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누군가는 세상에 태어나서 스스로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것이 꿈이자 목적이다. 반대로 누군가는 죽은 뒤 조용히 잊혀지기를 바란다. 따지고 보면 결국 자랑스러운 업적은 널리 알리고 수치스러운 기억은 빨리 잊혀지기를 바라는 것 뿐인지 모른다. 



잊혀질권리


하지만 오늘날 발달한 인터넷과 저장매체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름만 알면 신상정보를 전부 털어낼 수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돈다. 심지어 사람이 죽은 뒤에도 과거 어떤 정보가 잊혀지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것을 볼 수 있다.


구글이 이런 인터넷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 하나를 내놓았다. 구글 인액티브 어카운트 매니저인데 한글로는 '휴면계정관리자' 라는 이름이다. (출처)



잊혀질권리


4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은 구글이 ‘인액티브 어카운트 매니저’라는 계정 정보 처리 도구를 출시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새 관리툴은 계정, 계정과 관련된 정보를 지우는 기능을 담았다. 

 

구글은 이날 블로그를 통해 제품 출시 배경, 기능 등을 소개했다. 터크 안드레아스 구글 제품 매니저는 “이용자가 어떤 이유이든 간에 계정 소멸을 원한다면 계정, 정보까지 선택해 삭제할 수 있는 도구”라며 “메일함, 사진 등의 정보까지 모두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로그에는 관리 도구 출시의 배경이 명확히 설명됐다. 사후의 디지털 정보 처리에 대한 내용이다. 세상을 떠난 뒤에도 죽은 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사생활, 신변을 보호하는 일은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사후에 죽은 이의 방, 옷가지 등을 정리하는 것처럼 온라인 세상에서도 남겨진 이들을 위해 사후처리가 필요한 세상이다.   

 

구글 계정 처리 도구는 현재 가입 이용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단 구글앱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서비스에 대해 CBS의 '시사자키 백원경입이다.' 에서 라디오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이런 서비스도 언론의 관심을 받을 때가 있다는 것이 다소 신기했지만 토요일 오후 7시에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그 내용의 일부이다. (다시 듣기)


잊혀질권리


1. 구글의 인액티브 어카운트 매니저, 어떤 서비스입니까?

 

네. 한마디로 말해서 사후정리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 죽은 후에는 방을 정리하고 물품을 처분하는 등 정리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확산되어 널려있는 디지털 정보를 깨끗이 삭제해서 흔적을 없애주는 것입니다.

 

3. 이런 서비스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의 발전으로 인해 개인의 행적이 너무도 작은 일까지 오랫동안 기록될 수 있어서입니다. 이전에는 사람이 죽게 되면 기록이 많이 남지도 않고 누구나 볼 수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곧 잊혀지거나 친척 같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기억될  뿐이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 죽은 사람의 개인정보까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치스러운 기록이나 기억되고 싶지 않는 부분까지도 인터넷에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잊혀질 권리의 보장을 위해 이런 서비스가 생겼습니다.


4. 사후에 남겨진 정보들 때문에 문제를 겪는 일들이 많이 있었나요?


- 가능한 사례들 몇가지 소개 바랍니다.


유명인 같은 경우는 벌써부터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살한 연예인 고 장자연씨 같은 경우에는 죽은 후에도 싸이월드에 남아있는 글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억측과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고인과 남은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는 경우지요. 


2010년에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목격자를 찾는 트위터가 많은 리트윗을 부르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정작 그 사건은 5년이나 지난 일로서 피해자는 이미 사망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죽기 직전 피해자는 더이상 그 사건이 확산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죽었는데도 정보는 인터넷에 남아서 퍼져나갔습니다.

 

5. 사망하지 않았는데 실수로 정보들이 지워져 버릴 위험은 없을까요?


 

그런 위험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멀쩡한 아이디를 해킹해서 이메일을 본다든가 돈을 인출하려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죽지도 않은 사람의 구글계정을 실수 혹은 악의에 의해 죽었으니 처리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신청절차에서 본인확인을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일정기간 내에는 복원가능한 유예기간을 두는 것으로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개인정보의 처리 권한, 그것도 삭제 권한을 민간 업체에 맡겨도 괜찮을까요?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법체계가 기술을 쫓아가지 못해서 관련법이 전혀 없기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구글 서비스를 계기로 국제적인 법률이 생기고 공신력있는 국가기관이나 국제기구가 맡으면 더 좋을 것입니다.



6. 우리 나라에는 이런 서비스가 아직 없죠?


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서비스가 없습니다.



- 출시 계획은 있나요?


사후 정보정리에 대한 서비스 아직 출시계획이 없는 것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3월 12일 국회에 '잊혀질 권리'가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 해당 게시물을 언제든 삭제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업체는 확인 절차를 거쳐 즉시 삭제 가능하도록 하게 한 것입니다. 이 법률안이 통과하면 사후 정보정리 서비스도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구글이 만든 도구를 우리 나라에서도 이용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관련서비스에 접속하면 휴면계정 관리자 라는 메뉴가 나옵니다. 일정기간 접속하지 않을 경우에 계정을 자동으로 정리할 수 있는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어느 정도로 확실히 잘 작동할 지는 실제 사용한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요.



잊혀질권리



죽은 뒤 잊혀질 권리, 보장하는 방법은?


여기서 말하지 못한 핵심이 하나 있다. 이런 구글의 시도는 물론 좋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서비스의 취지에 맞춰서 죽은 뒤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려면 민간 회사의 서비스 만으로는 부족하다.


1. 유럽연합은 '잊혀질 권리'에 따라 데이터의 주체를 당사자가 게재한 데이터는 물론이거니와 당사자의 정보가 포함된 제3자의 데이터까지 삭제하여, 확산방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확정한 바 있다. 이처럼 관련된 사람의 데이터 모두에 대한 강제력 있는 삭제 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


2.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해서 인터넷에는 많은 회사들이 만든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의 데이터는 모두 우리가 죽은 후에도 인터넷에 고스란히 남을 수 있다. 인터넷 선진국들이 앞장서 관련 법령을 만들고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완벽한 삭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서비스가 진정한 의미에서 잊혀질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



잊혀질권리


인터넷 시대를 맞아서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는 것은 너무도 쉬워졌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 얼마든지 개인이 자기 정보를 알릴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나를 지우기는 어려워졌다.


소설에서 불멸의 존재들은 영원히 산다는 것이 고통이라면서 죽음을 원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기억된다는 것 역시 고통이 될 수 있다면 잊혀질 권리를 분명하게 해주는 것이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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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ajokstory.com BlogIcon 우리밀맘마 2013.04.16 07:27 신고

    잊혀질 권리 정말 공감합니다.
    고인들의 명예도 생각해줘야죠.

  2. Favicon of http://ran.innori.com BlogIcon 선배/마루토스 2013.04.16 09:50 신고

    엇...저도 사진블로거로서 이거에 대하여 한번은 논해보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니자드님..그냥 넘어가시는 일이 없으시단...;

    "정보"만큼이나 "이미지"역시도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단순 웹페이지를 넘어서서 이제 SNS나 메신져기록에 남은 사진들은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보니 이게 정말 단순하지 않더군요.

    저도 기회되면 꼭 관련포스팅 해보겠습니다.

    • Favicon of http://catchrod.tistory.com BlogIcon IT평론가 니자드 2013.04.16 12: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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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니 마루토스 님이 쓰실 예정이었군요. 더 좋은 글이 나올 기회를 제가 없앤 셈인가요? ;;

      사진도 분명히 큰 일입니다. 웹과 모바일에 돌아다니는 사진은 죽은 뒤에도 얼만큼 남아있을 지 생각해보면 말이죠.

      마루토스님의 좋은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3. Favicon of http://rgm-79.tistory.com BlogIcon RGM-79 2013.04.16 10:28 신고

    사람의 이름을 남기고픈 욕멍과 대척점에 있는 모순적인 현상..
    누구는 악명이라도 남기고 싶어 정치지배자의 암살도 했다는
    르네상스 시대사람들이 봤다면 이또한 재미있게 봤을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catchrod.tistory.com BlogIcon IT평론가 니자드 2013.04.16 12:50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러게요. 저도 이런 극단적인 양면을 보고는 참 흥미있게 여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죽은 후에도 블로그는 남아서 죽은이를 추억하는 공간이 된다며 좋아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죽은 후에는 제발 잊어달라고 외치고 있으니까요. ^^;;

  4. Favicon of http://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3.04.16 13:19 신고

    죽은 후에 데이터를 모두 지워주는 서비스 혹시 없을까.. 한번쯤 다들 고민했을 거 같네요.

  5. Favicon of http://bungq.com BlogIcon 붕어IQ 2013.04.16 13:27 신고

    수많은 정보들, 특히 SNS와 관련된 정보의 관리에 대해서 더욱 고민되게 만들어주네요.
    역시나 좋은 관점의 글 잘보고 또 고민거리 하나 얻어갑니다. ^~^/