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불일치라는 게 단어가 있다. 입으로 한 말과 행동이 따로 가는 현상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경우를 자주 본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인권은 소중하다고 가르치던 교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학생에게 가혹한 체벌을 하는 그런 것 말이다. 아마도 그 교사는 학생을 아예 '인간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성인이 아니란 미성년자란 단어의 뜻을 인간이 아니란 뜻으로 받아들였을 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사람이든 기업이든 이전에 했던 말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이런 문제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챙기려고 하다보니 생긴다.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수입을 챙기면 안된다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예전 KT가 이른바 공중전화에서 소액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아서 생기는 이른바 낙전수입을 한사코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았다는 점을 보듯이 종종 벌어진다.

아이폰을 한국에 가장 먼저 도입한 때문일까. 네티즌 사이에서 그동안 KT는 선구자이자 일종의 해방자로서 취급되는 경향이 있었다. 경쟁사인 SKT와 나란히 놓고 보았을 때 그런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겪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통신사업자는 결국 이익 앞에서 어떤 희생도 치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KT는 과연 미래를 바라보는 기업인가? 이전에 보여준 뉴스에 의하면 매우 심각하게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인 듯 싶다. 소비자들이 휴대폰 기본료를 인하해 달라고 했을 때, 단돈 천원을 내리면서 KT의 이석채 회장은 매우 아프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되면 미래도 꿈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내가 이전에 쓴 포스팅을 참조해보자.



휴대폰 기본료 인하불가, 누구의 꿈인가?

그런데 이번에 KT는 삼성에서 미래형 스마트TV를 한국에서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그 회선을 단절하는 행동을 감행했다. (출처)

KT는 2월 10일 오전 9시부터 인터넷 망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삼성전자 스마트TV와 연결된 인터넷 접속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 인터넷 망을 써온 삼성 스마트TV 이용자들은 TV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할 수 없게 됐다. 주문형비디오(VOD)와 게임, 교육 등과 관련된 응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내려 받기도 불가능해졌다. 값비싼 스마트TV가 사실상 일반TV로 바뀐 셈이다. 단, 기존의 초고속 인터넷 사용이나 일반 TV 시청은 그대로 가능하다.

현재 국내 삼성전자 스마트TV를 구입한 50여만 가구 가운데 KT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가입자는 20여만 가구로 추산된다.

KT 관계자는 "10일 오전에도 삼성전자 측에 인터넷 망 이용 대가에 대한 지불 의향을 물었지만 삼성전자가'협상할 생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해 불가피하게 접속 차단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KT는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경우, 삼성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 제한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도 역시 강경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법에 10일 인터넷을 차단한 KT를 상대로 '인터넷 서버 접속 제한 행위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의도이다. 망 중립성과 관련된 현안 해결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관련 업체가 지난 1년 이상 협의체 또는 포럼의 형태로 성실히 협의해 왔고, 이달 15일에 올해 첫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된 상태에서 KT의 조치는 납득할 수 없다는 뜻에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히 "KT는 무조건 망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삼성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망 중립 정책 결정 이후에 협의하자는 상황이었다"며 "이 와중에 KT의 일방적 조치는 망 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KT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이익을 위해서 잘나가는 대기업과 분쟁을 일으킨 것 뿐인데 뭐가 문제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휴대폰 기본료를 둘러싸고 소비자의 미래와 꿈까지 언급했던 바로 그 부분이다. 그때는 항상 소비자의 이익과 꿈을 위해서 애쓰는 것처럼 말했다.

KT의 스마트TV 차단, 미래를 본 결단인가?

그런데 이번 조치를 보자. 특정 기업의 제품이란 점을 제외하고도 스마트TV는 미래형 가전제품이다. 많은 가능성이 달려있고 혁신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와 꿈을 그렇게 논했던 KT로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뛰어들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KT가 취한 행동은 가만히 보고 있다가 그저 이것이 자사 통신망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 같자 제조사에게 돈을 요구한 것 뿐이다. 이걸 이용한 새로운 사업을 연구하지도 않았고, 대비해서 망을 확충하면서 가능성을 넓혀주지도 않았다. 단지 돈만 원했을 뿐이다.


이것이 과연 예전에 KT가 말했던 '미래와 꿈'일까? 이건 언행불일치에 불과하다. 예전에 말했던 그 말이 그저 '기본료 내리기 싫어. 내 돈이 빠져나가잖아!'란 진심을 포장한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진정으로 미래와 소비자를 위했다면 이용료를 둘러싼 분쟁이 있더라도 이렇게 당장 과격한 차단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 천천히 조정하면서 별도로 이 스마트티비를 이용해서 자사도 무엇인가 기술을 결합해서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익을 올릴 방법을 기획했어야 한다.

망사업자들의 위기감은 물론 이해한다. 이동통신망은 카카오톡과 각종 무료 인터넷폰에 밀려 음성통화와 문자 수익이 잠식되고, 유선망은 스마트폰과 콘솔게임기 등으로 인해 부하는 늘어나지만 소비자 요금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줄어가는 수익에 대한 초조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자. 새로운 기술이 기존 수익구조를 무너뜨렸을 때, 단지 요금인상이나 차단 같은 조치로 방어가 성공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기술혁신의 시대에는 능동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 법이다. KT가 정말로 미래와 꿈을 중시하는 기업이라면 더욱이 적극적이어야 한다. 

아니면 그때 우리가 천원을 KT에게 더 주지 않았기에 이제 KT에게는 꿈도 미래도 없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참으로 안타깝다. KT가 추구하는 미래와 꿈이 겨우 이용자 요금 천원의 가치 밖에 되지 않았다는 뜻일까. 부디 그것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