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데스크탑을 버리는 것은 아닐까? 란 의심을 품었던 적이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발표하고 한창 스마트폰 열풍이 몰아닥쳤을 때였다. 애플은 이때 맥북을 비롯해서 아이맥에 대해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았다. 발전하는 하드웨어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리프레쉬도 거의 하지 않았고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도 소홀했다. 



맥프로


하긴 최대 점유율 9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 제품보다는 한때 90퍼센트를 넘는 점유율이었던 아이패드를 신경쓰는 편이 좋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 힘들여 만들고 발표해도 몇 대 팔리지도 않고 이윤도 적게 나는 제품을 자주 내놓고 싶은 회사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때를 포함해서 맥의 전문가용 고가 데스크탑인 맥 프로는 무려 2년을 넘게 새로운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애플을 좋아하는 예술쪽 전문가들이 기다리다못해 볼멘 소리를 할 정도였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멋진 대답으로 애플은 새로운 맥 프로를 내놓았다. 기본가격 300만원부터 시작하는 전문가용 제품으로서 맥 프로는 애플 제품을 직업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유일한 선택이다.(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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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6월 11일(한국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톤 웨스트에서 개막한 ‘WWDC2013’서 과감한 차별성을 도입한 iOS7과 강력해진 차세대 맥북 에어(MacBook Air), 여기다가 스스로 차세대 데스크탑의 표준이 될거라는 맥 프로(Mac Pro)까지 애플의 힘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차세대 맥 프로는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둥근 원통 모양을 기반으로 저발열 코어(thermal core)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Mac Pro는 내외부적 성능향상에 최적화된 신개념 프로 데스크탑 설계 및 디자인을 도입했다. 


차세대 제온(Xeon) 프로세서와 듀얼 워크스테이션 급 GPU, Thunderbolt 2, PCI 익스프레스 기반 플래시 스토리지, 초고속 ECC 메모리를 탑재한 새로운 Mac Pro는 높이 25cm의 이처럼 작은 패키지임에도 놀라울 만큼의 성능을 자랑한다. 


애플 월드와이드 마케팅 수석 부사장인 필립 쉴러(Philip Schiller)는 “혁신적인 저발열 코어 주위에 최신 제온 프로세서와 듀얼 파이어프로 GPU(FirePro GPU), ECC 메모리, PCI 익스프레스 기반 플래시, 썬더볼트 2가 탑재된 차세대 Mac Pro는 지금까지 Mac 모델 중 가장 혁명적인 변화를 선보인다”고 말했다. “이 모든 성능과 확장성이 기존 맥 프로의 8분의 1 크기라는 새로운 디자인을 바탕으로 구현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조립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충격적인 모양과 너무도 대담한 내부 확장성 제거란 설계는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벌써부터 각 네티즌은 새로운 맥 프로를 휴지통에 비유하기도 하고 패러디 합성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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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적 문제만이 아니다. 내부 확장성이 없는 것을 보고는 한숨을 쉬기도 한다. 썬더볼트 단자와 맞는 외부장치들은 충분히 나와있지 않고, 값이 무척 비싸다. 또한 기존의 내부 확장 장치는 쓸 수 없기에 전부 새로 구입해야 한다. 사람들은 왜 애플이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게 생각한다. 


맥 프로에서 보는 애플의 디자인 결벽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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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애플의 이런 결정은 그렇게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확장성을 없애고 심미적 디자인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일관되게 추구하던 데스크탑의 방향이었다. 그것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제품은 애플의 파워맥 G4 큐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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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에도 전시된 이 제품은 정말 아름답고 잘 만들어졌다. 그러나 열배출 설계와 재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곧잘 외장 케이스가 깨져나갔으며 성능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무엇보다 비싼 값에 비해 확장성이 매우 떨어졌다. 결국 목표로 했던 전문가층에게 외면당하며 단종되었다. 사실 이것은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에 대한 결벽증을 반영한 예술품에 가깝다. 즉 실용제품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또한 스티브 잡스의 이전 하드웨어인 넥스트큐브에서 시작된다. 첨단 소재인 마그네슘으로 만든 검정색 정육면체는 한 치의 오차도 없고 단 하나의 이음새도 없다. 이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치렀고 결과적으로 하드웨어는 1만달러에 달했다. 그럼에도 성능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고 확장성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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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는 넥스트의 디자인을 -애플에서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 에슬링거의 디자인 회사, 프로그에 맡겼다.


에슬링거가 고안한 디자인은 심미적으로는 훌륭했지만 실제 제품으로 제조하기에는 극히 까다로운 것이었다. 잡스와 에슬링거는 고객들이 디자인보다 기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비용문제는 고려되지도 않았다.


잡스는 모든 것이 완벽해야만 만족했다. 그 완벽성을 실현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결국 넥스트의 제작원가는 당초 게획했던 것보다 열 배가 넘게 들었다.


- 애플을 벗기다 (웅진지식하우스 2010)


애플의 디자인 결벽증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스티브 잡스의 작품인 넥스트큐브가 그 길을 열었고 파워맥 G4큐브로 이어져서 다시 신형 맥 프로에 적용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최고의 발전된 데스크탑 디자인을 볼 수 있다는 영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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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선 두 제품은 전부 판매량에서 처참한 실패를 겪었다. 과연 잡스 없이도 계승한 애플의 디자인적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내놓을까? 맥 프로의 판매량이 그것을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