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세계적으로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모바일 기기에서 쓰는 앱이란 편리함과 무선 데이터의 연결성은 상승효과를 불러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기업에게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동통신사는 늘어난 데이터 소비량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또한 삼성이나 애플 같이 성공한 단말기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엄청난 이익을 거두는 기회가 되었다.


이런 스마트폰 열기도 점차 식어가는 지금, 업계에서는 다음으로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디바이스(기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신기함과 혁신적 발전이 주춤거리며 일상재가 된 스마트폰, 태블릿을 대신해서 적절한 기술을 가하면 황금알 낳는 거위처럼 폭발적인 시장반응을 일으켜줄 IT기기를 찾으려는 것이다.


현재 그런 기기에 가장 가까운 것이 시계다. 웨어러블 컴퓨터와 사물인터넷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늘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라면 스마트폰보다 더 밀접한 기능을 하면서 누구나 사용할 거란 예상이다. 때문에 삼성, 모토로라를 비롯한 세계적 단말기 회사들이 스마트워치를 내놓고 있다. 애플도 2014년 가을에 애플 워치를 발표하며 2015년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LG전자에서 두번째로 내놓은 스마트워치인 'G워치R'은 그래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프라다폰으로 대표되는 '명품' 스마트폰과 고급 가전제품을 잘 만들던 경험을 이어받아 만든 이 제품은 디자인과 인터페이스에서 고전적 의미인 아날로그 손목시계의 느낌을 살렸다. 부담없는 고급 손목시계 컨셉을 통해 스마트워치를 빠르고 넓게 보급시키려는 야심작 LG G워치R을 살펴보자.



디자인 - 고급스러운 메탈, 원형의 아날로그 감성


LG G워치R



스마트워치가 어떤 모양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서 아직은 정답이 없다. 스마트폰은 처음에 여러가지 형태로 경쟁하다가 최종적으로 지금의 직사각형 '바'형으로 고정되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워치는 업체마다 사각형 암밴드 형태, 사각형 시계 형태, 둥근 아날로그 시계 형태를 내놓으며 사용자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원형 화면으로 고급 아날로그 시계에서 많이 채택한 고전적인 모양이다.


G워치R은 견고한 금속으로 만든 프레임 위에 눈금이 새겨진 원형 플라스틱 배젤이 있고 그 안에 둥근 화면을 넣었다. 형태로는 디지털 기기라기 보다 고전적인 아날로그 손목시계이다. 따라서 아무런 부담없이 팔에 차고 다닐 수 있다. 언뜻 보면 일반 손목시계와 구별이 잘 안될 정도이다. 그만큼 익숙하면서도 패션에 잘 녹아들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LG G워치R



일단 팔목에 차본 감촉은 일반 시계와 거의 같았다. 가죽으로 된 시계줄 역시 착용감에서 예전 시계와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새로운 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에게 익숙한 사용자경험을 통해 친숙감을 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다. 시계 옆에 붙어있는 용두는 기존 시계와 똑같은 형태로 전원버튼 역할을 해준다.


그렇지만 G워치R은 기술적인 제약으로 인해  고급 손목시계의 사용자경험을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못했다. 67그램(g)이란 무게는 팔목에 장시간 차게 되었을 때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지며 쉽게 피로감을 준다. 또한 어떻게든  넓은 화면을 제공하기 위해 크기를 키운 디스플레이는 손목보다 컸다. 옷 소매 안에 들어가지 않고 튀어나온  시계는 두꺼운 느낌을 주었다. 성인 남자인 기자에게도 부담스러운 크기는 여성에게는 더욱  심각한 부담감을 줄 것이다. 



기능 - 밝고 선명한 화면, 안드로이드 기기와 연동


LG G워치R



용두를 누르거나 시계를 찬 팔목을 위로 올리면 동작을 인식해서 시계화면이 켜진다. 기본으로 설정된 'RED' 스킨의 바늘시계는 품격있고도 화려하다. 화면 안쪽의 눈금과 바깥쪽 베젤에 새겨진 눈금이 일치하면서 일반적인 손목시계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원형 플라스틱 OLED 디스플레이는 시야각이 넓어서 어떤 각도에서 봐도 선명한 색상을 보여주며 햇빛이 밝게 내리쬐는 야외에서도 잘 보인다. 전자식 디스플레이의 단점으로 꼽히는 야외시인성이 확실히 좋아진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시간 확인 외에도 그날 보행한 거리와 심박수를 표시해주고 건강 앱과 연동해서 헬스케어를 해줄 수 있다.


G워치R은 구글 안드로이드웨어를 통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태블릿 등과 연동해서 쓰는 제품이다. 따라서 제조사에 상관없이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는 모든 안드로이드 4.3 이상 버전 기기라면 연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메시지 수신, 구글 음성검색, 위치 정보와 알림 같은 정보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보가 필요하면 '오케이, 구글'이란 음성명령을 통해 음성으로 질문할 수 있다. 구글 보이스서치와 연동한 기능을 통해 빠르게 정보를 찾아준다.


다만 소프트웨어 안정성 면에서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가끔 화면이 꺼진 채 다시 켜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종의 운영체제 버그라고 볼 수 있는데 배터리 전원 연결을 다시 해주면 회복된다. 손목시계처럼 언제든 밖에서 시간을 확인해야 하는 기기는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다. 따라서 오류가 났을 때 즉시 복구가 가능한 방법을 준비하든가, 오류 자체를 거의 없도록 안정화시켜야 한다. 그런 면에서 추후 G워치R의 소프트웨어 안정화를 바란다.



LG G워치R



스펙 성능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보급형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400 1.2GHz를 썼으며 메모리는 512MB, 저장공간은 4GB이다. 9축을 가진 자이로 센서, 가속도 센서, 나침반, 기압센서, 심박센서가 내장되었으며 IP67수준 방수방진기능을 가진다. 먼지는 완벽하게 막아주며 1미터 수심에서 30분 동안 있어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 방수능력이다.


410밀리암페어(mAh) 배터리는 잠깐씩 쓰면 이틀, 자주 쓰면 하루 정도 유지된다. 충전은 자석식으로 붙어서 연결되는 원형 독을 통해 USB-마이크로USB 단자를 통해 충전된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어넘기면 움직이는 인터페이스는 상당히 직관적이며 편리하다. 화면 전환 속도나 앱이 열리고 닫히는 사용자경험도 쾌적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워치에서 앱을 많이 설치하거나 무거운 앱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성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총평 - 아날로그 감성으로 손목에 차는 스마트워치


LG G워치R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과연 이것이 얼마나 쓸모가 있겠는가 의심했다. 또한 IT마니아가 아닌 일반인이 얼마나 많이 혁신적인 전화를 쓰겠느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문화를 만든 지금 스마트폰은 필수품에 가깝게 자리잡았다.


이제 갓 등장한 스마트워치를 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워치가 과연 쓸모가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논쟁과 함께 손목 시계 자체를 없어져야 할 기기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웨어러블 컴퓨터로서의 스마트워치를 향해서는 팔목을 포함해서 몸에 무엇인가를 착용한다는 것이 왜 불편한지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지만 기술은 결국 이 모든 것을 반영해서 발전한다. LG전자에서 내놓은 G워치R은 아날로그 시계에 익숙한 세대에게 보다 편안하게 스마트워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감성을 제공한다. 둥글고 견고한 메탈재질이 선명한 OLED화면과 어울려  충분한 품격을 가져다준다. 시중에 나온 스마트워치가 장난감 같아서, 내 패션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꺼려진다는 사용자에게 G워치R은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손목에 차고 다니는 똑똑한 시계로서 G워치R은 분명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