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본 부자 삼성, 그리고 가난한 한국은?
2011. 8.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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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활용담(리뷰)
한국에서는 일본인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리고 그런 책은 대개 칭찬보다는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비판’ 이라든가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따라오는 이유' 같은 책들이다.
다른나라 사람이 쓰는 한국 관련 책도 적지 않은데 왜 유독 우리는 일본 사람의 책에 대해 더 민감한 걸까? 단순히 한일의 역사적 관계 때문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따지면 한국이 일본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약간 뒤쳐진 채로 말이다. 말하자면 시차를 둔 형제 사이에서 형이 아우더러 ‘쯧쯧, 나는 이미 그런 시기 다 겪었는데 말야. 너는 대응방법이 틀렸어.’ 라고 말하면 아우는 ‘몇 살 더 먹었다고 유세는. 알면 얼마나 안다고!’ 라고 발끈하다가가도 ‘그래도 나와 가장 가까운 형의 말이니 무엇인가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일본인 미쓰하시 다카아키가 지은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은 그래서 최근 삼성을 둘러싼 논쟁을 보는 데 있어 또 하나의 재미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작가 출신으로 경제평론가이자 중소기업진단사로 일하고 있는 이 사람의 경력은 어쩐지 소설가 출신으로 현재 IT평론가로 활동하는 나와도 닮은 점이 있어서 재미있다.
이 책은 펼쳤을 때 머릿말에 나오는 문구가 가장 인상적이다.
“어느 나라에서 대기업이 정부에 재정 적자와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고 국내 시장에서의 과점(기업수가 적어서 경쟁도 적은) 상태를 유지하며 국내 투자를 확대하지 않음으로써 거액의 이익을 올렸다고 가정하자. 그때 ‘손해’를 본 것은 누구일까?”
답은 그 나라의 ‘국민’이다.
답은 그 나라의 ‘국민’이다.
이 문구는 제일 처음 나오는 말이지만 실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테마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나라의 대표로 일단 한국을 지목했다. 그리고 이 대기업의 하나로 삼성을 꼽았다. 그렇게 놓고 볼 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한국정부는 고환율 외환정책과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수출위주의 기업에게 특혜를 줬고 그 결과로 특히 삼성이 엄청난 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정작 그 이익이 다시 국민에서 환원되어 실질적으로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통계자료에 나온 한국의 실질임금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그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세계화)에 맞춰 경쟁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따라서 한국에게 있어 삼성의 높은 순이익은 그다지 자랑할 일이 아니다. 또한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한국 대기업도 정부가 베푼 혜택으로 본 이익을 다시 사회와 국민에 환원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게 있어 삼성의 높은 순이익은 그다지 자랑할 일이 아니다. 또한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한국 대기업도 정부가 베푼 혜택으로 본 이익을 다시 사회와 국민에 환원하지 않고 있다.
맞는 말이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기업은 거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데도 투자를 꺼려 서민들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준 혜택은 실제로 그 이윤을 투자하게 해서 국민을 이롭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대기업들은 이익이 나면 유보금을 쌓아둘 뿐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는 모두 이런 기업구조와 함께 대기업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아무리 천문학적 이익을 올려도 그 몫만큼 한국의 국민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고용없는 성장과 함께 국민의 희생속에 성장하는 대기업이란 게 저자의 지적이다.
그럼 반대로 저자가 대칭하는 예로 든 케이스는? 바로 작가의 나라인 일본이다.
또다른 나라에서는 국내시장이 과당경쟁 상태로 각 기업은 자신의 분야에서 죽을힘을 다해 타사와 경쟁해야 한다. 법인세율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니며 당연히 기업이 이익을 증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그때 ‘득’을 본 것은 누구일까?
즉 일본은 이런 체제하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IMF전까지는 일본과 같은 이런 경제체제였지만, 지금은 미국식으로 강제전환되어 전혀 다른 체제로 향했다는 뜻이다. 또한 그러므로 일본이 굳이 한국을 배우려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작가의 주장이다. 삼성전자가 일본 가전업체 전부를 합친 것보다 순이익이 크게 나왔어도 배울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얼핏 이 말은 맞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0년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받은 삼성그룹의 배당금은 무려 847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미국 CEO가 울고 갈 일이다. 또한 정몽구 현대 자동차 회장이 받은 자사주의 배당금도 총 37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업의 성장과 번영이 정부의 많은 지원과 국민기업을 향한 국민의 응원에 힘입었다고 한다면 당연하기보다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고작 4320원으로, 많은 한국 국민들이 가난에 신음하고 있다.
이 부분이 정확히 내 폐부를 찔렀다. 얼마전에 한국에 온 손정의 회장의 기자회견을 보자. 여기서 손정의 회장은 ‘기업은 무엇을 위해 있는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있다.’ 라고 말하며 최대한 많은 투자를 일본의 장기 이익과 번영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이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삼성이나 현대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디에도 ‘국민의 행복’이란 말은 없다. 단지 끝도 없이 ‘1등이 되기 위해서’ 혹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투자할 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삼성전자는 한국의 이익이 되든 말든 삼성전자 혼자가 살아남고 번영하기 위해 투자할 뿐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일본 기업인 중에서도 존경받는 손정의 회장의 말이긴 해도 이처럼 기업의 자세와 투자방향이 다르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면에서 ‘한국을 닮지 말자. 삼성을 닮지 말자.’ 는 작가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은 제목과는 좀 다른 분위기다. 삼성을 반대하는 그런 책이 아니다. 이 책은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체질과 대기업의 과점 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다만 그 시각이 다소 일본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다소의 흠이다. 작가는 일관되게 일본의 현 경제체제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건 그저 ‘디플레이션’ 으로 그것을 바로 잡기만 한다면 세계화의 모범생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한국이든, 그 선두에서 눈부신 경영실적을 보이는 삼성전자든 전혀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문제가 되는 건 그저 ‘디플레이션’ 으로 그것을 바로 잡기만 한다면 세계화의 모범생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한국이든, 그 선두에서 눈부신 경영실적을 보이는 삼성전자든 전혀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저자의 논리를 대입한다면 지금 기록적인 성장과 함께 엄청난 순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미국기업 애플은 어떨까? 애플이 보고 있는 이익은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손해인가? 예를 들어 애플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시피한 MP3플레이어 아이팟에서 나오는 많은 수익률은 소비자에게 해를 끼쳐가며 얻은 부당한 수익일까?
물론 저자는 부가가치 자체를 높이는 것은 찬양할 만한 일이다. 또한 부가가치의 원천은 ‘인간의 아이디어’ 라고 옹호하는 언급을 했다. 하지만 굳이 이 말을 적용한다고 해도 작가의 지나치게 단순화된 논리속에는 몇몇 허점과 일본중심주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아이디어의 승리로 인해 결국 한 기업의 제품이 시장을 과점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이 본 부자 삼성, 그리고 가난한 한국은?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읽을 만한 책이다. 핵심이 되는 질문이 날카롭다. 또한 알기 어려운 경제학 지식을 아주 쉽고 간단히 풀어서 그것이 원론적으로 어떤 의미로서 실생활에 다가오는 지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대기업이 수출을 많이 해도 한국의 고용이 늘지 않고, 청년실업은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등록금을 비롯한 물가는 폭등하는 현실은 언론에서 보는 눈부신 경제성장 뉴스와 기묘한 대립을 이룬다. 이 책은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가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지혜를 가져다주는 데 아주 유익하다.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이정도로 집요하고 확실하게 단점을 지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 대기업이 수출을 많이 해도 한국의 고용이 늘지 않고, 청년실업은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등록금을 비롯한 물가는 폭등하는 현실은 언론에서 보는 눈부신 경제성장 뉴스와 기묘한 대립을 이룬다. 이 책은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가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지혜를 가져다주는 데 아주 유익하다.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이정도로 집요하고 확실하게 단점을 지적하지 못했을 것이다.
끝으로 매우 아이러니컬한 재미있는 점을 말해보자.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부자 삼성’을 내세워 삼성전자를 공격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삼성에 대해 매우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작가는 어느 분야든 중복투자니 그런 논란은 무의미하고 과당경쟁을 유발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즉 이 논리대로라면 삼성의 한이 된 삼성 자동차는 도리어 현대 자동차라는 과점체제에 맞서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해줄 좋은 선택이 되는 것이다.
‘삼성은 번영하는 데 왜 한국 경제는 어려워지는가?’ 란 표제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의 경제상황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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