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마트폰과 태블릿 이 두 가지 '스마트 기기'에서 가장 주목받는 요소는 화면 크기이다. 사실 당연한 점이긴 하다. 사용자들은 화면 크기가 달라지면 가장 쉽게 제품이 무엇인가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변화된 디자인은 익숙해지면 그걸로 효용을 다하지만, 화면 크기는 어떤 작업을 할 때마다 편리함과 불편함이란 상반된 경험을 제공하며 실감시켜주기 때문이다.




사용자경험을 중시하면서, 제품라인을 최소화시키려는 애플제품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애플은 한 가지의 화면 크기를 고집했다. 아이폰은 3.5인치의 화면 크기를 고수했다. 아이패드는 9.7 인치의 화면에서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화면 크기에 대한 루머가 나돌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화면이 커지고 작아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먼저 화면이 작아진다는 것은 스크린의 물리적 사이즈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아진 스크린 사이즈 만큼 제품 사이즈가 작아진다는 것으로 연결되면 그것은 휴대성의 증가와 제품 무게의 감소로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보다 휴대하기 쉬운 제품이 된다는 의미다.

애플의 아이패드는 그동안 늘 9.7인치였다. 개인적으로는 해상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린 채로도 조금만 더 작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8인치나 7인치 정도의 아이패드는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내가 아이패드1을 1년 정도 써보면서 얻은 경험이자 바램이다.

그러나 당시 스티브 잡스는 완강했다. 7인치의 경쟁 태블릿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사람의 손가락을 사포로 갈아내기 전에는 작아진 화면 크기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또한 그런 태블릿들은 출시되자마자 응급실로 가서 사망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잡스가 살아있는 동안에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루머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팀쿡이 맡게된 애플을 두고 다시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루머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정도로 끊임없이 나온다는 건 시장이 필요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질적으로 많은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그런 요구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재미있는 뉴스가 하나 나왔다.(출처)


쿠폰 코드 웹사이트 CouponCodes4u가 1,87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올해 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iPad 미니가 미국 iPhone 팬들의 거의 절반에게 '의미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873명 중 76%가 이미 애플 제품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약 4:1의 비율로 iPad 미니 대신에 차세대 iPhone을 구입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46%는 iPad 미니가 '의미 없다'고 응답한 반면에, 39%는 단지 iPhone을 더 좋아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뉴스는 얼핏 보면 아이패드의 화면 크기 조절이 별 의미없는 행동이라는 증거로 쓰일 수 있다. 과연 이들 말대로 아이패드 미니는 쓸모없을까?

아이패드 미니, 과연 의미 없는 시도일까?



그런데 이들은 정작 아이패드 소유자가 아니라 아이폰 소유자에 가깝다. 애플 사용자들은 대체로 스스로가 가진 제품군에 만족하는 성향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만 사용하는 사용자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아이폰이 별 쓸모가 없는 것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주요 기능은 거의 같다. 통화기능만 별도의 기기로 해결하고 있다면  굳이 둘 다 쓸 간절한 이유는 없다. 맥북에어만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 아이패드는 별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 사실상 아이패드의 주요기능 가운데 맥북에어가 못하는 기능은 거의 없다.

애플에서 고객조사를 하지 않고 직감에 의존한 제품을 만들던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 있다. 자동차란 개념도 모르고 마차만 타고 다니던 시대에 소비자를 상대로 무엇을 원하냐는 설문조사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대답은 '더 빠른 말' 이다. 자동차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혁신은 소비자의 의견을 듣고 만드는 게 아니라 과감히 시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본다면 아이폰의 성공 이후에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기 전 타이밍을 보자. 아이폰과 똑같은 운영체제를 쓰고 단지 화면만 커진 기기-아이패드를 원하냐는 질문에 대해서 '와우! 그거 환상적이네요. 꼭 필요해요!' 라고 말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대부분은 역시 '의미없는 기기' 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아이패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태블릿이란 장르를 완전히 정착시켰다.

아이패드 미니 역시 마찬가지다. 출시해보지 않고는 그 가치를 알 수 없다. 또한 지금 시장에는 킨들 파이어나 넥서스7 같은 기기들이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 7인치라고 해도 팔리는 제품은 팔린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아이패드 미니 역시 어떻게 만들어 어떤 가격대에 내놓느냐가 중요하지, 그 자체가 의미없다는 식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과연 아이패드 미니는 나오게 될까? 애플이 과거의 틀을 깨고 또 하나의 혁신적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나는 아이패드 미니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