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란 차가운 조직체다. 특히 만남과 결별에 있어서 기업의 관계는 사람의 관계처럼 감정적이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다. 기업은 반대로 이익도 없는데 관계를 유지한다면 욕을 먹기 때문이다.

애플이란 회사의 역사를 보면서 나는 약간의 슬픔을 느끼게 된다. 애플이 너무 잘 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애플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즉 애플에게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친구가 없다. 



기업에 있어서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고는 한다. 하지만 하다못해 이익 때문에라도 좋은 협력 파트너로서의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당수의 파트너와 처음부터 지금까지 좋은 관계였다. 최근에는 좀 삐걱대고 있지만 인텔과의 관계가 그렇고, HP나 삼성과도 비교적 사이가 좋은 편이다.

애플의 경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만들 애플2 시절에는 파트너랄 게 없었다. 그나마 이때 베이직을 공급했던 마이크로 소프트 정도가 파트너였는데 이들의 관계는 최악으로 끝났다.

애플 매킨토시 시절에는 어도비라는 좋은 협력자가 있었다.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실용적인 소프트웨어가 부족했던 맥에 포스트스크립트를 앞세워 탁상출판이란 시장을 주었다. 또한 포토샵을 위시한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통해 모자란 점을 채워주었다. 하지만 둘의 관계 역시  맥의 쇠퇴와 함께 기울어져가서는 iOS의 플래시 배제를 통해 어그러져 버렸다.



돌이켜보면 애플의 전략은 한결같다. 자사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라면 돈으로 인수한다. 그러면 그냥 애플이 되니까 더이상은 협력자도 친구도 아니다. 그냥 한 몸이다. 반대로 필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규모가 큰 회사라면 일단 협력하되 해당기능을 애플 내부에서 개발한다. 그리고는 천천히 해당회사를 밀어낸다. 그것 뿐이다.

애플과 구글은 iOS에서 상당히 친밀한 친구였다. 그러나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개발을 계기로 양 회사는 결국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9to5Mac은 애플과 구글의 결별이 진행되는 중에, YouTube 앱이 iOS 6 베타 4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애플은 이미 iOS 6 발표에서 구글 맵스 대신 자사 3D 맵스를 채용했다. 

애플은 The Verge를 통해 YouTube가 iOS 6에서 제거된다고 확인해 주었다. 애플은 iOS에서 YouTube 앱을 사용하는 라이센스가 종료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iOS 기기 사용자들은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YouTube를 사용할 수 있고, 구글은 새로운 YouTube 앱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이제까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시스템 기본앱으로 탑재해주던 구글 소유의 유튜브가 빠진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써드파티처럼 앱스토어를 통해서 별도로 깔아야만 쓸 수 있게 된다. 이것 뿐이다. 사실 소비자에게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그저 깔지 않고 쓸 수 있던 유뷰브를 깔아야 쓸 수 있다는 차이뿐이다.



하지만 기업 관계에서 보면 이 뉴스가 상징하는 바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시스템 기본 앱이란 엄청난 특혜를 주던 애플이 이제 구글을 일개 써드파티사로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좀 전에도 구글 스트리트 앱을 애플이 제공하는 자체 앱으로 대치한 바 있다. 

이번에는 유튜브 앱을 기본에서 뺐다. 당분간은 빈 자리가 되겠지만 결국에는 그 자리에 애플이 제공하는 어떤 기본 동영상 앱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애플이 플랫폼 사업자로서 구글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배제하는 건 아니다. 그저 다른 군소 사업자에 똑같이 대하겠다는 것이다. 부부가 이혼하면 상대가 접근금지가 되는 건 아니고 그저 다른 사람과 똑같아지는 원리와도 같다.

애플과 구글, 무엇을 위해서 결별하는가?

하지만 이 시점에서 애플에 묻고 싶다. 과연 무엇을 위해서 구글과 결별하는가? 안드로이드폰 운영체제를 만드는 경쟁자니까? 아니면 믿고 있었는데 배신한 배신자니까? 사업상으로 이익이 너무도 차이나게 되어 버려서? 이 모든 것이 해당사항이 될 수도 있지만 실상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애플은 단지 아이폰만 파는 회사인가? 예를 들어 맥에서 볼 때의 구글은 애플과 어떤 경쟁상대도 아니다. 이익이 충돌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애플은 구글을 애플의 모든 플랫폼에서 끌어내리고 있다. 미래의 경쟁자를 배제한다고는 해도 정도가 심하다. 

나는 장기적으로 구글과 애플은 친구관계가 될 때 오히려 얻는게 많다고 생각한다. 같은 미국 회사이고 서로가 모자라는 면을 채워줄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이익충돌은 오히려 사소한 것이다. 애플이 검색사업을 하거나 본격적인 웹 플랫폼 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도리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협력하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다. 둘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익이 충돌하고 있다. 나는 애플이 차라리 구글과 손을 잡고 마이크로소프트를 PC시장에서  고립시키며 왕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더욱 큰 이익이 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애플은 미국의 어떤 분석에서도 나왔다시피 '아이폰' 회사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모든 전략적 이익의 판단기준이 단지 아이폰에 유리하느냐 불리하느냐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이 단기적인 이익을 확실히 가져다 주겠지만 과연 장기적으로도 이익일 지는 회의적이다. 애플이 자기와 비슷한 레벨의 회사 가운데 하나라도 친구를 가지길 원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