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달전에 한동안 블로그 글쓰기 강좌를 올렸었다. 많은 블로거들이 글을 잘 쓰고 싶다고 하면서 내가 쓴 강좌를 보았다. 솔직히 나는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나는 글을 못쓰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한다. 좋은 글쓰기 방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좋은 작품을 골라 읽기도 한다. 그래서라면 모자라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단계는 비슷한 것 같다. 통신문학의 태동기인 95년, 처음 PC통신에 소설을 연재할 때 나는 그야말로 용감했다. 어차피 그때는 그냥 대학생이었고 실패한다고 해도 잃을 게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보고 아쉬움을 느낀 점을 참고로 철저히 내 방식의 글을 써서 연재했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의 인기를 얻었다. 처음으로 고정독자가 생기고, 내 소설을 읽고 감동했다는 팬레터도 받았다. 신이 난 나는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리고 어느새 출판사에서 제의를 받아 출간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히려 그 이후다. 무서울 게 없었던 아마추어를 벗어나서, 프로작가로서 다음 작품을 준비했다. 보다 발전하기 위해 역사소설을 쓰기로 하고 하나씩 준비해나가자 오히려 급속히 자신감을 잃고 암담한 기분에 빠졌다. 자료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법을 몰랐다. 또한 프로작가로서 정돈된 문장이나 깔끔한 문체도 없었다. 한마디로 기본기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무렵 친하게 지내던 작가 한 분의 지도가 없었다면 나는 그저그런 글을 쓰며 잊혀졌을 지도 모른다.



오늘날 블로그 세계도 마찬가지다. 갓 블로그를 만들고 들어온 블로거는 용감하다. 거칠 것 없이 글을 써도 그 신선함 때문에 사람들에게 높은 반응을 얻게 된다. 인기는 높아지고 내놓는 글마다 포털 사이트에 잘 노출된다. 그래서 그 기분에 잔뜩 도취된다. 그러나 한시즌만 지나게 되면 그 속에 있던 일종의 거품이 꺼진다. 글이 신선함을 잃고, 슬며시 노출횟수도 적어진다. 또한 새로 등장한 신진블로거들이 아래에서 치고 올라온다. 이때 제대로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그저그런 블로거로서 잊혀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오히려 이때 더 좋은 블로그를 만들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게 좋다. 단지 신이나서 해왔던 자기 블로그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더보기 좋고 내용이 훌륭한 글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블로그를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좋은 블로그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최근 블로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블로그를 만들어 관리할 수 있는 책이 나오고 있다. 파워블로그가 되면 돈은 물론 대우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은 일단 귀를 솔깃하게 한다. 더구나 블로그를 만드는 데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많은 책이 여러가지 컨셉으로 등장한다.



내가 요즘 흥미롭게 읽고 있는 건 한빛미디어에서 나온 '100만 블로그와 소통하는 파워 블로그 만들기' 란 책이다. 각각 분야가 다른 5명의 파워블로거가 공저한 책으로 깜냥, 창틀, 페니웨이, 시앙라이, 바람처럼 님이 협력해서 자신있는 분야를 썼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여기에 있다. 보통 한 명의 블로거는 자신있는 분야가 한정되어 있다. 사진을 잘 찍는 블로거는 글을 잘 쓰기 힘들고, 여행을 즐겨하는 블로거가 정치사회를 잘 다루기는 힘들다. 이런 면에서 보통은 자기가 가고자 하는 분야의 파워블로거가 쓴 책이 그나마 좀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 '파워블로그 만들기' 는 각각 5명의 블로거를 포진시킴으로 인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이 책에는 네이버와 티스토리 라는 가장 핵심적인 블로그 두 개를 중심으로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법, 발행한 블로그글을 널리 퍼뜨리는 법과 그것을 이용해서 수익을 얻는 법까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특히 내가 가장 감탄한 점은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블로그 글을 쓰는 작법에 대해 설명했다는 점이다. 시사블로거 창틀님이 쓴 스토리텔링 부분은 여타 다른 블로그책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부분으로, 블로그 글쓰기의 기본을 제시하고 있다. 참고로 작은 소제목 몇 개를 소개한다.

1) 그는 누구입니까?
2) '이다' 또는 ' 입니다'
3) 소제목을 달아라.
4) 주제보다 소재
5) 섹시한 제목짓기

이런 식으로 글 쓰기 자체를 특징적으로 잘 가르치고 있다. 내가 예전에 잠시 연재하던 블로그 글쓰기 강좌와도 비슷하지만 보다 잘 정리된 것이 적극 추천할 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 6위까지 올라있다고 한다. 보다 많은 분들이 이런 책을 보고 발전하기를 바란다. (참고로 나는 이 책의 출판사와 아무 관계도 없다. 그저 내용이 마음에 들어 추천하는 것 뿐이니 선택은 각자 하기 바란다.)

좋은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 과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표현력' 이다. 진심이란 블로거가 일상에서 스스로 느낀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며, 표현력이란 그 마음을 글, 사진이란 수단을 써서 블로그란 공간에 정돈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요즘 나와있는 좋은 가이드북을 잘 읽고 적극적으로 실습해보면 된다. 사람에 따라 다소 발전이 늦을 수는 있지만 성실하게 노력하면 대부분 일정수준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진심이란 측면은 약간 다르다. 최근 살균 소독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블로거의 사태에서 보듯 진심이 결여된 블로그는 아무리 사진이 아름답고 글이 좋더라도 불미스러운 일을 부른다. 진정으로 좋은 블로그란 진심과 표현력이 다 갖춰져야 한다. 내가 새삼 이 글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