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해 동안 시화호에 대한 뉴스가 텔레비전에 나왔을 때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대부분은 어디선가 벌어지던 개발 사업이 하나 있었구나. 그리고 뭔가 잘못되었나보다. 이 정도의 감상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줄곧 서울에 살고 있는 서울 시민으로서 시화호가 오염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든가, 개발을 할 것인지 생태를 위해 보호해야 할 것인가 논의 가 벌어질 때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아무래도 생활 속에서 늘상 접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만 관심을 가진다.



서울을 벗어나 외곽으로 이사를 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알아보던 중 자연스럽게 안산시와 그 주변 시화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서울에서 지하철로도 갈 수 있는 이 곳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건 나름 심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간혹 보도되는 외국인 노동자의 범죄문제도 있었다. 과연 시화호와 안산 주변이 살기에 좋은 곳인지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대기오염 때문에 공기도 안 좋은 곳이란 선입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안산에 갈 기회가 있어서 둘러본 안산과 시화호 주변은 내 선입관을 확실히 바꿔놓았다. 뉴스에서 보던 오염된 물과 공기와 전혀 다른 세상에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시화호 환경 생태관은 시화호의 갈대습지에 위치한 건물이다. 이 안에서는 시화호에 사는 각종 동식물과 함께 시화호가 지금 어떻게 변화했고 관리되고 있는 지를 알려준다.

시화호는 처음 간척사업으로 인해 시작됐다. 농업용지 확보를 위해 바다를 막고 방조제를 건설한 후 물을 퍼내는 방식으로 여느 간척지 사업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여기에 인근 공장에서 유입된 폐수가 흘러들자 상황이 악화되었다. 흐르지 않고 가둬진 물에 폐수가 고여들면서 순식간에 동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가 된 것이다.
결국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해수를 유입시키고 정화시설을 설치하며, 자연적인 생태계 회복을 위해 갈대를 심었다. 민물고기와 바다 물고기의 교차점에는 어도를 설치해서 민물고기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렇게 세심하게 관리한 결과로 상황이 매우 좋아졌다. 우거진 갈대는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했고, 늘어난 물고기와 회복된 생태는 각종 조류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조류를 사냥하는 고라니 같은 동물도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생태계가 회복된 것이다. 지금도 인근에는 사람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된 구역이 꽤 있다고 한다.


환경 생태관에는 이런 많은 발자취들이 자료가 되어 전시되어 있다. 흥미있는 전시물과 함께 인근의 좋은 갈대밭 경치가 매우 좋았다.

그럼 아름다운 갈대밭을 함께 거닐어보자.




시화 갈대습지는 기본적으로 시화호 물의 정화와 환경보존이라는 두 가지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기능적인 면과 함께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관광할 수 있게 하는 데 역할을 한다.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있는 물고기는 일견 아름답지만 사실은 일종의 경보장치일 수도 있다. 환경오염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곳에 사는 동물에게는 즉각 반응을 준다. 물고기가 죽거나 이상을 보이면 즉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처럼 가볍게 보는 사람은 마냥 즐겁다^^


높게 솟아오른 갈대밭은 그윽한 느낌을 연출한다. 초겨울의 쌀쌀함에도 불구하고 햇빛을 받고 바람을 받아 흔들리는 갈대는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단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물 속에 저렇게 담겨진 저 부분은 더러운 물을 정화하고 이곳 동식물의 기본적인 양분을 제공해주는 기초설비다.


새들이 많기에 이렇게 새를 관찰하기 위한 조류관측소가 곳곳에 있다. 내부는 그냥 군대 감시초소 같은 느낌이지만 안쪽에 각종 새의 모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붙어있어 참고하면 조류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렇게 호젓한 오솔길 양 옆으로 쉴 곳이 마련되었는데 그 한쪽에는 시화호에 연결된 작은 개천이 있다. 이곳을 통해 바다로 연결되어 물고기도 오고 간다고 한다.



그런데 환경적인 면에서 민물고기는 이렇게 연결되어 보가 쌓인 곳에서 바다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면 죽는다. 바닷속에 민물고기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물고기가 자연스럽게 돌아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이 어도이다. 어도를 볼 수 있는 구멍을 통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작은 구멍만 뚫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너무 좋은 풍경이 많아서 사진실력만 좋으면 하나같이 예술사진이 나온다. 메모리가 모자랄 지경이 될 정도였으니 정취있는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좋은 곳이다. 역시 자연이란 사람에게 인공물보다 더 끌리는 감성을 가져다 준다.


문득 생각해보면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나는 학창시절에 그저 무슨 구호처럼 탁상에서만 배웠다. 그래서 그런지 말로만 지겹게 들었을 뿐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말은 실감도 없고 남는 것도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속에 한번 와보면 천 마디 말보다 중요한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곳을 만들고 보존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사면이 회색건물만 있고 햇빛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는 가운데 돈만 많이 벌어서 뭐하겠는가?


자연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에 해준 시화호 생태공원은 언젠가 날이 따뜻해질 때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가서 다시 한번 여러 동식물을 보며 내 마음속에 보다 많은 감성을 집어넣으면 다소 갑갑한 내 마음도 자연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