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주 간단한 원리가 있다. 무엇이든 필요하면 만들어지고 세상에 나온다. 반대로 필요하지 않은데 나오는 경우는 없다. 다만 여기서 필요한 주체는 하나가 아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해서 세상에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산자가 필요로 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가 소비자의 필요와 충돌된다면 상황은 상당히 미묘하게 흘러간다.



맥패드


삼성이 이번에 새로 내놓은 태블릿PC 아티브는 상당히 묘한 위치에 있다. 이 제품은 윈도우8을 탑재한 일반 컴퓨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듀얼OS기능으로 인해 전혀 새로운 가능성과 사용성을 얻었다. 


컴퓨터로서 포토샵과 오피스 등 생산적인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운영체제가 윈도우8과이다. 반대로 전자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듣는 등 주로 소비적인 작업에 특화된 운영체제가 안드로이드이다. 이것을 같은 기기에서 복잡한 과정이 없이 버튼 하나를 터치하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전환해서 쓸 수 있다. 사진이나 문서 등의 데이터도 공유해서 쓸 수 있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자 좋은 변화이다.


물론 삼성 내부적으로도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통합형 기기가 되면 필연적으로 다른 사업부의 기기와 충돌이 생기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전자 안에는 지금 태블릿인 갤럭시탭을 만드는 사업부가 있다. 갤럭시탭 역시 최근 제품에는 인텔의 아톰칩을 썼다. 따라서 두 가지 운영체제를 쓰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아티브Q이 윈도우8을 주체로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이고 , 갤럭시탭이 안드로이드를 주체로 윈도우8을 받아들인다면 결론적으로 출발점만 PC와 태블릿으로 다를 뿐 두 기기는 완전히 같은 목적을 향해 달리게 된다. 결국 두 제품은 장기적으로 통합이 불가피하고 사업부 역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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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가 굳이 삼성에게만 해당되는 일인가? 만일 아티브Q가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른 한쪽 진영인 애플 역시 커다란 변화의 요구를 받게 된다. 애플의 독점적인 제품 안에 있는 소비자 역시 통합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애플의 제품군에 대해서 알아보자. 애플은 나름대로 모든 IT 제품에 대한 완벽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1. 전문가 사용자가 직업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데스크탑인 맥 프로. 

2. 약간 가볍지만 나름대로 무거운 작업을 해내는 사람을 위한 다목적 데스크탑 아이맥.

3. 아주 가벼운 작업과 서버를 위한 맥 미니.

4. 가지고 다니며 복잡한 작업을 하기 위한 맥북 프로.

5. 가지고 다니며 가벼운 작업을 하기 위한 맥북 에어.

6. 집에서 가볍게 책을 읽거나 음악과 동영상을 보고 소비하기 위한 아이패드.

7. 가지고 다니며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아이패드 미니.

8. 휴대전화로 쓰면서 앱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아이폰.

9. 음악을 감상하기에 최적화된 아이팟.

10. 거실에서 간단히 영상을 보고 연결하기 위한 애플티비.


이 많은 제품이 나름대로의 영역을 지키며 다른 애플의 제품을 잠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애플은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때로는 당연히 넣을 수 있는 기능을 제약하든가 만들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기도 한다.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이기도 하지만 완벽한 사용성을 제공하기 전에는 내놓지 않으려는 고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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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흐름이다. 애플의 이런 고집과 마케팅의 결합은 대부분 애플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동영상 제작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판단한 나머지 PC진영에 부는 MP3 붐을 외면한 적이 있었다. 잡스는 그때 애플이 커다란 기회를 놓쳤다고 후회했다. 


애플, 맥과 아이패드의 통합은 언제가 될까?


애플은 집중과 통합을 부르짖는다. 그것을 통해 여러번 성공해왔다. 때문에 아이패드의 성능이 늘어가고 맥북에어가 점점 가벼워지는 접점이 생기자 두 기기의 통합에 대해 요구가 생기고 있었다. 실제로 애플 내부에서도 통합이라는 말이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맥 운영체제는 아이패드의 iOS와 원리상으로 거의 같다. 통합이 매우 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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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브Q가 보여준 초보단계의 통합은 오히려 애플이 더 일찍 보여줄 수 있었다. 


1. 맥북에어에서 키보드를 분리형으로 만들고, 터치스크린을 넣은 다음,

2. OS X 위에서 간단한 터치 버튼을 누르면 iOS 운영체제로 전환할 수 있으며,

3. 두 운영체제가 같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맥패드' 야 말로 애플이 자신만만하게 '이것이 미래의 혁신입니다!' 라고 발표회장에서 보여줄만한 결과이지 않을까? 사실 지금도 바로 가능할 정도의 기술수준이다. 애플이라면 아마 아티브Q보다 더 매끄럽고 수준높은 단계의 통합기능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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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이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간단히 말해서 생산자인 애플에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운영하는 저 많은 제품군을 전부 팔아서 최고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현재도 잘 팔리고 있는 상태에서 특별히 무리할 필요도 없다. 변명으로는 아직 좋은 사용자경험이 나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그냥 변명이다. 애플이 하려고 한다면 못할 것은 없다.


결국 애플이 변화하려면 소비자가 시대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아티브Q를 비롯한 다른 진영의 통합형 기기가 시대의 대세가 된다면 애플 역시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하드웨어에서 다소 정체되어 있는 애플의 혁신을 위해 윈도우8과 안드로이드의 통합형 기기가 더욱 발전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