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제품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의견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마도 용도에 딱 맞는 물건이 가장 좋은 제품일 것이다. 흔히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어떤 한가지 목적을 위해서 과도한 스펙의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낭비에 불과하다.

애플이 내놓은 태블릿 아이패드2가 환상적인 데뷔에 성공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용도조차 불분명했던 태블릿이란 장르 하나를 완벽히 개척한 셈이니 단순히 잘 팔린 제품을 만든 정도가 아니라 IT제품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셈이다.



물론 약간 억울한 기기도 있을 것이다. 특히 내 경우에는 이미 5년 전인가에 쓰던 태블릿PC 하나가 생각난다. HP에서 내놓은 TC1000이란 기기인데 모든 면에서 지금의 아이패드와 닮았다. 다만 운영체제가 윈도우XP 태블릿에디션이고 전자기 감응식 펜을 써야 하는 방식이 좀 달랐을 뿐이다.

그래도 화면 위를 누르는 것만으로 정보를 얻고 조작한다는 개념은 정말 닮았다. 너무 무거운 윈도우란 운영체제에, 저전력을 위한 크루소CPU가 너무도 성능이 떨어져 외면받은 게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값도 비싸서 정가로 120만원 정도했던 것 같다.


아이패드의 성공비결은 뭐니뭐니해도 저렴한 가격이었다. 또한 이번 아이패드2의 성공 역시 고성능에 비해 똑같이 저렴해진 가격이었다. 애플 제품은 어차피 품질과 컨텐츠가 어느정도 받쳐주니 가격만 싸다면 그 수요는 엄청나게 불어날 수 있다. 사실 예전 매킨토시 때부터 그런 가능성은 늘 있었지만 이제야 실현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발표된 아이패드2를 보면서 나는 한가지 궁금증을 품게 되었다. 과연 아이패드2의 전략 가운데 이제 전자책이란 분야는 어느 정도의 비율이 남게된 것일까 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재미있는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출처)

3월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의 유명 기술 전문기자인 브렛 아렌즈가 200달러(약 22만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아이패드2’에 버금갈 스마트패드(태블릿PC)를 만드는 법을 소개해 화제다.

아렌즈의 200달러짜리 스마트패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는 먼저 온라인 판촉행사를 이용해 반스앤드노블의 전자책(e북) 단말기인 ‘누크 컬러’를 200달러(190달러+세금)에 샀다. 이후 인터넷에서 정보통신기기 플랫폼 전환 소프트웨어인 ‘루팅(rooting)’을 내려 받아 ‘누크 컬러’의 운용체계(OS)를 구글 ‘안드로이드’로 바꿨다. 특별히 고급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라는 기술 관련 도우미 사이트가 시키는 대로 했고, 제품의 바탕(OS)을 바꾸는 데 20분 정도면 충분했다.


‘누크 컬러’는 e북과 잡지를 읽는 기능에 충실하게 설계된 제품. 따라서 크기가 ‘아이패드’나 모토로라 ‘줌’의 절반에 불과하다. 크기가 작은 덕분에 무게도 30%정도 가볍다. 근거리 무선통신(WiFi)를 이용해 이메일 송수신으로부터 ‘앵그리 버드’ 게임을 즐기는 게 모두 가능하다.
아렌즈는 “심지어 (반즈앤드노블의 e북 단말기 경쟁업체인) 아마존닷컴의 ‘킨들’용 애플리케이션까지도 ‘누크 컬러’에서 작동한다”며 “그래서 최근에는 킨들 e북을 읽기 위해 ‘누크 컬러’를 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OS를 바꾼 ‘누크 컬러’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지 않고, 프로세서 속도가 떨어지는 등 파워 유저에게 적합한 수준이 아니어서 ‘아이패드’ ‘줌’ ‘갤럭시’ 같은 제품과 같을 수 없되 기본적인 태블릿으로서 매우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간단히 말해서 전자책용 단말기인 '누크 컬러'를 사서 해킹하면 200달러의 품질 좋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나름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취미삼아 즐기는 장난 수준이지 대중적인 태블릿 시장에 무슨 반향을 일으킬 수준의 뉴스는 아니다. 또한 만일 정말 이게 심각하게 퍼지면 누트컬러를 만들어 공급하는 반스앤노블에서 대책을 강구할 게 분명하다.

단지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볼 게 있다. 과연 아이패드2가 전자책이란 기본 용도로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냐는 것이다.

아이패드2, 전자책 단말기로서 적합할까?



1) 처리속도 : 아이패드2는 듀얼코어에 엄청나게 빠른 그래픽 엔진을 지녔다. 따라서 전자책이란 용도로 놓고 볼 때는 성능이 차고도 넘친다. 장보러 가는데 슈퍼 스포츠카를 몰고 가는 격이다. 훌륭하다. 대신 그 만큼의 가격이 제품에 반영되어 있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2) 디스플레이 : 레티나는 아니지만 역시 질좋은 S-IPS 디스플레이를 쓴다. 상하좌우 시야각이 매우 좋은 이 디스플레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서는 최상이지만 전자책 용도로서는 단점이 있는데 전력소모가 꽤 많고, 태양광에 약하며, 오래 읽으면 눈이 피곤하단 점이다. 대신 반응속도가 빨라 멀티미디어와 웹서핑, 게임 등 다목적에는 강한 장점이 있다.

3) 용량 : 아이패드2의 메모리와 SSD는 역시 전자책 단말기로서는 과분할 정도다. 뛰어나게 우수하다. 또한 애플의 대량현금구매로 인해 가격이 싼 편이다.

4) 크기와 무게 : 아이패드2는 분명 동급 단말기에 비해 얇고 가벼운 편이다. 디자인도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전자책이란 한가지 목적에 특화된 단말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고 무겁다. 아직 한손으로 오래 들고 있으면 손목이 약간 아플 정도다.

5) 컨텐츠 공급: 아이북스를 통한 전자책 공급은 나름 괜찮다. 또한 앱스토어를 통하면 각국의 전자잡지와 전자책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아마존의 킨들 등도 아이패드용으로 나와 있다. 그러니 최고의 전자책 단말기 업체와 동등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전자신문의 영역에서는 추후 구글 등 경쟁 사업자에 비해 밀릴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아이패드2는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어떤 면에서도 거의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결정적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가격이다.



아이패드2는 16기가 와이파이 버전의 가격이 499달러부터 시작한다. 고급 태블릿PC, 혹은 경쟁 안드로이드 기기에 비해 상당히 싼 편이다. 다목적 단말기라면 최고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전자책이란 특정영역으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약간 다르다. 전자책 단말기는 딱 책을 보기에 적합한 목적으로 원가를 낮췄기에 아이패드보다 훨씬 싸다. 따라서 책보기가 주목적이고 나머지 용도가 거의 없는 사람에데는 아이패드 가격이 낭비가 된다.

또한 9.7인치는 전자책으로서는 다소 크다. 무게도 다른 전자책 단말기에 비해 부담이 된다. 비싸다보니 악세사리로서 액정보호지나 케이스 등도 사서 가지고 다니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그런 면에서 역시 아직은 경쟁력이 우월하지 못하다.

사실 아이패드2부터 이젠 전자책이란 용도를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다. 아이패드1이 대표적인 활용처를 전자책으로 잡고 아이북스를 강조했던 것에 비하면 아이패드2는 오히려 동영상 제작이나 음악제작 등 컨텐츠 제작기기란 점으로 가고 있다. 그래도 굳이 전자책 단말기로서 비교하는 건 앞으로 애플이 아이북스를 통해 이 분야를 꾸준히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책 단말기는 이런 아이패드2의 장단점을 잘 숙지하고 대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