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평론가 입장에서 전문가용 모니터의 화질을 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영상 전문가나 디자이너가 보는 관점과는 무엇인가 다르면서도 동시에 같아야 할 것이다. 삼성 970을 리뷰하게 되면서 상당히 많은 고심을 했다. 그렇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그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방향에서 이 제품을 조망해보자는 것이다.


삼성 스마트 모니터 970은 PLS방식의 패널을 채택하고 있다. 모니터의 성능에서 패널선택은 정말 중요하다. 절반 이상의 성능이 패널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널 방식이 투과된 빛의 밝기와 반응속도, 화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삼성 970이 채택한 PLS패널은 다소 생소한 방식이다. 현재 모니터 시장에서의 패널 방식은 저가형이 TN패널, 고가형에서는 IPS방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삼성에서는 예전에 VA방식 패널을 채택한 모니터를 생산했었다.


이런 방식들은 모두가 어떻게 하면 뒤에서 비쳐주는 백라이트의 빛을 효과적으로 닫고 투과시켜서 우수한 화질을 만들까 하는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TN은 빛을 차단하는 액정이 꼬인(Twisted)방식으로 배치되어 전력효율과 반응속도가 좋다. 하지만 전면에서 보는 각도에 따라서 빛을 투과시키는 정도가 달라진다. 많은 개량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이 방식은 상하 방향으로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색상과 화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VA는 액정이 수직방향으로 배치된 것으로 빛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완벽에 가까운 검은색을 낼 수 있어 정지화면의 화질에 민감한 사용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반응속도가 떨어지고 화면을 손으로 눌렀을 때 클로버 모양의 반점이 나타나기에 터치패널에의 이용이 어렵다.

IPS는 액정이 수평방향으로 배치된 방식으로 빛의 투과율이 좋아서 화질이 우수하고 반응속도도 좋은 편이다. 또한 만져도 반점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가장 좋은 방식으로 꼽힌다. 다만 전력소모가 큰 편이고 검은 색 상태에서도 완벽한 빛 차단이 어려워서 정지화면을 볼 때는 아쉬움이 좀 있다. 

이번에 삼성에서 스마트 모니터 970에 채택한 PLS방식은 액정이 수평방향으로 배치된 방식이다. 여기에 VA방식의 장점을 결합해서 블랙상태에서 빛의 차단이 보다 잘 이뤄지므로 색감과 화질이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용 모니터에 쓰기 좋은 특성이 있다. 또한 TN방식이 아니므로 시야각도 좋아서 상하좌우 어디서 보더라도 화질과 색감의 왜곡이 거의 없다. 여기에 WQHD라는 규격으로 2560x1440 픽셀이라는 초고해상도를 지원한다. 


실제로 삼성 970 모니터를 이용해서 화질을 평가해보았다. 마침 노트북을 가지고 있기에 노트북의 액정과 바로 비교해볼 수 있었다. 나는 이 제품의 홈씨어터 기기로서의 특성을 주로 보기로 했다. 우선 서정적인 화면으로 유명한 KBS드라마 사랑비를 가지고 비교테스트를 진행했다.


노트북 액정 패널은 TN으로 매우 대중적인 저가형이다. 따라서 고급형인 삼성 970과 비교해보니 눈이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나도 대번에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화면을 보면 색감의 차이가 금방 드러난다. 삼성 970은 영상에 전체적으로 보다 노란 색이 감돈다. 반대로 노트북의 액정패널은 파란 색이 강하게 보인다. 평소에 이렇게 노란 색이 전체적으로 끼어있는 영상을 본 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삼성 970 모니터가 세팅이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삼성 970쪽이 보다 부드러운 색감으로 인물의 피부색을 잘 살려냈다. 전체적으로 감도는 노란 색은 이 드라마의 전체 컨셉으로서 서정적 느낌을 주기 위해 감독이 의도한 톤이었다. 다른 영상에서는 전혀 이런 노란톤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도된 효과가 분명했다. 이런 감독의 의도를 가장 잘 살려주는 것이 바로 전문가용 모니터의 최대 장점이자 존재이유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노트북 액정으로 보든가 싸구려 모니터로 보았다면 이런 의도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아마도 나는 평생 사랑비가 전체적으로 노란 색감에 싸여 있는 영상이라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전문가용 모니터는 이렇듯 또하나의 귀중한 체험을 가져다 준다.


주목해서 볼 부분은 계조라고 불리는 색단계의 부드러움이다. 빛이 강하게 받는 부분의 하이라이트가 한번에 날아가지 않고 단계를 거치고 있다. 나뭇잎에 받는 하얀 빛과 그 반대쪽 어두운 그림자쪽을 보자. 어두운 부분에서도 그냥 검은 색이 아니라 차분히 단계를 거치며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가격이 싼 노트북 화면에서는 이런 단계가 거칠게 단숨에 넘어가버린다.


좋은 영상기기와 나쁜 영상기기의 화질 차이는 그렇게 엄청난 차이가 아니다. 세상에 있는 명품과 저가품의 차이도 크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비교적 작은 차이가 명품과 나머지를 가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영상을 보는 모니터의 화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블랙(검은색)이고 둘째도 블랙이다.


빛과 어둠, 화염과 금속이 한 화면에서 공존하는 영화가 있다. 한때 전세계를 사로잡았던 영화 반지전쟁의 서막이다. 이 화면 속에서 나타난 블랙을 살펴보았다. 노트북 화면은 단순히 어디를 보나 계조가 부족한 시커먼 블랙이 나왔다. 싸구려 화면이다. 깊은 맛이 없이 그저 종이 태운 물 같은 커피나 마찬가지다.

옆에 있는 삼성 970은 달랐다. 단계를 거친 검은색이 피아노건반처럼 계조를 제대로 이뤘다. 또한 검은 색 속에서도 미묘한 디테일이 살아있다. 이것은 패널 자체가 좋은 탓도 있지만 공장에서 출시되기 전에 전문가가 전문장비를 이용해서 정교하게 맞춰준 미세조정(캘리버레이션) 덕분이다.



일반용 모니터도 좋은 패널을 채택하면 상당히 좋은 화질을 가질 수는 있다. 또한 개인이 전문장비를 써서 신경써서 조정을 한다면 조금 더 나은 특성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용 모니터는 그런 장점 외에 더욱 세부적인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지닌다. 하드웨어에서 지원하는 캘리브레이션 및 전용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것이다.


트랜스포머3를 보면 블랙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디테일을 볼 수 있다. 또한 화면 전체에 걸쳐서 조정해준 정확한 감마값과 화이트밸런스 값을 느낄 수 있다. 90퍼센트 이상의 균일도를 보장한다는 이 조정은 일반인이 소프트웨어만 이용해서 구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삼성 970, 최고의 화질을 제대로 느껴보다.


삼성 스마트 모니터 970은 전문가용 모니터답게 원본의 색깔과 감독의 의도에 충실하다.  영화에서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색감을 내주며,  HD로 찍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샤프하고도 선명한 색감을 보인다. 이것은 원본 영상을 찍은 카메라와 렌즈의 특성, 가공된 영상처리의 특징을 그대로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눈은 주위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때로는 이렇게 세심하게 세팅해놓은 색감조차도 주위 밝기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이 제품에서는 모니터를 켜고 끌 때마다 Natural Colo Expert라는 기능이 작동한다. 주위 밝기에 따라 모니터의 밝기와 명암비를 자동조정해서 최적의 세팅 색감을 유지해준다.  




화질로 본 삼성 스마트 모니터 970은 매우 우수한 제품이다. 레퍼런스급으로 각 영상의 원래 의도를 정확히 살려주기에 영상을 편집하고 감상할 때 매우 유용하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반 사용자의 사용성과 미관 때문에 화면에 번쩍거리는 글로시 처리를 했다는 점이다. 화면에 반사돠는 빛이 화질특성을 약간 방해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제품이 지향하는 사용자층을 생각하고 선택한 결정이라고 본다.


전체적으로 삼성 970은 일반모니터에 만족하지 못하고 약간 더 높은 성능을 원하는  일반 사용자, 전문가용 모니터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건조한 영상장비 수준이 아니라 좀 더 즐겁게 쓸 수 있는 제품을 원하는 영상 전문가에게 어울릴 듯 하다. 제품속에 있는 다양한 기능이 이런 지향점을 증명해준다. 뛰어난 화질 외에 보여주는 다양하고 강력한 기능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기로 하겠다.


P.S :
1. 노트북 화면과의 비교는 작은 해상도의 사진 안에서 TN과 PLS패널의 화질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입니다.
2. 어도비의 sRGB관련한 언급은 다소 오류가 있어 뺍니다.
3. 드라마 사랑비와 관련한 감독의 의도 언급에 대해 걸고 넘어지는 분이 있을까봐 출처를 명시합니다.
(출처)


이 정도로 언급할뿐, 어떤 감독도 스스로가 어떤 색공간의 어떤 수치를 이용해서 찍을 거라는 식으로는 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든 화질평가, 영상리뷰어는 유추할 뿐입니다. 저는 이 정도 감독의 언급이면 본문 화질과 색감의 근거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