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금방 잊어버렸다. 하지만 중국의 인권운동가 한 사람이 한 말은 아직도 내 가슴에 남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는 주장을 알리고 단순한 동참 서명 몇 개를 받는데 자전거를 타고 하루 종일 걸려서 다녀와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와 트위터를 통해 주장을 알리면 순식간에 수백, 수천개의 동감을 얻어낼 수 있다. 그것이 너무도 기쁘다고 말이다.



암울했던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사도 비슷했다. 군사독재를 겪던 80년대에 이른바 학생 운동권들이 지하실에서 불법(?)전단을 인쇄해서 길에 뿌리고, 벽보를 붙이다가 체포되는 일은 흔했다. 불온(?)서적을 배포하다가 경찰에 쫓기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힘들게 싸워도 막상 대다수 국민들은 이들의 주장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정보의 유통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디어로서의 통제되어 있고 개인간의 통신마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도 대중에게 알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과 PC가 세계를 연결하고, 나아가서 스마트폰과 그 안의 SNS가 개인을 사적인 네트워크로 묶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이미 한국인의 필수어플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의 생산과 전달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게 되었고 그 안에서 자정작용까지 갖추며 거짓과 진실을 가려낸다. 이른바 집단지성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매스미디어의 고유영역을 무너뜨리고 보다 소비자 개인의 영향력을 확대시켰다. 이제는 그 어떤 미디어도 자기가 여론을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지 못한다. 지금 한국의 진정한 여론은 SNS가 만들 수 있으며 그것은 어떤 개인이나 조직이 독점하지 못한다. 최근의 '나는 꼼수다' 열풍을 비롯해서 선거와중에서의 잇다른 변화는 이런 상황의 파급력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문제는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이런 개인적인 통신망의 자유로운 정보유통이 궁극적으로 가장 보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정치를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정치는 사실상 모든 문화현상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가장 변화하기 어렵지만 일단 변화하면 사회의 모든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최근 모 정당의 경선과정에서 도입한 모바일 투표도 이런 맥락에서 스마트폰이 정치에 획기적으로 도입된 좋은 예다. 이제 정당까지 영향력을 미친 이런 스마트폰 문화가 과연 한국 정치 전반에 강한 충격과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보통 정치가 잘 되고 있으면 대중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진다. 반대로 현실에 불만이 있고 정치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치에 관심이 많아진다. 스마트폰이란 개인의 영역에서 정치는 그저 불만과 스트레스를 풀 해소수단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웃음거리나 오락거리 밖에는 안되는 것이기에 허경영이나 강용석 같은 정치인이 더 많이 등장하게 된다. 그렇지만 막상 진지하게 부딪쳐야 하는 부분에서 정치란 웃을 수 만은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너무도 확연하다. 우리는 예전처럼 단순히 티비나 신문 뉴스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다. 예전같으면 음습한 지하실에서 만들어 뿌렸을 전단문이나 책자에 담기는 주장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비교할 수 있다. 정보 자체는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걸 종합해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지만 말이다.




스마트폰이 그것을 소유한 주인의 생각에 도움을 준다면, 그 생각이 실질적으로 정치에 가장 효력을 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선거때의 투표다. 스마트폰을 가진 모든 사람이 간단히 인증절차를 거쳐 모바일 투표를 할 수 있는 미래가 온다면 가장 좋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수고를 무릅쓰고 우리를 투표장에 가게 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한국 정치는 결국 제대로 된 투표와 그 결과에 의해 바뀔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총선을 맞이하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이 나라의 주인이다. 4년에 겨우 한 번 돌아오는 선택의 기회에 모두가 자기의 생각을 확연히 나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스마트폰이 주는 최고의 변화일 것이다. 모두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투표에 참여해서 이 나라의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바란다. 그것이 누구를 지지하는 어떤 의견이든 소중한 한 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