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열풍 뒤에 숨겨진 계층차별
2010. 5. 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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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와 잡스이론(종결)
작년 말에 이루어진 아이폰 국내상륙으로 인해 한국에도 드디어 본격적인 변화가 왔다. 스마트폰 열풍, 혹은 좁게는 아이폰 열풍이라고 불린 이 변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극적이다.
그동안 한국의 핸드폰 사용자는 이동통신사의 막강한 영향력에 숨죽이면서 왜곡된 시장구조와 단말기 다운그레이드, 소비자 무시를 눈뜨고 경험해야 했다.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까지도 핸드폰에서는 이통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광경을 보면서 이통사의 지배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하지 못했다. 뭐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도 비슷했다.
그러나 애플이란 또 하나의 강자가 출현해 이런 게임의 규칙을 뒤엎었다. 애플은 이통사를 단지 망을 빌려주는 사업자 정도로 끌어내리고는 공급자로서 소비자를 직접 상대했다. 또한 앱스토어를 열어 이통사를 배제하고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유통사의 역할도 했다.
아이폰이란 제품의 우수성과 결합해 그 결과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이제 정치인이나 가수, 재벌총수까지도 기꺼이 즐기면서 쓰는 혁신 제품이 되었다. 그 결과로 이제까지 절망적이었던 국내 모바일, 웹환경도 변화시켰다.
위피가 폐지되고 , 위치사업자법이 바뀌었으며, 인터넷 뱅킹을 위한 공인인증서제도가 변하고, 웹표준이 강조되며 액티브엑스와 플래시가 다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이제까지 아무리 리눅스 진영과 맥 사용자 같은 소수자들이 진정하고 탄원해도 불가능했던 일이 전부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대세가 되었다. 안드로이드폰이 경쟁자로 나서고 있으며 타블렛이란 새로운 장르도 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많은 변화들이 우리 일상에 즐거운 활력을 주고 있다.
이 결과는 분명 좋은 일이다. 이런 것을 이루게 해준 애플과 아이폰은 분명 몇 번이고 칭송을 들어 마땅하다. 나 역시 이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러나... 내심 원인을 뜯어보면 착잡한 기분이 든다.
결과만 좋으면 됐지 원인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사람은 더이상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런 분은 그냥 웃으면서 다른 글로 넘어가 주시길 바란다.
스마트폰은 엄밀히 말해서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핸드폰이다. 작은 컴퓨터 정도의 기능이 전부 들어있는 만큼 고가의 부품이 집약됐고, 운영체제도 공들여 만든 물건이다. 따라서 요금제나 전반적인 모든 것이 비싸다.
사실 이때까지 이통사들은 수익모델에 허덕였다. 그저 전화기능이나 원하는 사람들이 거의 효도폰 수준의 피처폰을 쓰면서 얼마 되지 않는 음성요금이나 간간히 써서는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없었다. 비싼 종량제 인터넷은 잘 쓰지도 않았고 모바일 게임도 활성화되지 못했다. 서로 사용자 빼앗기 경쟁을 벌이다보니 한국에서는 보조금으로 인한 버스폰, 외국에서는 판매가가 5만원도 안되는 저가폰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돈 있고 신기한 기능을 좋아하는 사용자를 겨냥한 아이폰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순이익이 거의 매출의 40프로에 육박하는 엄청난 부가가치는 모든 회사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싸구려 단말기에 음성통화나 간간히 하는 가난한 사람을 더이상 상대하기 싫다는 말이다.
스마트폰은 편리함과 신기함만 제공하면 그 기기 값에 있는 다소의 거품이나 과도한 이익이 들어간 요금제조차 사람들이 어느정도 용인한다. 스마트폰 자체가 유행과 신분의 상징이 되면서 없는 사람조차도 다른 생활비를 아껴서라도 그것을 체험하는 부류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평소에는 시장에서 콩나물 백원을 깎던 아줌마가 계모임에 나가기 위해 몇백만원 짜리 옷을 깍지도 못하고 사입는 것 같은 경우도 발생한다.
거기에는 소비자 모두를 대등하게 보는 기회의 평등 같은 건 없다. 기껏해봐야 가진 자를 위한 평등이다. 어째서 액티브엑스나 플래시, 공인인증서와 위피 같은 장애물이 이렇게 힘없이 부서졌을까? 그동안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주장했는데도 안 고쳐졌다가?
점유율? 스마트폰이 전체 핸드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도 5프로를 넘지 못한다. 절대다수는 핸드폰에서 인터넷 뱅킹이나 풀 웹브라우징을 시도 할 수도 없다.
은행 시스템에 가벼운 불편이 있다고 치자. 백명이나 천명의 말단 은행직원이 그 사실을 간부에게 알려봐야 소용없다. 간부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이니까. 별 것도 아닌데 소란피우는 경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은행장 한 명이 불편하다고 말한다면 이건 사정이 다르다. 당장 내일 전직원을 야근 시키더라도 고쳐야 되는 절대과제가 된다.
오늘날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대한민국의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버스앱은 시민 백명이 말해봐야 소용없고 경지도지사의 한마디가 직통이었다. 아이패드는 네티즌 만명이 탄원해봐야 소용없고 유인촌 장관이 한번 손에 쥐고 쓰는 게 훨씬 나았다.
결과만 놓고 이걸 잘됐다고 봐야 하는가. 앞으로도 쭉 이렇게만 가면 되는 걸까? 그럼 반대로 부자들이 쓰기에 아무런 불편함만 없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일까? 내가 아이폰 열풍 뒤에 씁쓸함을 느끼는 이유가 이것이다. 아이폰은 결국 힘있는 사람들의 장난감이 되었기 때문애 세상을 바꾸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어쩌면 어딘가에서 욕을 먹는 <좌파>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비유하자면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할 때 그 은총에 감사하며 수혜를 입는 <어린 백성>일 뿐이다. 한글 따위는 없어도 그만이었던 돈 있고 학벌좋고 권력있는 <양반층>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당시의 글자에 비유해보자. 글자라는 문명을 손에 넣기 위해선 그냥 무슨 수를 써서든(소 팔고 논 팔아) 고급스러운 한자를 배워서 양반층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니까 어줍잖은 싸구려 저가 언문 따위는 필요없는 것일까? 배울 형편도 여유도 안되면 그냥 문맹으로 평생 살면 되는 것일까?
설사 많은 아이폰과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욕을 먹더라도 상관없다. 요금제조차 자유인 진정한 저가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어서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아이폰이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자의 손에도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이고, 가능만 하다면 장애인이나 소외받는 사람들의 손에서도 쓰여지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폰과 애플의 정책상 그게 힘들다면 안드로이드폰이든 그 어떤 중국제나 인도제 스마트폰이라도 좋으니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경기도지사나 문화부장관이 아닌, 평범한 스마트폰 사용자의 한마디가 세상을 바꾸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비웃어도 좋다. 이건 그냥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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