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미국 IT산업에서 차지한 위치는 각별하다. 애니악으로 시작되는 미국 컴퓨터 역사에서 IBM은 커다란 기술적 분기점이 있을 때마다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으로 기업가치를 지키고 브랜드를 고급화시켰다.


빅데이터



개인용 PC시대가 왔을 때 IBM은 중대한 변화를 선택했다. 애플이 이미 대중화시킨 PC시장에서 IBM은 기존 8비트와는 차별화된 16비트 컴퓨터를 만들어 업무용 시장을 노렸다. 거기에 오픈 아키텍처라는 설계개방 정책을 통해 PC산업 전체를 전세계적으로 성장시켰다. 그 외에도 운영체제를 외부에서 공급받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탄생을 돕기도 했다. 따라서 IBM의 선택은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이런 IBM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와 관련해서 중요한 선택을 했다.



IBM이 빅데이터 발견을 위한 협업 환경인 빅데이터 연구소를 신설한다. 액셀러레이티드 디스커버리 랩(Accelerated Discovery Lab)으로 명명된 이 연구소는 산호세에 위치한 IBM 알마덴 연구소 내에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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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소는 단순한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곳이 아니다. 데이터 집합체(Data set)부터 시작해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산업간, 영역간의 특정 상관관계를 밝히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 소스로의 접근, 도메인 모델이나 텍스트 분석, 왓슨의 자연어 처리능력 등과 같이 독특한 연구 기술을 지향한다. 더불어 생물학, 의학, 재무, 기상모델, 수학, 컴퓨터 과학, 정보기술 등의 광범위한 영역으로의 전문적인 접근도 포함한다.

이런 결합은 데이터에서 어떤 방향을 발견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함으로써 단시간에 원가 절감, 매출 창출, 과학적 효과와 같은 비즈니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뉴스를 보고 단순히 "글로벌 기업 하나가 연구소 하나 세운 것 뿐인데 뭐가 대단하냐?" 라고 물을 수도 있다.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기사 행간을 읽는다면 매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빅데이터


IBM의 IT분야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술기업이다. 또한 기업 시장을 위한 선도적인 기술에 강하다. 따라서 IBM이 빅데이터에 주목했다는 건 앞으로 기업을 위해서 빅데이터가 중요해지면서 수익성 있는 사업요소가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첫번째다.

두번째로 빅데이터 분석의 방법이 진화한다는 의미다.
지금 빅데이터를 도입했다고 선전하거나 도입할 예정인 단체의 실적을 보자. 서울시 심야버스가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효율적인 노선을 만들었다고 선전한다. 물론 좋은 결과지만 엄밀히 말하면 빅데이터라고 부르기 어려운 통계분석일 뿐이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비교적 많은 데이터를 단순 분석한 것을 빅데이터라고 말하는 실정이다.

그에 비해 IBM은 데이터 집합체로부터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산업간 영역간의 특정 상관관계를 밝힌다고 했다. 이것이 진정한 빅데이터의 차별성이자 핵심이다.

빅데이터는 데이터간 상관관계의 양, 상관관계의 증가 속도와 많은 관련이 있다. 기업이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중요한 결론을 얻어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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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경희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결론을 얻으려면 데이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분석, 데이터 소스, 여러 가지 툴을 결합하여 고급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IBM의 빅데이터 연구소는 바로 이런 분석을 전문적으로 해보기 위해 만들어졌다.

빅데이터 연구소의 전략 및 프로그램 개발 총괄 제프 웰서 전무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빅데이터는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아이디어에 대한 답변과 상관관계를 찾는 데 이용하고 있다. 정작 기업은 방대한 데이터 내 밝혀지지 않은 소스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이 수많은 정부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찾든, 신약 개발을 위해 텍스트와 화학기호를 포함한 전세계의 모든 특허 등록을 찾든, 또는 본질적인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와 심리 데이터를 결합하든, 기업이 자사의 자산을 데이터와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면, 대단한 혁신의 기회가 될 것이다"


IBM 빅데이터 연구소가 제시한 미래는?

IBM의 이번 연구소 설립은 빅데이터를 보다 심층적으로 여러 각도에서 해석하면서 다른 데이터와 융합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한 이런 면에서 빅데이터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눈에 보이는 뻔한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향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야버스를 예로 들어보자.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에 강남역과 홍대역에서 가장 많은 휴대폰 이용자가 있었다. 그러니 이 지역 사이를 심야버스로 연결하면 좋다는 것은 빅데이터 수준의 분석이 아니다. 그냥 통계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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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런 휴대폰 이용자가 심야버스를 기다리던 중에 편의점에서 구입한 주요물품, 이용하던 콘텐츠 등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인사이트가 생긴다. 그것이 바로 빅데이터로의 지향점이다. 그런 곳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진다.


IBM의 지난 역사에서 앞선 선택은 대부분 관련산업을 함께 살찌우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빅데이터 연구소 설립은 의미가 크다. 앞으로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물론이고 한국의 삼성이나 LG, KT 등도 이런 빅데이터 연구소를 세우고 관련 인력을 본격적으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관련산업이 발전하게 된다면 우리는 삶이 보다 편리한 환경으로 급변하는 진정한 '빅데이터 혁명'을 겪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