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은 디지털음원보다 오래되고도 전통있는 시장이다. 아이튠스를 통한 음원판매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애플은 뒤이어 전자책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쓸만한 태블릿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강조한 전자책 유통서비스 아이북스가 바로 그것이다.


아이북스는 아이튠스의 확장된 서비스로서 개시되었다. 디지털 음악에서 아이튠스는 사실상 경쟁 서비스가 없을 정도로 성공한 상태다. 하지만 전자책은 그렇지 않다. 이미 시장에는 대형서점과 견고한 관계를 맺고 성공적으로 사업하고 있는 아마존이란 사업자가 있었다. 아마존은 애플과 달리 하드웨어가 아닌 컨텐츠 판매에 주력하는 사업자였다.




여기에 애플은 아이패드를 앞세워서 하드웨어와 컨텐츠의 결합을 앞세웠다. 또한 아마존보다 좋은 수익배분 조건 등을 내세워 컨텐츠 업체를 이끌어냈다. 결국 아마존은 애플에 대항하기위해 수익배분을 비슷하게 고쳤으며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라인업을 대폭 강화했다. 그리고는 현재 태블릿의 영역까지 노리는 킨들파이어를 통해 아이패드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세계시장의 움직임은 한국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한글로 대표되는 한국 도서 시장은 작고, 불법복사로 얼룩져 있었다. 종이책 자체가 공급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낡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또한 음원과 다르게 한국의 도서시장은 매년 매출부진과 투자부족의 악순환에 시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책은 출판사와 서점 양쪽에서 종이책 매출을 떨어뜨리고 불법복제를 부추기는 해로운 기술로만 인식되었다. 일부 의욕있게 시작한 전자책 업체가 매출부진에 시달리다가 도산하기도 했다.


애플에 있어 아이북스는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어느정도 자리는 잡았지만 기존의 강자 아마존의 벽이 너무도 두텁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비스에 있어서 아이북스는 아직 영미권에 머물고 있으며 일본이나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애플 모바일 제품에 들어가는 기본 서비스의 하나로서 입지를 다지는 정도이다. 뉴아이패드에 힘을 얻은 아이북스가 한국에 들어와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뉴아이패드, 한국 교육시장에 미칠 영향은?


얼핏봐서는 디지털 음원보다 시장성이 낮은 한국시장이기에 더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아마존에 비해 뒤진 애플이기에 오히려 한국같이 작은 시장에도 적극적일 수 있다. 사용자가 사용자를 부르는 컨텐츠 시장의 특성상 컨텐츠의 양이 많을 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업전략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 전자책에서 애플은 아마존과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써서 경쟁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마존이 소홀히 하거나 미뤄둔 시장부터 선점하는 식으로 세력을  늘려가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그런 방법의 하나로 한국을 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도서시장이 작은 편이다. 잘 팔리는 몇몇 책을 제외하면 세계적 기준에서 볼 때 매출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는데 각급 학교의 참고서 시장과 아이들을 위한 교육도서 시장이다. 이 시장만큼은 불황이 거의 없다. 우연찮게도 애플이 지금 레티나 해상도의 뉴아이패드와 아이북스2 앱을 내놓으며 개척하려는 시장이 바로 이 교육시장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뉴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시장이다. 단순히 재미로 읽는 책이 아니라, 각급 학교의 교과서와 참고서, 교재를 전자책 형식으로 만들어 서비스하는 시장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교육에 관심을 가졌던 스티브 잡스의 의지도 있는데다, 아직 아마존이 진출하지 못한 이 시장은 애플이 승부를 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준다.


인터넷 강국으로 자부하는 한국은 특히 교육시장의 디지털화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일선 학교와 공공기관에 보급될 전자책과 관련 단말기 시장은 도서시장과 별도로 전망도 밝고 규모도 크다. 애플이 이 시장을 노리고 들어온다면 입지를 굳히고 관련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더구나 뉴 아이패드의 초고해상도는 거의 책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애플은 전자책 교재를 자유롭게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아이북스2와 저작도구를 내놓으며 이런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여기에 뉴아이패드의 레티나 고해상도를 대입해보자. 이런 움직임을 유의해볼 때 한국정부의 별다른 대책이나 지역적 규제가 없다면 아이북스의 교육시장 진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칠 수 있다.


교육시장을 향한 애플의 전략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그것은 아이패드와 아이클라우드란 두 가지 단어로 압축된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고 비교적 값이 싼 태블릿인 아이패드를 전자책 단말기로서 보급한다. 아이패드는 고성능 단말기로서 기존의 전자책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영상재생과 음악감상, 나아가서는 음악연주와 그림 그리기까지 각급 수업에 필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앱스토어는 이런 아이패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용 앱의 제작을 독려하고 유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아이클라우드는 아이패드를 실질적으로 스마트한 교재로 만들어준다. 교사가 학생에게 교재를 배포하거나, 학생들이 교과서와 자료를 저장하고 끄집어낼 때 선이 필요하거나 별도 저장장치가 필요하다면 너무도 불편하다.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할 수만 있다면 애플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서 교육자료를 저장하고 열람할 수 있다. 심지어 단말기를 잃어버려도 새 단말기에 아이디만 넣으면 교재를 즉시 되찾을 수 있다. 애플은 바로 이런 장점을 이용해 교육시장을 선점하려 할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인터넷강국이라는 평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만큼 교육시장에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려는 욕구가 크다. 적절한 정부의 예산지원과 동기만 부여된다면 애플의 한국 교육시장 진입은 수월할 것이다. 더구나 현 시점까지는 해상도란 부분에서 뉴 아이패드를 따라갈 태블릿은 아직 없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잠재적 경쟁자는 있다. 아직은 시장규모도 잡지 못할 정도지만, 정말로 교육시장이 형성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한국기업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갤럭시탭과 삼성 SDS를 보유한 삼성, 옵티머스패드와 LG CNS를 가진 엘지가 경쟁에 나설 것이다. 애플은 이들과 한국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런 경쟁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항은 무엇일까. 단말기 공급 단가라든가, 솔루션의 품질 같은 것은 그다지 많은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보안성이다. 해킹이나 불법복사를 막으면서도 원활하고 쉬운 자료접근을 보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이슈가 될 것이다. 애플이 한국 교육시장에 진출해서 성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보안성에 달렸다. 




애플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아이패드에 의한 통합 솔루션이 우위일까. 아니면 구글이 개방형으로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다른 회사의 하드웨어가 결합된 분산형 솔루션이 우위일까. 한국 교육시장의 흐름은 이 판단에 달렸다. 어쨌든 뉴아이패드로 시작되는 애플의 교육시장 진출은 한국 교육시장에도 좀더 많은 경쟁을 촉발하고 선택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 전체참조 : 애플 서비스, 한국진출 가능성과 전망. (디지에코 - 이슈앤 트랜드) , 필자 : 안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