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법 이후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조용히 변화하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은 프리미엄 스마트폰만이 득세하는 시장이었다. 외국에서 인기를 얻은 중저가폰도 국내시장에서는 아무런 반향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동통신사들은 그저 국내 사용자가 중저가폰을 선호하지 않기에 굳이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그렇지만 단통법 이후로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단말기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중저가폰 판매량이 늘어가고 있다. 그동안 고가 요금제와 결합된 고가 단말기가 '대란'을 타면서 많은 보조금을 무기로 보급되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높은 출고가의 프리미엄 단말기 대신 성능과 디자인이 괜찮은 중저가폰이 인기를 얻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TG앤컴퍼니가 SKT와 손잡고 내놓은 전용폰 '루나(LUNA)'가 시장에서 상당한 반응을 얻으며 판매에 성공하고 있다. 메탈 유니바디 디자인과 쓸만한 성능, 제대로 된 AS망을 갖춘 이 스마트폰은 국내 중저가폰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이다. 루나를 만든 TG앤컴퍼니의 철학과 이후 계획에 대해 알아보자.



철학 - 사용자가 원하는 스마트폰을 만들자


TG앤컴퍼니는 PC제품을 주로 만들던 회사였다. 미니PC나 올인원 PC를 개발했는데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했지만 막상 생각처럼 혁신적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사용자가 깜짝놀랄 만한 제품을 구상하고 개발했는데 제품이 너무 형편없이 나와서 깜짝놀라 포기한 적도 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이 회사는 대형 디스플레이 유통이 중심사업이었다. 그러다가 PC가 아닌 다른 분야를 해보자고 스마트폰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이전에 겪었던 시행착오가 도움이 되었다. 이전까지는 제품을 만든 다음 소비자를 설득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객을 설득하기보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세운 것이다. 이것이 이번 루나의 개발철학이 되었다.


우선 TG앤컴퍼니는 사용자의 스마트폰 관심도 변화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했다.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1500만개 정도의 블로그, 포털, 댓글 등 수집했다. LUNA 기획 단계에서 주목했던 점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관심도 변화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던 H/W 요소가 바로 첨단 기능이 아닌 디자인이라는 분석 결과였다. 



디자인 요소 중에서 관심도 상승 키워드 1위는 메탈, 2위는 생폰, 3위가 카툭튀였는데 이 또한 LUNA 제품 기획에 반영되었다. LUNA 는 풀메탈 유니 바디가 적용 되고, 카메라가 튀어 나오지 않은 디자인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루나에서는 디자인, 간략한 UI, 합리적인 가격을 모토로 삼았다. 디자인은 애플에 영향을 받았고, 8단계의 공정을 거쳐 메탈로 만들었다. 디자인에서 아이폰6 플러스가 닮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TG앤컴퍼니는 오히려 HTC-1을 닮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절연띠는 폭스콘 특허라서 문제될 것이 없으며 측면 디자인의 일부는 독자적인 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노력 - 독자 캐릭터, 적절한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



일각에서는 루나폰이 대만 폭스콘 관련업체 인포커스에서 만든 단말기를 들여와서 상표만 붙여서 파는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TG앤컴퍼니는 민감하게 생각하고 적극 해명했다. 작은 회사로서 단말기 생산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디자인과 재질 등에 독자적인 주문을 하면 무거운 비용부담을 해야한다. 따라서 인포커스와 같이 연구개발비 절감을 위한 공동모델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폭스콘에서 제안한 초기 디자인 여러 개를 거부하면서 좋은 디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독자 노력으로 루나 아이콘은 우주선 디자인으로 둥근 디자인이며 캐릭터는 루나 이름처럼 달에서 온 캐릭터로 잡았다는 점을 들었다. 캐릭터 모양의 이어캡을 대표가 강하게 주장해서 만들었으며 개릭터를 넣은 OTG(외부장착메모리)도 언급했다. 



패키징에서도 달에서 온 캐릭터를 넣었으며 위트가 섞인 사용설명서와 UI 사운드에도 독특한 사운드와 십이간지 벨소리로 개성을 주었다. 화면에서는 루나 살짝 안아줘 폰트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독자기술력에서는 수신 안테나부에서 국내 VoLTE관련 기술 통과가 힘든데 그 부분 개발에 일조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홍선 대표는 이날 TG앤컴퍼니의 경쟁력에 대해 “철저하게 사용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제품기획, 디자인, 개발, 마케팅 그리고 세일즈를 통해 사용자가 공통으로 원하는 적정기술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점이다"고 제시했다. 새로운 기술을 더하기 보다 많은 사용자가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강화하고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디자인은 세련되게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제품을 꾸준히 출시할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개발비를 절감하고 가격을 낮춘 중저가폰 위주의 시장을 지속적으로 노리겠다는 것이다.



계획 - 한국의 샤오미가 목표


TG앤컴퍼니의 루나폰은 현재 국내 사용자에게 좋은 반응과 판매량을 얻어내고 있다. 하루에 2천대 수준으로 팔리고 있으며 초기 6개월 60만대 판매가 목표이다. 일부 물량이 소진되어 대리점에서 물건을 구하지 못한 적도 있지만 생산지인 중국 국경절 휴일이 끝나서 물량부족은 해소될 전망이다. 


출고가를 40만원으로 낮출 수 있는 구체적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홍선 대표는 회사 규모가 작고, 개발비나 기반 비용을 적게 들인 점을 꼽았다. 설계단계부터 가격 대비 성능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사용자의 필요성을 우선해서 꼭 필요한 기능만 넣은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렇듯 합리적 가격대로 제품을 내놓겠다고 방향도 밝혔다.



사용자들이 우려하는 AS문제에 직영 서비스와 SK네트웍스 108개 업체가 이미 확보된 점을 강조했다. 사용자 요청에 반응해서 서비스 센터 위치를 알려주는 앱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수리비도 저렴해서 케이스 없이 가지고 다니는 생폰 상태로 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예시했다. 설령 떨어뜨려 액정이 부서지더라도 액정값 9만원에 수리비 1만8천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TG앤컴퍼니는 9월 4일 출시 이후 3차례에 걸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최근 진행된 10월 6일 업그레이드에서는 그 동안 LUNA 이용자들로부터 접수한 불편한 사항인 카카오톡 등 3rd Party 메신저 알림 뱃지 표시, 갤러리 앨범 및 사진 이동/복사 기능 추가, 앱서랍 폴더 생성 기능 추가 등이 개선되었다. LUNA OS를 2015년 연내에 안드로이드 5.1로 업데이트하며 2016년 상반기 내에 안드로이드 6.0으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도 밝혔다.



이홍선 대표는 TG앤컴퍼니의 롤모델로 합리적 가격과 사용자 피드백 중시를 통해 성공한 중국 샤오미를 꼽았다. 가성비 좋고, 사용자 위주로 생각하려는 노력에서 루나폰을 통해 본 TG앤컴퍼니와 딱 어울리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샤오미를 포함한 중국 스마트폰의 고질적 문제점인 특허권 문제, 디자인 표절 의혹은 계속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노력과 별개로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 없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TG앤컴퍼니와 루나폰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