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서 스티브 잡스가 없어진 후에 무엇이 남을까? 이것은 사람들이 몇년 전부터 항상 해왔던 진부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질문에 대해서 이제까지 애플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태블릿에 걸쳐 전세계를 호령하는 기업치고는 놀랍도록 애플은 1인기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전세계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던 기업이 개인 벤처기업에 가까운 구조를 가졌다는 건 그만큼 기회와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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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시간은 흐르고 스티브 잡스는 결국 죽음으로서 애플을 떠났다. 남은 자들은 나름대로 잡스가 남겨놓은 유산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며, 발전시켜야 할 책임을 안았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말이다. 그렇지만 그 시간은 의외로 길었다.


잡스 사후 2년 뒤에 애플은 드디어 팀쿡의 지휘하에 완전히 새로운 아이폰 운영체제를 내놓았다. iOS7으로 명명된 이 운영체제는 이전 버전과 확연히 다르다. 이전 운영체제는 스콧 포스탈의 스큐모피즘(현실의 물건을 따라함)과 조나단 아이브의 미니멀리즘(극도로 줄이고 상징화시킴)을 조화롭게 이용했다. 이번 iOS7에서는 미니멀리즘만이 존재했다. 


채널IT에서 새롭게 바뀐 iOS7을 비롯한 WWDC 전반에 걸친 화상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 인터뷰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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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로 공개된 iOS7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기존의 iOS는 스티브 잡스가 2008년에 만든 아이폰 운영체제의 연장선상에서 개선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번 iOS7은 디자인 측면에서 볼 때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만든 운영체제입니다. 


시각적인 면에서는 사실성을 줄이고 상징성을 부각시켰습니다. 그에 따른 심심함을 없애기 위해 알록달록한 색깔과 투명효과, 만화같은 재미있는 모양을 채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다 편해지면서도 아름다운 인터페이스를 만들었습니다.


기능적인 면에서는 보다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콘트롤패널을 보시면 실제제품 같은 버튼은 없습니다. 대신 한눈에 모든 상태를 보고 단순한 동작만으로 조작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모든 앱에서 멀티태스킹을 지원합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iOS7은 기존 운영체제의 사용자를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운영체제의 혁신을 이룩한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Q: 이번 2013 WWDC가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스티브 잡스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과연 애플이 혁신을 계속할 수 있을까?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몇몇 사소한 실패가 그런 걱정을 깊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WWDC를 통해 애플은 여전히 혁신을 향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애플이 가진 최고의 장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스티브 잡스가 없이도 애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해답을 제시해준 발표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애플 iOS7,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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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에서 나는 iOS7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것은 내가 이 운영체제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다. 솔직히 시각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 장단점이 똑같이 있고, 몇몇 아이콘과 기능은 이전 버전이 훨씬 났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 페이스북에 있는 어떤 블로거의 감상을 요약해보겠다.


1. iOS7 발표때: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너무 환상적이네요. 애플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2. iOS7 발표 몇 시간후 : 지금 베타버전을 다운로드 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너무 걸리네요! 빨리 써보고 싶어요!

3. iOS7 사용 몇  시간후: 이제 지우고 예전 버전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몇몇 아이콘은 맘에 안들고 배터리 누수가 심하네요. iOS7은 많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잠시의 환상이 사라지고 난 뒤에 냉철한 이성이 지배하고 있다. iOS7은 베타버전의 한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iOS7에 대해서 좋은 시도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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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iOS7이 가진 의미는 '변화' 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실패를 두려워해서 잔뜩 움츠린 채로 기존 제품의 개선에만 열중하던 것이 애플의 모습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전면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잡스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라는 가정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을 시도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런 도전은 애플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며 칭찬받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애플의 도전을 지켜보는 것은 더욱 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애플은 보다 유연하다는 장점도 있다. 불만으로 제기되었던 부분에 대한 수정작업에 벌써 착수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출처)


애플이 며칠 전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한 새 운영체제 iOS7의 아이콘 디자인을 벌써 일부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 전문 블로그 나인투파이브맥 등을 인용해 애플이 일부 비판여론을 의식해 아이콘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번 WWDC에서 기존 iOS에 적용됐던 스큐어모피즘(실제 존재하는 사물로부터 형태를 따와서 디자인 하는 것)을 버리고 대폭 간략화되고 단순화됐으며 색상도 더 밝아지고 화려해진 디자인을 선보였다. 사용자들의 평가는 극도로 엇갈렸으며 일부는 이전보다 퇴보했다며 실망스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애플은 이같은 사용자들의 반응을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인투파이브맥은 애플이 공식 iOS7 웹사이트에 올린 아이콘 이미지에서 날씨, 패스북, 미리알림 기능 아이콘이 WWDC에서 공개된 베타버전 이미지와 달라져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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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회사이다. 방향만 제대로 잡아준다면 결코 나쁜 제품을 내놓을 리 없다. 새로운 iOS7이 애플의 한계라고 여겨졌던 부분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