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후 한참동안 음악은 고정된 장소에서 듣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음악을 저장하는 매체가 레코드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넘어온 후 소니가 내놓은 ‘워크맨’은 개인이 어디서든 음악을 가지고 다니며 들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현재 우리가 듣고 있는 고품질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CD는 처음에 고안되었을 때 휴대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1984년에는 휴대용 CD플레이어가 등장했다. 1991년에 나온 MD는 처음부터 CD의 음질과 워크맨의 휴대성을 결합시키자는 목적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바로 다음 해인1992년에는 아예 물리적인 형체가 필요없이 메모리에 저장하는 MP3 오디오가 등장했다. 이후로 우리는 음악을 인터넷을 통해 파일 형태로 내려받아 휴대하며 듣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고품질 음악을 즐기는 하이파이 오디오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장에서의 원음과 거의 비슷한 음악을 듣기 위해서 예전에는 고가의 앰프와 스피커가 포함된 커다란 오디오 시스템을 거실에 놓고 볼륨을 높여서 듣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런 것은 좁은 집에 살거나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게는 힘든 일이었고 더구나 들고 다니며 감상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은 이런 한계도 무너뜨렸다. 현장에서 무손실로 녹음된 음원을 내려받아 손실없이 들려주는 프리미엄 포터블 플레이어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품질 음원을 간편하게 수백, 수천개 넣고 다니며 하이파이 수준으로 들을 수 있는 포터블 플레이어에 대해서 알아보자.



요즘 무손실 음원이 뜨고 있는 이유


포터블 플레이어가 구현되는 원리는 간단하다. 음원을 인간의 귀로는 전혀 차이를 판별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주파수 영역으로 녹음해 인코딩한다. 사용자는 그런 무손실 음원 파일을 내려받아서는 데이터 손실 없이 디코딩하는 회로를 통해 듣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카세트, 레코드, CD등의 물리적인 매체에 음원이 저장되었다. 따라서 저장용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샘플링해서 녹음하는 소리 데이터 용량이 적은 편이었다. 따라서 일정 데이터를 제한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생략해야 했다. 


개인차가 있지만 사람이 구별할 수 있는 가청주파수는 일반적으로 22KHz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할 때 원래 주파수의 두 배 정도면 가청 주파수를 전부 포함할 수 있다고 간주했다. 따라서 44KHz 정도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모든 주파수를 녹음하고 복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초에 44,000번 샘플링을 한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매체로 컴팩트디스크(CD)에서는 이 주파수를 채택했다.


이것을 음원으로 만들려면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저장해야 한다. 우리가 주로 mp3파일에서 많이 보는 128kbps 같은 kbps 수치를 비트레이트라고 한다. 초당 들어가는 비트 수를 표현하는 단위로서 kbps는 1초당 몇 킬로비트가 저장되어 있느냐를 가리킨다. 이론적으로 보면 이 수치가 높을 수록 음질이 좋아진다. 128kbps에 비해 320kbps라면 두 배 이상 음질이 향상되는 셈이다. 초당 소리 정보량이 그만큼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디지털 파일로 저장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량을 줄이는 기술이 필요해진다. 그대로 저장하면 용량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압축기술이 사용되는데 대표적으로 손실압축과 무손실 압축이 있다. 손실압축에서는 압축률을 조절할 수 있는데 압축률이 높아질 수록 원음에 비해 음질 손실이 있다. 반면 무손실 압축은 데이터 손실이 전혀 없는 상태까지만 압축을 하는 대신 용량이 비교적 크다.


이렇듯 주파수 영역, 비트레이트, 압축 손실률에 따라서 음질이 달라지게 된다. 파일 형식이 아니던 아날로그 매체 시대에는 주로 녹음 과정에서의 낮은 주파수 영역과 재생과정에서의 물리적인 접촉이 음질손실의 원인이었다. CD이후 디지털 형식에서는 비트레이트와 데이터 압축률이 원인이 되었다. 그러다가 저장매체의 용량이 커지고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주파수, 비트레이트가 대폭 넓어지면서 무손실에 가까운 원음 파일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프리미엄 포터블 플레이어는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인 MP3플레이어에서도 파일 형식의 음원을 들을 수 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도 간편하게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내려받아 듣게 되었다. 따라서 가지고 다니는 음악이라는 형태는 이미 충분히 구현되고 있다. 그렇지만 MP3 파일로 대표되는 파일은 용량을 줄이고 전송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데이터를 손실해서 압축했다.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지는 못한다.






음질이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부분이 있다. 예컨대 CD를 만들 때부터 이미 샘플링 주파수에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영역의 두 배를 가정하고 잘라냈다. 따라서 인간이 박쥐나 다른 동물처럼 초고주파나 초 저주파 영역을 들을 수 없는 이상 주파수를 더 넓혀서 샘플링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겨졌다. 그렇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듣어본 결과는 조금 달랐다. 민감한 사용자는 가청영역 주파수 이상의 고음질로 샘플링한 음원에서 미묘한 현장감을 더 강하게 느꼈다. 



따라서 무손실 고품질 음원이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 나타났으며 종래의 비트레이트만 높인 MP3파일 등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용자가 늘어났다. 마치 안방에 앉아서 최고로 현장감 있는 하이파이 음악을 감상하는 것처럼 이동할 수 있는 기기로 최고 음질을 듣고 싶다는 수요가 나타났다. 그것을 재빨리 반영해서 내놓은 것이 프리미엄 포터블 플레이어이다. 무손실 음원을 고품질로 듣기 위해 내장된 부품을 모두 최적화한  모바일 기기이다.

 

요즘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는 국내 기업인 아이리버이다. MP3플레이어 초기에 큰 성공을 했던 이 업체는 아스텔앤컨 브랜드를 통해 일본과 유럽의 하이파이 매니아에게 찬사를 받는 제품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또한 그 뒤를 쫓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인 코원이며 워크맨을 만들었던 소니가 시장에서 국내 업체를 뒤쫓아가는 중이다.



경험하기 위해서 어떤 제품이 좋을까?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오디오 기기에 있어서는 백 마디 설명을 듣는 것보다 한번 듣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주파수나 비트레이트 같은 어려운 말보다는 기존에 내가 듣던 음악을 포터블 플레이어로 들었을 때 느끼는 선명함과 현장감이 훨씬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을 구입해야 하이파이 오디오를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몇 가지를 뽑아 소개해본다.


 

1) 지갑이 넉넉하다면 - 아스텔앤컨 AK320



아이리버에서 내놓은 아스텔앤컨은 마치 ‘워크맨’과 같이 이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제품 브랜드이다. 시장을 개척한 대표적 제품이며 지금도 전문가들의 잇단 찬사를 받고 있다. AK320는 아스텔앤컨의 제품 가운데 최상위급 제품이다.  


이 제품은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해  AK4490의 Dual DAC를 채택했다. 24비트192kHz의 음원을 비트 to 비트로 직접 재생하며, 32비트 음원의 경우엔 SRC(Sample Rate Converter) 방식으로 다운 샘플링하여 재생한다. 원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PEQ(Parametric EQ)를 적용했고 이 과정에서 오디오용 전문 신호처리 칩이 추가되었다. 덕분에 CPU 연산기능에 여유가 남아서 세밀하고 정확한 처리가 가능해졌다. 


USB 단자를 통해 PC 및 맥과 연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PCM/DSD를 지원하는 외부 음원 장치인 USB DAC로 활용이 가능하다. 장착하면 일반 PC 성능보다 훨씬 고품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듀얼 DAC를 채택한 덕분에 뛰어난 해상력과 빼어난 공간감이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4인치  WVGA (480X800) 터치스크린을 채택했으며 무게는 217g이다. 내장 메모리는 128GB, 운영체제는 윈도우는 XP 이상, MAC OS X는 10.7 이상을 지원한다. 정가 198만 원이다.



2) 적은 부담으로 듣고 싶다면 - 코원 플레뉴 D



플레뉴 D의 가격은 29만 9천 원이다. 하지만 이보다 최소 세 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한 더 좋은 음질을 내는 기기는 없다. 보급형이지만 본격적인 하이파이 음질을 즐기기에도 충분한 제품이다. 무손실 음원을 비롯해 MP3파일을 감상할 때도 일반적인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나은 소리를 내준다.


2.8인치의 터치 LCD의  디스플레이는 240X320 해상도를 지원하며 내장 메모리가 32GB이다. 용량이 큰 무손실 음원파일인  FLAC파일의 경우 MP3파일과 달리 보통 용량이 몇백 메가 바이트에 이르기 때문에 많은 곡을 넣기 어렵다. 하지만 외장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 SD카드를 지원하므로 이것을 이용하면 문제는 없다.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생략된 기능이 좀 있다. 차세대 CD 포맷인 SACD에서 음원을 추출한 DSD 파일 재생이 안 된다. USB DAC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PC 혹은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외부 음원 장치로 이용하는 기능도 없다. 


하지만 단순히 들고 다니며 고음질을 즐기기 위한 기능에는 충실하다. 배터리 수명도 길어서 MP3 재생의 경우엔 100시간, 24비트/96kHz의 FLAC 파일의 경우 51시간 동안 재생이 가능하다. 또한 무게도 94그램으로 상당히 가볍다. 적당히 좋은 이어폰을 사용하기만 한다면 플레뉴 D는 당신이 있는 곳을 콘서트장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3) 스마트폰에서 듣고 싶다면 - LG 프렌즈 B&O 하이파이 플러스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G5는 착탈식 모듈을 이용해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가운데 열렬한 반응을 얻은 제품은 하이파이 플러스 위드 뱅앤 올룹슨 플레이(이하 하이파이 플러스)이다. 뱅앤올룹슨(B&O)와 협업해서 만들어진 하이파이 플러스를 장착하면  LG G5는최고급 프리미엄 포터블 플레이어로 변신한다.


G5는 원래 24비트 192kHz 음원까지 재생 가능하지만, 하이파이 플러스를 결합하면  32비트 384kHz 음원까지 재생할 수 있다. 또한 그 이하의 음원도 역시 32비트 음원으로 업샘플링을 통해 향상된 음질로 들려준다.


여기에는 ESS 사의 사브레 9028 칩이 쓰였다. USB-C 케이블로 일반 PC와 맥 제품군과 연결하면 외부 음원 장 치로 사용이 가능하며, 타사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DAC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미 G5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다면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 가격인 27만 9천 원으로 최고의 음질을 맛볼 수 있다.




 * 자유광장에 기고된 글을 기본으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