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과연 발전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물으면 아마도 무슨 말이냐는 반문이 날아들 것이다. 날이 갈수록 미세해지는 공정과 높아지는 클럭, 늘어가는 코어 개수와 함께 그래픽 가속보드의 성능은 눈이 부실 정도다. 더구나 SSD의 빨라진 성능은 느린 하드디스크에 발목이 잡히던 업계에 활력을 주고 있다. 맞다. 컴퓨터는 발전하고 있다.
 


그러면 컴퓨터는 과연 빨라지고 있는 걸까? 이렇게 물으면 좀 갸우뚱할 것이다. 하드웨어는 해마다 점점 빨라지는데 몇년 주기로 교체되는 윈도우 운영체제만 새버전으로 깔고 나면 당연한 듯 느려진다. 이제는 초기부팅은 물론 잠깐 대기시켰다가 복원시키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소요를 각오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컴퓨터는 당연히 느린것.' 이고 그게 싫으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쓰는게 당연하게 되었다.


울트라북이 대두된 것은 이런 벽을 깨기 위해서다. 이대로라면 태블릿에게 점점 입지를 빼앗기게 될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 빠르고 가벼운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칩 업체 인텔을 필두로 대표적 노트북 제조업체들이 망라되었다. 장기적으로 이들의 상대는 태블릿-아이패드이지만,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상대는 맥북에어이다.


인텔이 제안한 규격에 따라 만드는 울트라북의 입지는 약간 묘하다. 이제 초기단계인 울트라북이 뭉쳐서 상대해야할 상대는 애플의 '맥북에어' 다. 그러나 사실은 각 제조사끼리도 서로 경쟁상대다. 그러다보니 상당히 제한된 인텔 구격은 당연히 지키는 선에서 또다른 특색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대두된다.


LG는 전통적으로 안정된 제품을 잘 만드는 기업이다. 사람으로 치면 자기자랑에 별로 능하지 않은 성실하고 능력있는 회사원이랄까. 따라서 이런 LG가 만드는 울트라북은 어떨지 관심이 갔다.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울트라북 발표회는 그래서 재미있는 행사였다.


울트라북은 과연 어떤 제품일까? 우선 노트북을 말한다. 그리고 인텔이 제안하는 얇은 두께와 무게, 초기 부팅시간과 대기후 응답시간 등을 충족해야 한다. 그럼 LG 울트라북 Z430과 Z330을 알아보자.



부팅시간은 확실히 빨라졌다. 집에서 내가 쓰는 HP노트북은 5400RPM의 하드디스크를 쓰고 있는데 부팅시간은 답답한 편이다. 비교적 최신사양인 i5 샌디브릿지임에도 그렇다. 그래서 전원을 끄지않고 최대절전모드를 쓴다. 그러면 전원만 켜면 비교적 빠른 시간에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트라북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전원을 켜면 맥북에어의 부팅시간에 뒤지지 않게 9.9초의 빠른 속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윈도7으로도 이런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SSD를 채용한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울트라북을 덮고 다시 올려서 쓰기까지의 속도는 3초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서 최대절전모드에서 복귀하는 것이다. 이론상 배터리를 쓰지 않는 모드에서 복귀한다는 게 이렇게 빠르게 이뤄진다는 게 대단하다. 배터리를 소모하는 대기모드에서의 복귀는 더 빠르다.



LG 울트라북, 과연 무엇을 추구했을까?

LG 울트라북의 가장 큰 디자인 특징은 헤어라인 표면처리다. 마치 원목 나무의 나뭇결을 연상케하는 이 표면은 명품의 느낌을 잘 전해준다. 알루미늄으로 이런 고급스러운 가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디자인과 소재가공 기술력을 나타내주는 것이라 하겠다.


무게는 1.21킬로그램이다. 13인치의 대화면과 고성능 i7 CPU를 생각한다면 대단한 경량이다. 더구나 배터리까지도 6시간 이상 사용 가능한 고용량을 넣었다. USB 3.0 단자를 포함하고도 두께는 14.7밀리에 불과하다. 그야 말로 마른 수건도 다시 쥐어짜는 엄청난 슬림화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LG 울트라북이 추구한 것은 고급스러움과 안정감이다. 최신기술이 담긴 첨단 노트북을 다루면서도 늘상 옆에서 쓰던 제품과도 같은 편안함을 주려는 것이다. 이것은 가전제품부터 시작해서 일상화된 제품에 강한 경쟁력을 지닌 LG의 특징이다. 


이런 내 생각을 확인시켜주듯, 이번 울트라북의 모델이 되어준 조세희는 우아함과 럭셔리한 아름다움이 넘쳤다. 울트라북에 딱 어울리는 이미지를 연출해준 모델 조세희의 자태와 함께 LG 울트라북을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