와 연기력, 그리고 지루할 틈이 없는 전개는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이번 여름에 한번 볼 만한 영화로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