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IT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아마도 '스마트'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이란 단어가 상징하듯 다양한 활용성과 편리한 사용법, 똑똑한 기능이 많은 기기에는 어김없이 스마트란 단어가 붙는다.



그런 면에서 삼성 970의 정식 명칭인 '스마트 모니터 970'은 이름부터가 이런 핫키워드를 품고 있다. 전문가용 모니터로서 스마트 란 단어까지 쓴다는 어떤 의미이든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본래 하나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전문가용 제품이다. 다양한 활용성을 갖추게 되면 전문가용 제품으로서의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스마트 모니터 970은 전문가용 제품으로서의 화질과 고해상도에 더해서 다양한 활용성까지 잡겠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극강외모의 패션리더에 공부까지 잘하는 '엄친아' , '엄친딸' 에 해당할까? 지금부터 그런 스마트 기능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기로 하자.



개봉기에서도 밝혔듯이 이 제품은 간단함 속에 절제된 기능미를 추구한 미니멀리즘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기계적 기능도 몇 가지를 제거했다. 우선 화면을 회전시키는 피봇 기능이 빠진 것은 특히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전문가용 모니터로서 회전 기능은 인물 사진을 취급할 때 등 매우 요긴한 활용도를 지닌다. 디자인을 위해 과감히 희생한 점은 이해하지만 분명히 아쉽다.




그러나 그런 약간의 아쉬운 점을 날려버리는 다양한 기능이 삼성 970에 담겨 있다. 물 위에서 우아하게 떠있는 백조는 보이지 않는 물 아래에서는 바쁘게 물갈퀴를 놀린다고 한다. 사용자의 시선에 보이는 곳에서는 이음새가 거의 없는 매끈함을 자랑하는 제품이지만 숨어있는 아래쪽 뒷면과 옆면에는 연결단자가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미니멀리즘의 단아함속에 감춰진 이런 기능성은 바로 이 제품이 지향하는 스마트함을 가리킨다.




우선 MHL기능을 보자. 뒷면의 작은 연결단자를 통해 지원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케이블로 연결하면 스마트 모니터 970은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장 잘 지원되는 것은 역시나 삼성의 갤럭시S 시리즈이다. 며칠전에 갤럭시 S3가 나왔지만 나는 S2로 시험해보았다.





앱이 배치된 화면을 비롯해서 DMB와 동영상 재생에 이르기까지 모든 화면들이 깔끔하게 잘 표시된다. 스마트폰을 옆으로 눕히면 저절로 화면에도 그렇게 맞춰서 표시된다.




MHL을 통한 이런 기능은 예전에 나온 구형 모니터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기능이다. 얼핏 생각하면 스마트폰을 일부러 모니터에 연결할 필요가 무엇이 있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다. 단순한 작업이라면 그냥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필요없는 기능이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우리가 적당한 활용을 생각하지 못해내서 쓸모없어 보이는 것 뿐이다. 스마트폰과 모니터의 연결이란 사실상 창의성의 영역이다. 기업용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스마트폰에 담아서 보여준다든가, 지상파 DMB방송을 크게 시청하는 건 그저 초보적 활용이다. 





궁극적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스마트폰이 간단한 업무까지 할 수 있게 된다. 그때가 되면 노트북 대신 스마트폰을 모니터에 연결한 다음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서 문서를 작성하고 엑셀파일을 처리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스마트 모니터 970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PC 를 대체하는 포스트 PC시대를 향한 준비가 담겨있는 것이다.




모니터 패널 아래쪽 모서리 양 옆에 숨어있는 스피커를 보자.  7W의 출력을 보여주는 2채널스테레오스피커의 존재는 이 모니터가 지향하는 사용자 층이 어디에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보통 완전한 업계 전문가들이 쓰는 에이조 모니터에는 사운드 기능이 없다. HDMI단자가 기본으로 소리를 지원하지만 그래도 없다. 왜냐하면 그런 전문가용 기기를 큰 돈을 들여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화면을 보고 작업하는 그런 전문가들에게 있어 모니터는 제품이 아니다. 정밀한 계측기기일 뿐이다. 작업 자체가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기능은 필요없는 것이다. 오히려 스피커에서 소리를 내기 위해 발생시키는 미묘한 떨림이 화면에 영향을 주어 화질을 떨어뜨리지 않겠냐는 민감함까지 보인다.



하지만 그런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다르다. 자동차로 비유해보자. 전문가인 레이서는 자동차를 그저 경기장에서만 쓴다. 하지만 일반인은 자동차를 이용할 때 출근용 외에 장보기에도 쓰고, 여행갈 때도 쓰면서 , 캠핑카로도 이용한다. 전문가에게는 서키트를 달릴 때의 성능이 자동차의 모든 것이다. 반면 일반인에게는 쾌적한 승차감도 중요하고, 에어컨 성능과 카 스테레오의 품질도 중요하다. 



엄밀히 말해서 삼성 스마트 모니터 970은 화면 계측기기가 아니다. 특수한 전문가를 위해 나머지 모든 기능을 생략하고 집중하는 길을 택하지는 않았다. 이 제품은 충분히 전문가들도 만족할 만한 화질과 고품질 화면을 제공하지만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기능도 빠뜨리지 않고 내부에 담았다. 그런 면에서 내장된 스피커는 원하면 쓰지 않을 수 있지만, 원할 때는 충분히 활용해서 간편하고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해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후자를 더 좋아한다.



시장에서의 포지션을 말하자면 스마트 모니터 970은 예전 애플 시네마디스플레이가 차지하던 위치를 닮았다. 고화질 모니터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심각하게 화면에만 집착하지 않고 영화감상이라든가 스마트폰 활용 같이 다양한 즐거움을 동시에 누리고 싶은 중하위 전문가, 반대로 일반 중저가형 모니터의 화질에 만족하지 못해서 보다 좋은 화질을 위해 돈을 투자할 의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화질 이외에는 아무 것도 주지 못하는 재미없는 기기까지는 원하지 않는 상위 일반인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어중간하게 보이는 위치는 실은 이런 포괄적인 소비자층을 노린 컨셉인 것이다.



프로페셔널한 작업과 함께 다양한 멀티미디어 컨텐츠 소비가 가능한 모니터. 삼성에서 이 제품에 담은 생각이다. 따라서 단순해 보이는 조절 패널 안에 상당한 선택권을 담았다. 예전에 써봤던 에이조의 모니터에서도 보았던 고급 기능들이다.




우선 메뉴를 호출하면 깔끔하고 실용적 조절화면이 나타난다. 이 안에서 밝기와 선명도를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 흥미있는 것은 HDMI 블랙레벨이라는 것인데 기본값은 낮음 으로 되어 있다. 표준으로 조절하면 전체적으로 밝기와 선명도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을 주지만 검은 색의 계조가 보다 부드럽고 풍부하게 보인다.





응답속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표준과 빠르게 가장 빠르게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아마도 빠른 반응속도가 필요한 게임이나 액션이 강한 동영상을 감상할 때를 위한 것 같다.



색상모드에서는 각 색상을  조절하면서 감마값까지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공장출고시 이미 최적 상태로 맞춰져 있는 것을 굳이 서툰 내가 조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놓아두었다.하지만 전문가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맞춰도 될 듯 싶다.



중요한 것은 맨 위에 있는 색상모드이다. 일반적으로는 표준에 맞춰져있다. 



매우 밝게를 선택하면 인물이 밝고 생동감 있게 보인다. 계조는 살짝 둔해지지만 전체적으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감돈다.



영화를 선택하면 필름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가 된다. 어두운 블랙계조가 강조되고 전체적으로 약간 어둡고 깊이 있는 영상이 된다. 



sRGB는 약간 채도가 빠진 영상처럼 변하는데 너무 강렬한 대비의 색채가 아닌 순한 색감을 놓고 디자인 작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좋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전문가조정 모드가 있는데 아마도 전문가가 이 모니터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리기 위한 최적의 새팅값이 아닐까 싶다. 표준모드와도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표준모드에 아주 살짝 영화모드를 첨가한 듯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색감에 있어 조금 더 깊이를 준 것 같다.

 


삼성 스마트 모니터 970, 스마트를 말한다.



이런 다양한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는 건 삼성 스마트 모니터 970의 화질을 더 한층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준다. 단 한가지 최적 값을 주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애플 시네마디스플레이의 방법도 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숨겨놓아도 필요하면 보다 확장해서 다양한 모드와 기능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삼성 970의 방법도 좋은 선택이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스마트 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모니터가 아닐까 싶다.



이 밖에도 활용성 좋은 모니터로서 USB허브 기능도 제공한다. 책상 앞에 지저분한 선 연결이 보기 싫은 사람에게는 USB기기를 쓸 때마다 깔끔하게 꽂아서 쓰고 바로 빼서 치울 수 있는 선택권을 가져다 준다. 



기능과 성능으로 본 삼성 스마트 모니터 970은 최고수준이다. 특히 이만한 전문가급 화질과 품질을 지닌 모니터에는 통상 이런 다양한 기능이나 옵션모드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시장에서의 위치 자체는 독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눈으로 직접 보는 모니터에 좀더 돈을 들이고 싶지만 화질과 기능 양쪽 가운데 어느 쪽도 포기하고 싶지 않는 까다로운 사용자에게 이 제품은 매우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삼성 스마트 모니터 970은 성능과 기능으로서 진정한 스마트를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