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소 퇴색했지만 2000년 초반 IT계 최고의 파워는 윈텔연합이 가지고 있었다. MS의 윈도우와 인텔의 CPU가 서로를 완벽히 지원하며 다른 경쟁업체를 멀찍이 따돌리던 시대였다. 윈도우+인텔 을 따서 윈텔로 불리는 이 연합의 위세는 대단했다.

사용자들은 윈도우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 인텔 CPU를 사야했고, 반대로 인텔 CPU가 지원하는 최신기능을 쓰기 위해서는 윈도우를 깔아서 써야 했다. 그러다 보니 둘이 상호작용을 이뤄 다른 경쟁자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렇게 윈텔진영이 연합을 통해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서로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지니고는 완벽하게 상대의 모자란 점을 보충해주었기 때문이다. 윈도우에서 어떤 기능이 약하면 인텔 CPU가 하드웨어적으로 보강해주었고, 인텔 CPU가 어떤 점에서 약간의 부족하면 윈도우의 기능이 그것을 참고 넘어갈 수 있는 매력을 주었다.

이렇듯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만나 자기의 모자란 점을 완벽하게 채울 연합을 구성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 윈텔 연합도 느슨해진 2010년에 또다시 그런 연합이 생길 가능성이 보인다. 우선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디지털 타임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과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만난 넥서스S가 공개됐다.

7일 삼성전자와 구글은 공동으로 개발한 차세대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표준) 스마트폰인 넥서스S를 각사의 블로그를 통해 동시에 공개했다.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버전을 최초로 탑재한 넥서스S는 앞으로 다른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데 있어 기준을 제시하게 될 전망이다.

넥서스S에 순정 상태로 탑재된 진저브레드는 기존 프로요에 비해 속도와 시스템 안정화는 물론,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지니고 있던 다양한 고유 기능들을 기본으로 갖춘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와 전면카메라를 통한 영상전화, 내장 태스크 매니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태블릿PC와 관련한 기능이나, UI표준화 등 안드로이드 정책과 관련한 부분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넥서스S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을 탑재해 NFC칩이 내장된 포스터나 스티커, 혹은 매장의 상품 등의 정보를 근거리에서 판독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상거래 분야에서도 혁신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넥서스S에는 아이폰4에 내장되며 관심을 불러일으킨 자이로스코프(6축 방향감지센서) 역시 내장돼, 게임 등에 보다 특화된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삼성과 손을 잡고 차세대 안드로이드의 표준이 될 스마트폰을 공동개발해서 내놓았다. 넥서스원의 제작사인 대만의 HTC가 아닌 삼성하고 손을 잡았다는 것부터가 충격이다.



이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구글이 최초 동반자인 HTC보다는 미래를 이끌어갈 파트너로 삼성을 지목했다가는 뜻이다. 구글은 예전에 넥서스원을 최초로 개발하고는 유통채널의 혁신을 위해 일체의 오프라인 판매를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서만 팔았다. 그러나 이 참신한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건 구글이 이런 종류의 제조와 유통업에 아무런 기반도 경험도 없었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업계
를 확 바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었던것도 아니다. 경험이 없는 구글과 아직 싸구려 부품업체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대만 기업이란 이미지가 서로 부담이 되었던 면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넥서스원의 실패는 도리어 구글에게 값비싼 교훈을 주었다. 제조업과 유통업의 노하우있는 기업이 없이는 어떤 것도 성공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이었다. 솔직히 소비자들은 구글의 소프트웨어 역량은 신뢰해도 검증되지 않은 하드웨어 역량을 믿지 못했다. 그런데 HTC라는 제조브랜드조차도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그러니 판매가 저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구글은 삼성을 골랐을까?


구글은 양산형 표준품질 부품을 주로 만드는 대만기업보다는 상당히 높은 품질과 양산능력, 마케팅 능력까지 뛰어난 삼성과 손을 잡아야 애플에 제대로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대로 삼성은 왜 구글이 내민 손을 잡았을까?


답은 이제까지 삼성이 걸어온 행보에 있다.
장세준 교수가 쓴 책 <소니vs삼성>에 따르면 삼성은 첨단기기를 생산하는 회사가 되었을 때 심각한 인재부족을 겪었다. 창의력이 없고 창의적 인재가 들어와도 뜻을 펼 수 없는 기업구조였다. 보통은 회사 자체의 체질 개선을 하든가 별도의 창의성 높은 팀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삼성은 달랐다. 고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필요한 인재를 뽑으면서도 삼성이란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에서 공부한 인재- 특히 미국에서 공부해서 영어를 잘하고 창의성이 있으면서도 한국말도 하고 한국문화에도 거부감이 적은 교포, 한국인 2세를 적극 이용했다.



그러나 삼성의 이런 전략도 한계가 있었다. 장세준 교수는 삼성이 언젠가는 부딪칠 창의성의 벽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포 출신 박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회사 내에서 인재가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 역시 운영체제를 이제와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탑재할 수 없다면 차라리 안드로이드란 운영체제를 확실히 내놓은 구글과 손을 잡아 모자란 것을 일시에 보충하자는 생각인 것이다. 마치 해외에서 공부한 박사 인력을 쉽게 보강하듯이 말이다.

넥서스S, 삼성-구글 연합을 예고하는가?

스마트폰 가운데 아이폰 반대진영에서 구글과 삼성은 서로가 모자라는 것을 가진 환상의 커플이다. 구글은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넘치지만 그걸 구체화시켜 질 좋은 양산제품으로 바꾸어 생산할 능력이 없다. 그런데 마침 삼성은 양산 능력은 세계최고기업이다. 다만 만성적인 창의력 결핍아 있을 뿐인데 구글이 두뇌가 되어준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나머지 뉴스 일부를 보자.

넥서스S를 통한 갤럭시S와 진저브레드의 결합은 전반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면에서 개선된 부분은 많지만, 기존 제품을 완전히 뛰어넘는 새로운 제품은 아니라는 평가다. 다만 NFC와 게임 등에 중점을 둠으로써 향후 두 회사의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종균 사장은 "삼성과 구글은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밀접하게 협업해 왔다"면서 "이러한 파트너십이 훌륭한 결실을 맺게 돼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구글의 앤디 루빈 부사장 또한 "삼성과 넥서스S를 함께 개발하게 돼 기쁘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결합으로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 진저브래드의 선도적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넥서스S는 미국내 베스트바이 온ㆍ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오는 16일부터 시판되며 20일부터는 영국에서 카폰웨어하우스 등 매장을 통해 판매될 예정으로, 최초 출시 당시 구글 직판만 가능했던 넥서스원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급작스럽게 삼성 혼자서 구글과의 조율도 부족한채 만든 갤럭시S조차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돌풍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물며 긴밀히 협조한 넥서스S와 그 후속모델이라면 상당한 완성도와 성능을 가질 게 틀림없다.
어쩐지 이 연합의 효과가 상당하게 느껴지는 건 이미 한번 일세를 풍미했던 윈텔연합을 본 탓이다. 삼성과 구글이 만들어가는 연합의 향후 행보-넥서스S를 주의깊게 관찰해보자. 이들이 혹시 나중에 스마트폰계에 전설을 만든 <삼글 진영>으로 불릴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