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총량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과제로 발표한 광고총량제가 방송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14년 8월 4일,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제 3 기 방송통신위원회는 주요 정책과제를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지상파 방송의 광고총량제 도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상파가 현재 방송 콘텐츠의 80퍼센트 정도를 생산하는 상황에서  위원장은 방송 콘텐츠가 부족해지면 방송산업 침체와 더불어 한류 열풍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상파의 방송 규모를 키우기 위해 광고총량제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상파에서는 환영일색이다. 그동안 급격히 방송콘텐츠 제작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데 비해 마땅한 수익증가 방안이 부족했는데 광고총량제가 콘텐츠 제작비 조달에 기여할 거란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로 종편을 포함한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TV조선을 가진 조선일보 시장 규모가 한정 돼 있기에 알짜광고의 지상파 쏠림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채널A를 가진 동아일보는 8월 5일자 사설을 통해 시청자 권익에는 눈감고 지상파의 수입 극대화에만 방통위가 발 벗고 나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MBN을 소유한 매일경제는 방통위가 도를 넘은 지상파 편향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기사를 냈고, JTBC를 가진 중앙일보는 중간광고와 UHD 추진하는 방통위가 지상파에 특혜를 주고 있다며 비판했다.


광고총량제는 프로그램 전후에 방영되는 광고의 성격을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 시간 총량으로만 규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지상파는 방송전후에 하는 정식 프로그램 광고 6분, 방송과 방송 사이에 넣는 토막 광고 3분, 방송과 상관없이 넣는 자막 광고 40초, 9시 뉴스등 시간을 알릴 때 시보 광고 20초 등 1개 방송당 10분을 항목별로 규정해서 배정했다. 하지만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전체 광고 허용량만 정해 주고 광고의 종류와 횟수, 광고시간 등 세부 사항은 각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런 지상파 규제 완화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광고시장에서 지상파가 가진 힘이 상대적으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런 힘을 견제하고 상대적으로 약한 종편이나 유료방송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던 '게임의 룰'이 지상파쪽으로 치우치게 되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비상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런데 광고총량제를 적용해서 방송 중간에 더 효과적이고 단가높은 광고를 배치하고 중간광고를 할 수 있게 되면 더 높은 광고 가격을 광고주에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기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에 중간광고와 보다 주시율 높은 광고를 집중 배치하면 그만큼 많은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대로 지상파와 시청자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나머지 방송국 입장에서는 광고수익 악화를 가져온다. 동아일보는 기사에서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률이 높아 광고 단가가 비싼 프로그램 앞뒤로 광고를 많이 배치할 수 있다”며 “업계에서는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광고 수입이 현재보다 10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고 예측했다.


케이블과 유료 방송사는 기본적으로 시청 가구수와 콘텐츠 자체 경쟁력에서 지상파에 뒤진다. 이제까지는 지상파의 제한보다 완화된 기준과 광고총량제 선행 실시로 광고주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지상파와 같은 광고총량제로 경쟁하게 되면 대등한 경쟁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자칫하면 단가 높은 광고는 전부 지상파에 빼앗길 수도 있다.


이런 이해당사자에 대한 방통위의 입장은 방송산업계의 발전이란 큰 틀을 보자는 것이다. 현재 700메가헤르츠 주파수를 놓고 이통사와 할당 경쟁을 벌이는 지상파 방송국의 주요 논리는 차세대 한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재원 마련이다. 


고급화된 UHD방송을 통해 광고주에게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고 각종 자체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주장이다. 그런 지상파에게 만일 UHD배정이 안되더라도 재원 마련을 할 수 있게 해줄 방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광고총량제란 규제완화가 등장한 것이다.


물론 방통위는 유료방송과 케이블 티비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지상파의 중간광고 허용과 광고총량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떻게 시행하든 유료 방송쪽을 유리하게 해줘서 형평성을 유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광고 시간 총량을 지상파가 유료 방송국보다 적은 시간만 배정받는 식으로 조정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방송의 소비자와 생산자를 전부 만족시키겠다는 점에서 광고총량제를 하나의 돌파구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된 광고총량제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중간광고는 엄청난 이익이 걸린 사항이고, 광고총량제는 추진과정에서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의 격렬한 의견충돌이 예상된다. 어쨌든 지상파에 광고총량제를 주려면 유료방송사에는 그보다 더 유리한 기준이든, 다른 어떤 특혜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방통위가 양 자를 만족시킬 어떤 방법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