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무제한 요금제가 진정 소비자를 위한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동영상 보면서 가는 게 건전한 사회인건지, 아니면 못보게 하는 게 건전한 것인지는 사회 어른 입장에서 얘기를 한번 해봐야 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이통 3사에서 도입한 이동통신 무제한 요금제에 대해 사회적 성찰을 촉구했다. 2014년 4월 16일, 출입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위원장은 방송통신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동통신 무제한 요금제는 그동안 대부분의 소비자가 요구하던 것으로 일정액을 내면 데이터 사용량에 제한을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지난 4월 2일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SKT, KT가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무제한 요금제 도입에 따라서 앱생태계 활성화와 클라우드, 콘텐츠 스트리밍 등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긍정적 효과를 강조한다. 반면 관련업계는 트래픽 증가로 인한 전송속도 저하와 망증설 비용 증가, 통신 서비스의 저가화를 경계하고 있다.


최성준 위원장은 이런 산업적 관점과는 다른 사회적 관점에서 문제를 보았다. 무제한 요금제로 인해 아무데서나 콘텐츠에 몰입하는 것이 건전한 지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보인다.


이동통신사의 불법 보조금에 대해서는 단호한 근절의지를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제도 개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정리해보면 지금 이만큼 수익이 났으니까 그것으로 보조금을 주는거다. 보조금이 누군가에게 100만원이 가고 딴 사람에게 10만원만 가는 거다.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일까.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던지 품질을 높이는데 써야 할 것을 점유율 때문에 쓴다면 기업입장에서도 얼마나 갑갑하겠나" 라고 예를 들면서 "반드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이 날 아침에 최성준 위원장은 이동통신 3사 CEO들과 가진 조찬 행사를 갖고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번호이동 자율제한제’ 도입방안이 그 예다. 번호이동 자율제한제는 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크와 같다. 하루 이동전화 번호이동 수치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일시적으로 전산처리를 제한하자는 제도다.


최 위원장은 아직 해결되지 않는 700메가헤르츠(MHz) 영역 배분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히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이 주파수 대역을 두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차세대 방송인 UHD 방송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이동통신사에서는 더 빠르고 원활한 이동통신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양쪽의 이익이 첨예하게 얽힌 함부로 결정하면 안된다는 문제라는 것이다. 법관 출신인 만큼 어느 한 부분만 보지 않고 폭넓게 보겠다는 뜻인데,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며 어느 사업자의 이익을 고려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하다. 즉 방송사와 이통사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이 피해를 보는 만큼 양쪽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찾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성준 위원장은 화합과 균형을 강조했다. 핵심영역인 방송에 대해 공공 역할을 강조하는 미디어로 볼 수도 있고 이윤추구를 중시하는 산업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질문에 위원장은  "둘이 같이 가야 한다. 산업 진흥과 규제가 별개로 갈 수 없다. 동전의 앞뒷면이다. 규제를 통해 진흥할 수도 있고, 불필요한 규제는 축소시킬 수도 있다"고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법관 출신이기에 겸손하게 이해당사자의 말을 많이 듣고 균형있게 판단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위원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방통위가 사회적 이슈가 걸린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