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은 매우 중요하다. 경직된 사고방식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사람들이 어떤 방향이든 엄청난 상상을 통해 기존에 없던 영역을 개척해주길 바란다.


IT에 있어서도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었다. 컴퓨터를 꿈꾸던 찰스 배비지의 상상은 당대의 기술이 따라가주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컴퓨터는 시간이 흐른 후에 실현되었다. 하늘을 날고 싶다고 꿈꾸던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스케치는 결국 라이트형제에 이르러서 실현되었다. 하지만 상상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경우 기술은 시작도 하지 못하거나 쓸모없는 기술로 사장된다.



애플브랜드



애플을 두고 사람들이 많은 상상을 하는 것은 그래서 바람직한 일이다. 애플은 그만큼 극적으로 제품영역을 넓혀오기도 했다. 단순한 8비트 컴퓨터 개발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지금 mp3플레이어, 태블릿, 스마트폰, 노트북, PC, TV 셋탑박스라는 넓은 영역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어쩌면 곧 웨어러블 컴퓨터의 시작인 스마트와치도 내놓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애플로 대표되는 IT브랜드의 확장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냥 무한정 상상하는 대로 가면 될까? 외국에서 이에 관련된 재미있는 전망을 내놓았다.(출처)



브랜드 전략과 명품 마케팅 전문가인 갤러웨이 교수는 애플이 정보기술(IT) 영역에서 벗어나 의류·핸드백·장신구·선글라스·손목시계·여행가방으로 제품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브랜드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애플이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앤절라 아렌츠 최고경영자(CEO)를 유통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다.


갤러웨이 교수는 최근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패션계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아렌츠가 무엇이 아쉬워 애플 스토어를 운영하겠다고 버버리에서 나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애플은 삼성의 약진으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초일류 브랜드가 된 애플이 후발 주자들에게 발목 잡힌 상황을 갤러웨이 교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그는 "지금의 애플을 야구하는 마이클 조던에 비유할 수 있다"며 "애플이 브랜드를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한 명품 의류라는 게 갤러웨이 교수의 판단이다.



애플브랜드



갤러웨이 교수가 생각하는 명품의 기준은 간단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확실한 창업자가 있어야 한다. 더욱이 고객에 대해 논하며 유통망을 장악한 가운데 높은 이익률과 비싼 가격을 고집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화를 추구해야 한다. 지금 애플만큼 이 기준에 다가선 브랜드가 있을까.


현재 애플의 이익률은 다른 경쟁사보다 높다. 이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마련된 강력한 브랜드 파워 덕이다. 하지만 아렌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품 옷을 새로 입는다면 과거와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애플을 충분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게 갤러웨이 교수의 생각이다.


애플이 패션 브랜드 이브 생로랑의 CEO 출신인 폴 드네브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런 추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애플이 패션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무도 상상못했을 만큼 엄청난 발상은 아니다. 몇년 전에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로 팀쿡과 조나단아이브 가운데 누가 될까? 라는 물음을 받은 나는 팀쿡이 유력하겠지만 혹시 조나단 아이브가 된다면 애플이 어떤 회사가 될지를 예상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내가 짚은 것이 ‘패션브랜드 회사로서의 애플’이다. 그러니까 저 사람이 저런 예상을 하는 것이 무리라는 뜻은 아니다.



애플브랜드



그렇지만 생각해보자. 단순히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이고 높은 이익률과 비싼 가격을 고집한다는 이유만으로 명품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그 이익률이 무엇으로부터 나오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벤츠 점퍼’ 가 수백만원에 팔리며 ‘IBM 스커트’가 천만원 가격표가 붙으며 ‘MS 스카프’가 수십만원을 부르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패션은 패션이고 IT는 IT라는 당연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그 제품을 비싸게 사느냐는 목적성이다.


애플의 디자인이 뛰어난 건 사실이다. 모두 인정한다. 철학도 담겨있다. 아주 좋다. 그렇지만 정작 애플이란 브랜드에서 ‘기술’을 제거하고 디자인만 내놓았을 때 우리가 보게될 제품이 무엇일까? 흔해빠진 제품에 사과마크를 찍으면 그게 달라보이느냐? 라는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그러니까 ‘애플 헤어드라이어’, ‘애플 충전기’, ‘애플 양말’에 얼마만큼의 프리미엄 가치가 붙을까?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애플브랜드



애플의 패션브랜드화, 올바른 방향인가?


패션브랜드가 높은 가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능에서 별다를 것이 없는 일상제품이지만 그 속에서 치열하게 디자인과 철학을 구현하려는 디자이너의 정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다르다. 애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기능부터 다르게 가져가겠다는 혁신이며 기술에서 남다르게 나아가겠다는 철학이다. 이것이 빠진 상태에서 디자인에서만 고민해서 애플다운 것이 나올 리 없다. 윈도우만 쓸 수 있는 맥북이나 안드로이드만 구동되는 아이폰이 애플로고만 있다고 매력적인가?



애플브랜드



결국 위의 상상은 애플제품을 기꺼이 고가에 사주는 사람들의 심리를 무시한 전망일 뿐이다. 물론 상상은 자유다. 하지만 우리가 ‘코카콜라 자동차’나 ‘나이키 노트북’을 보지 못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적어도 나는 ‘애플 가죽점퍼’ 같은 건 절대 구입할 생각이 없다. 차라리 ‘잡스 청바지’, '스티브 터틀넥' 이라면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