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제목은 하나의 뼈 있는 거대한 농담입니다.
일부러 제목으로 낚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제목대로 정보성 글인줄 알고 보시려는 분이 있다면 더이상 읽으실 필요없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제목과 관련된 악플도 사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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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패드 등의 제품군에 적용하고 있는 AS제도가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애플은 고장난 제품에 대해 고장난 부품을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제품 전체를 <리퍼> 란 중고 재생품으로 바꿔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한국을 차별하는 건 아니고, 어차피 전세계 모두 동일한 <리퍼교환> 제도이니 부당하게 차별당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스티브 잡스가 실은 인종차별주의자여서 아시아의 황인종에다가 힘없는(?) 분단국가 하나를 업신여겨서 일부러 지독히 안좋은 AS제도를 만들어서 적용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이전에 쓴 포스팅 <애플 아이폰의 AS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란 포스팅을 올린바 있다. 그 글에서 나는 이런 애플의 정책에는 소비자에게 제품이란 물질을 파는 것이 아닌, 서비스를 파는 것이란 기본개념이 깔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하는 건 이해하는 거고 불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보증기간 1년이 끝난 후 특별히 <애플케어>란 유료보장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았을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단지 아이폰 홈버튼 하나가 잘 안눌려서, 이어폰 단자가 조금 문제가 생겨서 고치고 싶어도 여지없이 유상리퍼로 판정되며 가격도 무려 몇 십만원이란 에누리없는 요금이 부과된다. 보증기간 내라도 침수라벨이나 고객과실 판정이 나면 똑같이 유상리퍼다.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 수리비는 낼 수는 없고, 그렇다고 포기하고 그냥 쓸 수도 없고... 결국 사용자들이 선택하는 길은 어둠의 루트(?)인 사설 AS가 되어 버린다. 마치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거부당한 신용불량자가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위험을 무릅쓴 사채업자인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설 AS는 한번 받는 순간 개인적인 분해로 판정되므로 이후 애플에서 정품 AS혜택은 절대 바랄 수 없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유상리퍼 29만원이냐, 위험을 무릅쓰느냐 하는 일종의 궁지에 몰린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들은 결국 죄인아닌 죄인(?)이 되어 애플이 절대 권하지 않는 불법적인(?) 수리루트를 택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참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아이폰 AS `짝퉁부품` 판친다. 사설 수리업체 성행

7월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사설 수리업체가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의 경우 정체불명의 중국산 부품을 AS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아이폰 기능 저하 등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아이폰 도입 이후 80만대가 넘게 팔리며, 아이폰 사설 수리업체 역시 우후죽순처럼 성장했다. 하지만 아이폰의 AS는 독특한 교환 정책으로, 이용자 과실 수리의 경우 액정유리 교체에 17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등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해왔다. 이에 따라 사설 수리업체는 영세 수리점의 수준을 넘어 전국단위의 지사망을 갖춰 운영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출처: 디지털 타임스 - 박지성 기자


기사 자체로만 놓고 그냥 생각없이 읽으면 별 거 아닌 기사다.

그냥 아이폰 AS가 좀 문제가 있고 그래서 사설 수리업체가 있으며, 그 업체가 쓰는 부품에 문제가 좀 있나보다라고 한다. 그러나 자세히 하나씩 생각해볼 수록 이 기사는 납량특집 미스테리 공포 영화가 되기도 하고, 유쾌한 코미디 영화가 되기도 한다.


먼저 코미디부터 시작해보자.

1. 기사가 좀 어이가 없다. 분명히 여기서 <사설> 수리업체 라고 했다. 공인된 수리업체가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 사설 수리업체에서 수리를 해주면서 어떻게 정품 부품을 써준단 말인가?

애플에서 <너희들 우리가 못하는 서비스를 하는구나!> 감격하면서 직접 수리업체에 공급해줄 리가 없다. 또한 애플에서 누가 뒤로 아이폰 부품을 빼돌려 암시장에 팔고 있을 리도 없다. 그러니 정품이 아닌 <정체불명의 부품>을 쓸 수 밖에 없지 않은가?

2. 정체불명까지는 좋은데 굳이 <중국산>을 강조하는 게 우습다. 중국산이니 품질이 떨어진다는 그런 의미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품 아이폰도 <중국산> 부품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대만의 폭스콘 중국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아이폰 자체가 이미 중국산이다. 중국산에도 정품이 있고 짝퉁이 있긴 하겠지만 단순히 나라를 가지고 <중국산>이라고 말해봐야 정품이나 짝퉁이나 둘 다 중국산이다. (아! 위대하다, 중국. 혼자서 정품과 짝퉁을 다같이 만든다.) 어차피 요즘 삼성이든 어디든 중국산 부품이 아예 안들어가는 제품은 없다.



그럼 이제 미스테리 공포(호러) 영화로 들어가보자.

3. 사설 수리업체에서 확보한 그 아이폰 수리부품은 어디서 나왔을까?
버려지거나 망가진채 돌아다니는 아이폰에서 부품을 뜯어내서 쓴다고 해도 그 수량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그런데 수리업체는 지금 성황중이며 전국에 걸쳐 호황이라고 한다. 그 많은 수리업체에서 충족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그러니 정체불명의 중국산 부품이 등장한 것이다.


그럼 그 정체불명의 부품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중국 폭스콘이 생산과정에서 부품을 빼돌려 암시장에라도 팔고 있는 걸까? 아이폰의 부품이 모두 범용부품일 리는 없다. 애플 특유의 특허기술이 걸린 제품도 많다. 멀티터치 패널을 비롯해 주문제작형 칩 등이 있다. 누군가 부품을 생산과정에서 빼돌렸거나, 하다못해 설계 및 생산기술을 빼돌려 어느 다른 공장에서 생산해 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과연 그 흑막은 무엇일까? 그 숨겨진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지 않는가?

으음, 기사 하나로 이렇게 두 가지 장르의 맛을 볼 수 있다니. 참으로 애플과 아이폰은 대단하다.

물론 애플의 AS정책은 아무리 국내 사용자가 울부짖어도, 내가 여기서 개선해달라는 글을 써서 천만인 서명과 추천을 얻는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거란 것 잘 안다. 그저 운명이다 생각하고 애플 제품을 구입함과 동시에 대자대비한 보살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여기서 또 하나의 파생 장르인 근미래 SF영화를 만들어보자.


저 기사 가운데 <사설 수리업체는 영세 수리점의 수준을 넘어 전국단위의 지사망을 갖춰 운영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부분에 주목해보자.

문득 나는 애플이 만든 8비트 컴퓨터 애플2의 전성기인 1980년대, 국내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퍼졌던 하나의 광경을 떠올렸다. 어둡고 다소 지저분한 그 건물과 골목 사이로 기판과 전선이 뒤엉킨 곳에서 열심히 애플2 기판과 케이스를 뜯어내며 <사설수리>를 하던 업자들의 광경 말이다.

어디서 구했는 지는  몰라도 분명 <애플본사>에서 구입했을 리 없는 애플 부품-짝퉁 IC칩을 가지고 애플2를 수리하고 변형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때 세운상가에서 수리점을 운영하던 그 영세업자 분들 가운데 성황을 누린 분들이 부품을 얻고 기술을 익혀 결국 회사를 차렸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른바 <애플2 호환기종>이었다. 지금의 <삼보> 같은 대기업도 그렇게 시작했었다.

 

아이폰 호환기종, 최초로 한국에서 나온다?

그 광경과 저 기사가 갑자기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다 정말로 수리부품도 있겠다, 수리하면서 얻은 기술력도 있겠다. 전국단위의 지점까지 내는 경제력까지 갖춘 아이폰 수리업자 가운데 누군가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아이폰 호환 기종>을 만들어 내놓는 쾌거(?)를 이룩하지는 않을까?

정체불명의 중국산 부품과 한국의 기술력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아이폰 호환기종>.
그것이 추억의 애플2 호환기종처럼 가짜 사과마크까지 달고 나오게 되면 어떨까? 그제야 잘못을 깨달은 애플본사가 한국에 대한 AS정책을 좀 바꾸게 될까? 아니면 그저 무심하고도 쿨하게 해당 업체를 고소하고 한국은 역시 불법복제가 성행하는 국가라고 비난할까?

 나는 정말로 그것이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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