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 가운데 <톰과 제리>가 있다. 날쌔고 영리한 생쥐 제리와 이 작은 침입자를 잡으려는 고양이 톰의 끝나지 않는 숨바꼭질을 다룬 작품이었다. 많은 에피소드와 사연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영원히 화해하지 못하며 서로 쫓고 쫓기기를 반복한다.

어쩌면 이것은 필연적인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둘의 운명은 서로가 생쥐와 고양이로 태어난 순간부터 결정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비단 애니뿐만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IT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프로그램의 불법복사와 그것을 막으려는 프로텍트 락과의 싸움 같은 것이 있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가 생겨나기도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둘러싸고 벌이는 <탈옥>논란은 그래서 다소 지루한 면도 있다. 어차피 결론이 나지 않으며, 각자가 알아서 선택하면 될 일을 굳이 언급하기 싫기도 하다.

애플 아이폰 제품군의 탈옥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에서 관련 법규의 재판정 노릇을 하는 연방도서관에서 판결이 내려졌다. 남은 건 애플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였는데 처음에는 더 강한 탈옥 방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용자의 통제를 강화하며 탈옥제품의 AS를 철저히 거부하는 등의 방법을 취했다. 판결이니 대놓고 거부할 수는 없지만 은근히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비친 것이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아이폰, 아이패드 운영체제 새로운 버전속에 탈옥사용자를 검출해내는 감시 프로그램을 심었다는 사실이었다. 영구히 복원할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는 그걸 바탕으로 AS를 거부할 수 있다는 장치였다. 이미 합법이라 판명된 사안에 다시 기술적 감시장치를 붙이는 건 너무도 오만하고 독선적인 태도였다.




그러나 최근 이런 애플의 태도에 조용한 변화가 일어날 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생겼다. 관련뉴스를 보자 (출처: 네트워크 월드), 번역: SoViT

Apple has just completely removed Jailbreak Detection API for iOS! It has been completely disabled or removed from iOS 4.2.1, as NetworkWorld reports. This is very shocking from Apple.
애플이 아이폰OS에서 탈옥을 검색하는 API를 4.2.1버전부터 완전히 지우거나 없앴다. 이건 매우 쇼킹한 사건이다.

An API is a programming resource that developers can make use of that their software or operating system is functioning properly and that it isn't modified. Even though jailbreaks can still get through, it gets harder and harder to find exploits because Apple keeps patching them. For some shocking reason, Apple has removed the API. This is unrelated to Apple's preventive jailbreak measures. An API only detects if the system is modified.

탈옥이 아직 가능하지만 애플이 계속 패치하고있어서 허점을 찾는데 더 어려워진다. 쇼킹한것은 애플이 API를 지웠다는 것이다. 애플이 탈옥을 막는 기준과는 관련이 없다. API는 단지 시스템이 변경되는지를 찾는다.

It is very strange why Apple just decided to remove it, but according to Joe Owen, the VP of Sybase, he guesses that Apple has decided to end the cat and mouse game with jailbreakers.
애플이 왜 지웠는지는 아주 이상하지만 cybase의 조 오웬의 말에 따르면 애플이 탈옥가들과의 쥐 고양이 싸움을 그만 두고 싶다고 한다.




늘 그렇듯 애플의 조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 시스템 전체의 변화를 감지하는 이런 API는 적절한 서비스와 연계되면 강력한 사용자보호를 제공해준다. 바이러스가 시스템에 침입해서 내용을 변형시키는 순간 알아채고 차단하고 배제할 수 있다. 또한 어떤 과정으로 시스템이 고장났는지도 알아내서 보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보면 어떨까. 시스템을 임의로 변화시킨 탈옥으로 새로운 기능을 써보려는 사용자가 있다. 그런데 그 사용자에 대해서 이 API의 기록을 바탕으로 AS를 거부할 수 있다. 어차피 대부분 리퍼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애플정책에 있어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사용자를 차별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지금까지 애플이 공식적으로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던 사용자 감시시스템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이다. 탈옥 자체가 합법이라 인정된 시점에서도 애플은 계속 이 기능을 써보기 위해 새로운 개발자 버전마다 탑재했었다. 결국 최종단계에서 빠졌지만 그에 대해 여전히 애플은 아무런 발표도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이런 불필요하고 논쟁을 불러올 기능에 대해서조차 투명한 처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일 깨끗하고 이미지 좋은 기업으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기사 마지막 부분의 문장은 매우 함축적이다. 애플이 탈옥가들과의 쥐 고양이 싸움을 그만 두고 싶다고 한다.

애플이 과연 아이폰 탈옥을 부분허용할까?



탈옥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란 매력적 하드웨어의 넓고 좋은 기능을 임의로 막아버린 데 있다. 법에 규정된 자유를 침해할 정도의 강력한 통제권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애플의 조치는 앞으로 애플이 아이폰 탈옥을 부분적으로나마 허용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하게 한다.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평론가로서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사용자로서도 애플에게 보다 소비자의 권익을 높여줄 좋은 조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