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춘추 전국시대 이야기를 하나 해 보자.

합종과 연횡등 온갖 기략들이 펼쳐졌던 그때 난립해있던 중국을 통일 한 최초의 왕조는 진나라다. 진시황제로 유명한 진나라는 법을 중시하는 법가의 가르침을 지도 이념으로 삼아 엄격한 규율과 세세한 것까지 규정하고 처벌하는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러나 진나라는 오래가지 못했다. 너무도 백성을 옥죄는 각종 법은 일체의 예외도 없고 가혹해서 견디지 못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섰다. 그 가운데 바로 우리가 초한지로 읽는 항우와 유방이 있었다. 나중에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진나라의 가혹한 통치를 교훈삼아 나라의 법을 크게 몇 가지로만 세우고 자잘한 법은 모두 철폐해서 인망을 얻었다.



현대 국가들이 흔히 직면하는 문제점은 바로 규제철폐와 적절한 통제의 균형을 잡기 힘들다는 점이다. 통제가 너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기능이 왜곡되거나 각종 반사회적인 일탈이 쉽게 이뤄진다. 반면에 규제가 너무 심하면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의욕 자체가 감소되어 버린다.

한국에 있어서 게임은 항상 규제가 압도적으로 강했던 분야다. 내가 초등학교때 즐겼던 오락실의 인베이더와 갤러그를 예로 들어보다. 오락실은 '지능개발' 이라는 아주 좋은 명분들 걸고 있음에도 항상 공부를 방해하는 위험요소에다가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므로 전부 없애버려야 한다는 규제의 대상일 뿐이었다.

시대가 흘러 게임산업이 엄청난 성장을 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이라 불리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의 앱을 통한 게임도 엄청난 수입을 가져다주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막상 한국의 수준은 아직도 인베이더가 갓 나오던 시절의 인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다음 뉴스 하나를 보자. (출처) 



제가 세를 든 오피스텔 건물의 지붕이 불법 건축물이어서 게임업체 등록이 안 된다고 합니다.”
자신을 게임 개발자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이 게임업체 등록 과정에서 겪은 황당한 경험을 토로한 글이 트위터를 타고 확산되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스마트폰용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 누리꾼은 자신이 직접 개발한 게임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며 인터넷을 두드렸다.
그가 겪은 가장 황당한 일은 게임업체 등록 과정에서 생겼다. 게임업체로 등록이 되어 있어야 게임물 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게임을 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누리꾼은 관할 구청을 찾아갔다 어이없는 답변을 들었다. 담당 공무원은 그가 입주한 오피스텔의 주차장 지붕이 불법건축물이기 때문에 게임업체로 등록할 수 없다고 퇴짜를 놨다.
공무원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었던 그는 이번엔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았다. 하지만 거기서 도 그에게 돌아온 것은 똑같은 답변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공무원은 건물주가 벌금을 내거나 해당 구조물을 허물지 않으면 등록을 해줄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담당 공무원은 그에게 “운이 없지만 법이 그렇다”며 ‘위로 아닌 위로’까지 했다.
그가 겪은 일은 이뿐이 아니었다. 그는 접수창구에서 5초 만에 발급되는 게임 심의 전용 공인인증서를 받기 위해 해당 업체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팩스로 서류를 제출하라고 안내해놓고 잘못된 번호를 게시해놓은 신용정보평가회사의 무신경, 번거로운 행정절차를 그대로 재연해놓은 것 같은 온라인 접수 시스템 등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이 누리꾼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주가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도 확인해야 하느냐”며 “게임물 등급위원회 누리집에는 ‘게임산업은 우리의 차세대 성장동력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지만, 게임 심의절차는 마치 게임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의욕을 짓밟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만든 것 같다”고 분개했다. 이 누리꾼의 ‘황당 경험’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원래는 IT 개발자들이 상당히 많이 이용하는 국내 커뮤니티 '클리앙' 에 올라온 사연이다. (원출처)



이 게임 개발자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얻어야 하는 허가와 그 절차는 대체 뭐가 그렇게 복잡한지, 필요성은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더구나 공무원들이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다. 대체 이런 규제와 심의는 왜 필요한 것일까. 그냥 자유롭게 개발하게 하면 안될까?

게임 개발자 좌절시키는 심의, 왜 필요한가?

영화는 이미 사전심의가 위헌이라고 판결됐고 각종 절차가 완화되어 이젠 적어도 절차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경우가 없다. 영화는 확실히 국제영화제에서 상도 받는 고급 예술이자 문화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은 어떤가? 게임은 기껏해야 아이들 놀이거나, 바다 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 산업일 뿐이다. 백해무익이라는 인식도 있으니 심의와 규제, 허가로 꽁꽁 묶여있다.



이런 게임 심의의 본질은 공무원과 국가가 관리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말로는 사행성 게임의 폐단을 막거나, 한국 정서상 문제가 되는 부분, 음란 게임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그것들은 외국에선 모두 사후 심의로 해결되고 있다. 요컨대 게임산업이 발전하건 말건 공무원은 학부모 등에게 욕만 먹지 않고 문제가 터졌을 때, 당신들은 뭐했냐는 말만 듣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게임 개발자에게 그 자리에서 등록을 끝내주는 원스톱 서비스나 찾아가는 서비스 같은 걸 제공해줄 리가 없는 것이다.

저 심의와 규제 가운데는 실제로 필요성이 별로 없는 것도 많다. 그러나 이렇게 해놓으면 공무원은 그것을 내주는 과정에서 나름 권력을 얻을 수 있다. 그냥 신고제로 운영하든가 쉽게 즉시 나오는 허가제로 바꾸면 그 권력이 상실되는 데 누가 바꾸려 들까?

과연 정부와 공무원들은 정말 게임이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도 외국업체들이 벌어들이는 엄청난 돈을 보고는 부러워는 할 것이다. 다만 그걸 위해 외국에서 얼마나 간편한 과정으로 심의와 규제가 간소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 원인을 만들어주지 않고 결과만 내라고 강요하는 어두운 현실이 생긴다.

앞으로 한국에서 창의성 있는 인재가 단지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려면, 그래서 성공하는 그런 것이 가능해지려면 심의와 규제부터 줄여야 한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피자배달처럼 서류 한장만 채워서 내면 30분만에 전산망으로 허가를 내주는 시스템도 좋을 것이다. 30분만에 신청 접수와 허가가 안되면 공짜 피자처럼 정부가 교통비와 벌금을 신청자에게 물어주고, 그 몫을 해당 공무원들이 감봉당한다고 상상해보라. 위의 기사와 같은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아마 스파이더맨이 피자배달하는 속도보다 게임 심의해주는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 물론 다른 부작용이 생기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게임산업 진흥을 외치면서 막상 현장에서 개발자의 의욕을 빼앗아가는 이런 시스템은 바로 잡혀야 한다. 한국에서 왜 이런 거 못만드냐고 닌텐도 게임기를 들고 말하던 대통령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내가 위에서 쓸데없이 춘추전국시대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다. 유방은 그 많던 법을 과감히 몇 가지로 줄였다. 마찬가지다. 한국 게임 심의도 정말 필요한 몇 가지 절차를 빼고 나머지를 전부 폐지하기 바란다.



차고에서 시작해서 성공한 애플이나 HP가 과연 한국이라면 심의나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까? 스티브 잡스도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아마 차고에서 애플컴퓨터 만들려다가 불법 건축물에 불법 용도 변경이라는 공무원 등살에 애플을 시작조차 못하고 접어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