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로운 태블릿 아이패드2의 발표가 지나갔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많은 면에서 달라지지 않은 이 아이패드2 자체보다는 그 후의 후폭풍에 많은 관련업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저마다 애플이 너무 했다고 말한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 큰일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왜 저러나 할 정도다.



우선 야심차게 내놓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태블릿들이 문제다. 태블릿 전용으로 해상도부터 다시 설계된 허니컴 운영체제를 탑재한 경쟁 태블릿들은 나름 꽤 공들여 일전을 준비해왔다. 이번에야 말로 아이패드와 제대로 맞상대해보겠노라고 말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문제가 나왔으니 아이패드2가 너무 싸게 나왔다는 점이다. (출처)

올해 생산된 태블릿 10개 중 4개는 안 팔릴 것이라는 위기론이 나왔다. 애플 아이패드 타도를 외치는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에게 우려담긴 시선이 모였다. 아이패드2가 예상 이상의 뛰어난 성능으로 무장한 가운데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경쟁작들은 매력을 적잖이 잃었다는 분석이다.

듀얼코어와 카메라, 늘어난 메모리와 얇은 두께를 가진 아이패드2의 가격은 전의 아이패드1과 같았다. 더구나 아이패드1은 가격을 더욱 떨어뜨렸다. 할인된 가격에 팔리는 아이패드1은 이젠 넷북과 비교해도 부담없을 가격이다. 더구나 중고가격을 생각해보면 아이패드1은 이제 누구든 크게 무리하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있는 태블릿이 된 셈이다.



더욱 아프게 비명을 지르는 곳도 있다. 바로 전자책 단말기 업체다. 아이패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스티브 잡스는 이것을 거실용 컨텐츠 소비기기라 정의했다. 그리고 가장 중점적인 부분으로 전자책을 소개했다. 아이북스로 대표되는 컨텐츠 생태계와 함께 말이다. 그나마 이때는 아이패드가 비교적 단말기에 비해 고가이고, 디스플레이 방식이 액정이어서 장시간 독서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일까. 아이패드2가 나온 시점에서 견디지 못하겠다는 비명이 먼저 터져나왔다. 그것도 생산비 싸게 먹히기로 소문난 중국업체에서 말이다. (출처)

애플 아이패드(iPad)는 아이패드2 미국 출시에 따라 가격을 1100위안 낮춰 16G WiFi를 2888위안에 판매한다. 이는 중국 최대 전자책 단말기 업체 한왕(汉王)을 긴장케 했다.

3월 6일 오후, 한왕 부사장 겸 전자책 분야 책임자 왕방쟝(王邦江)은 전화인터뷰에서 “중국 태블릿PC 시장에서 기기만 생산하는 업체는 생존하기 힘들다. 단순히 단말기만 판매해서는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 삼성, HP, Lenovo라 해도 충격을 받으리라 예상된다.”면서 “애플이 동업자들의 길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한왕은 태블릿PC 신모델 가격을 낮췄고 작은 브랜드 업체들은 시장에서 물러나는 추세다. 지금까지 약 70%의 시장을 애플이 틀어쥐고 있다. 브랜드 업체가 애플을 따라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좋은 전망이 어렵다. 자체 생존의 압박만 커질 뿐이다. 기타 다른 돌파구를 찾는 게 최상의 방법이겠지만 애플이 공정, 가격, 서비스플랫폼 등에서 이미 우세를 점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왕방쟝(王邦江)은 “애플이 아무리 강대해도 중국인의 모든 소비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와 서비스의 현지화 실현에 우리가 힘을 쓴다면 성공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최대 전자책 단말기 업체가 거의 30퍼센트나 가격을 낮춘 아이패드에 견디지 못해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나름 고급 브랜드에 고급부품을 쓴 애플 제품의 저가격화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브랜드 가치도 낮고 생태계조차 없이 그저 기기만 조립해서 파는 중국업체로서는 훨씬 더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는 것이다. 쥐어짤 대로 쥐어짠 수건을 더 짜봐야 물이 나올리가 없다.

참으로 재미있는 광경이다. 세계의 공장이자 인건비 절감과 공산품 생산력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중국이 미국 업체인 애플에 경쟁하지 못하겠노라고 말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물론 애플도 디자인만 미국에서 할 뿐 폭스콘 하청을 통해 생산은 중국에서 하고 있다. 같은 중국업체의 대결이지만, 스케일은 좀 다르다. 애플이 압도적인 현금 보유고를 이용해 부품 대량구입과 제로마진 조립으로 엄청난 이점을 가지는 데 비해 중국이나 경쟁 업체는 그런 혜택없이 대항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애플의 아이패드에 대항해서 다른 전자책 단말기 업체에게는 미래가 없는 것일까? 이대로 아이패드에 모든 자리를 내주고 물러가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오히려 상관없이 더욱 발전하는 업체도 있다. (출처)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최근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용 전자책 판매가 종이책 판본인 페이퍼백(paperback)을 앞섰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전자책 판매가 페이퍼백 판매보다 15%가량 많다고 했다. 미국 최대 서점업체 반즈앤노블도 전자책 '누크'로 인기몰이 중이다.

킨들은 9.7인치 화면의 '킨들DX'와 6인치의 '킨들3' 등 두 종류다. 킨들3는 3세대(G)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3G 모델과 무선랜(와이파이) 접속만 가능한 와이파이 모델로 구분된다. 가격은 와이파이 모델 139달러(15만5000원),3G 모델 189달러(21만원),킨들DX 379달러(42만3000원)다.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은 정작 아이패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순항하고 있다. 중국의 조악한 단말기 업체와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도대체 양쪽 단말기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날까.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아이패드에 밀리는 전자책 단말기, 타개책은?

1) 전자책 단말기는 일단 아이패드보다 싸야 한다. 그러기위해 필요없는 기능과 부품은 없애는 대신, 꼭 필요한 기능은 과감히 넣는다. 위의 킨들3 와이파이버전은 15만원에 불과하다. 아이패드1이 아무리 싸진다고 해도 닿을 수 없는 가격이다.

2) 아이패드가 가지고 있지 못한 부분을 공략한다. 전자책 단말기에 있어서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는 보다 눈이 편안한 방식이다. 다용도로 쓰기에는 액정방식이 좋지만 단가도 높을 뿐더러 오래 보기에는 전자잉크보다 눈이 불편하다. 킨들은 그런 이점을 가지고 있다.

3) 전자책 컨텐츠를 같이 연결해야 한다. 아마존은 이미 잘 갖춰진 전자책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다. 아이패드가 아이북스로 생태계를 여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아마존 단말기는 이런 아마존 라이브러리와 가장 편하게 잘 연결되는 단말기다. 컨텐츠와 하드웨어가 서로를 단단하게 지키고 이끌어주는 이런 관계가 필요하다.


이 세가지 조건은 이제부터 커가려 하는 국내 전자책 업계에도 필수적인 교훈이다. 하드웨어만 싸게 대충 공급하려고 해서는 미래가 없다. 중국업체가 두 손을 들어버리는 것이 현재 아이패드의 위력이다. 다기능 기기로서 전자책 단말기를 고가에 만들어서 대충 공급하면 팔릴 거란 안이한 생각은 안하는 게 났다. 아이패드를 싸게 구할 수 있게 된 국내 상황에서 전자책 업체들의 경각심과 분발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